[2003. 4. 29] 제25차 국방부 앞 평화군축 집회 결의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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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나라의 자주권을 되찾고
국민의 이익과 민족의 생존을 지키는 데 앞장서라!
지금 우리는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부시정권의 일방주의로 말미암아 오히려 지난 시기를 능가하는 수직적·예속적 한미관계를 강요받고 있다.
50년 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우리 나라의 영토주권과 군사주권, 경제주권을 송두리째 부정한 전형적인 불평등조약이자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그 어떤 조약보다도 굴욕적인 조약으로서 대미 예속과 굴욕의 상징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제했던 냉전 시대가 끝나고 동서화해 시대가 열린 지 벌써 십 수년이 지났으며, 남북화해 시대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낡은 시대의 산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폐시키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미 당국은 이른바 주한미군의 역할을 동북아 지역으로까지 확대하여 우리 땅을 미국의 동북아 군사 패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서 더욱 확고히 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의 미국의 일방적인 주병권과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을 영구히 보장해 줌으로써 우리 영토주권에 대한 결정적 훼손을 기도하고 있다.
또한 1950년 7월 이승만이 미국에 넘겨주고, 한미상호방위조약 합의의사록에 의해서 다시 미국으로 넘어간 우리 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시기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수중에 두려고 하는 미국의 패권적 태도는 우리의 군사주권을 영원히 틀어쥐려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한편 미국은 대체부지 공여 요구와 함께 이전 비용을 우리 정부에 전가시키는 가운데 용산 미군기지와 2사단 등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배치하기 위한 수순을 일방적으로 밟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 재배치를 둘러싼 미국의 일방주의적 태도 역시 병력·무기 등의 배치와 이동·철수에 대한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대부분의 방위조약이 미군 병력과 무기의 배치·이동·철수에 관해 접수국과 사전에 협의하고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는 사실에 비춰 볼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과 굴욕성은 극명하다.
더욱이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 비용조차 우리 정부에 전가시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다. 불평등한 한미소파조차 5조 1항에서 미군의 주둔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기지 이전 비용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그들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마치 우리에게 은전이나 베푸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강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스스로 이미 주한미군의 감축을 공언하고 있다. 남북화해 시대가 활짝 열리고 남한의 군사력이 북을 압도하는 조건에서 주한미군이 더 이상 이 땅에 주둔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주한미군은 감축하고 철수해야 마땅하며, 이는 시대적 대세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 계획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즉 남북간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적 군축에 복무하는 방향에서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동북아 유일 군사적 패권을 노리고 오히려 첨단무기와 기동력 중심의 무력증강, 곧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실현에 역행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를 전제로 하지 않는, 곧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군축에 복무하지 않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단호히 반대하며, 이에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주한미군 기지 반환과 남북 군사적 대결 완화, 해소에 복무하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촉구한다.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역시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미국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주한미군 2사단 병력을 대부분 철수시킨다면 주한미군 사령부와 8군 기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용산 미군기지는 주한미군의 기능 수행과는 관계없는 각종 불법 시설과 편의 시설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추가 공여와 이전 비용 부담 없이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주한미군은 용산 미군기지를 조건 없이 반환하고 주한미군 사령부는 기존의 다른 미군기지로 옮겨가면 된다. 그런데도 대체부지를 요구하고 천문학적 액수의 이전 비용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은 미국의 일방주의의 극단적인 발로다.
내일이면 이라크 파병 한국군 본진이 이라크로 떠난다. 이미 끝난 전쟁에, 아랍 민중들을 적으로 돌리면서 미군 뒤치다꺼리를 위해 우리 젊은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도 오로지 수직적 한미군사동맹관계가 탈법적으로, 초법적으로 강요하는 대미 예속과 굴종 때문이다.
5월 초 미국에서 열릴 제2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 구상 공동 협의'에서도 제1차 협의결과와 마찬가지로 수직적 한미군사동맹 관계와 전시작전통제권 고수, 주한미군 한강 이남 재배치와 이전 비용 전가, 주한미군 주둔비 한국 부담 증액 등 미국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 한미동맹 정책 구상 공동 협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이 회의가 한미 당국이 이미 어떤 결론을 갖고 그 절차를 밟기 위한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과감히 맞서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 주한미군 방위비 미국 부담 등을 관철시킴으로써 나라의 자주권을 되찾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며, 한미관계가 호혜평등한 관계로 전환되도록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2003년 4월 29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