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3. 5. 27] 제26차 평화군축 집회 (평통사 국방부 앞 월례집회)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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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에게 보내는 항의서한




지난 50년에 걸친 한미동맹의 역사는 우리 안보의 외세 의탁과 힘에 의한 억지 논리로는 결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없으며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과 소모적인 대결만 불러올 뿐임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자주적인 힘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일궈 나가야 하며 일방적·수직적 한미동맹 관계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각종 협정들을 전면적으로 개폐하는 것은 이를 위한 대전제입니다.

그러나 한미간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나 국방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주국방의 비전'은 이 같은 시대적·민족적 여망에 역행하여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확대, 심화시키는 길로 나가고 있습니다.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 1차 회의에서 한미 당국은 동북아 세력균형자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한국군의 대북 방위 역할 증대, 연합방위력의 현대화를 미래 한미동맹의 기본 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자라는 주장은 이 지역에서 군사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패권을 기정사실화해 주는 주장이자, 이전부터 미국이 한반도 주둔의 명분으로 삼아 왔던 구태의연한 주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은 일본의 그것과 함께 중국·북한의 군사력에 비해 일방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오히려 세력균형을 깨는 과잉 전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을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감축,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만약 주한미군의 역할을 동북아로까지 확대한다면 이는 한미동맹관계를 미일동맹관계의 하위 체계로 완전히 복속시키는 것이자 우리 나라를 미국의 동북아 패권 강화를 위한 군사기지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나라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몇 배나 더 부담해야 되고 미국산 첨단무기의 도입을 강요받게 됨은 물론 동북아에 형성될 신냉전체제에 휩쓸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에 우리는 귀하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동북아로 확대하여 동북아의 군사적 패권을 더욱 확고히 다지려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단호히 배격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전제인 주한미군의 감축과 단계적 철수를 위한 논의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함께 한국군의 대북 방위 역할 증대와 연합 방위력 현대화에 대해서도 그것이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고착, 심화시키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민중복지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합니다.
한국군의 대북 방위력 증대와 연합 방위력 현대화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 군사력을 압도하고 있는 조건에서 아무런 정당성도 가질 수 없습니다. 남한은 국방비 누계에서 이미 1980년에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하여 1997년에는 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도별 국방비를 보더라도 1998년 이후에는 남한이 무려 북한의 10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남한의 군사력은 오래 전부터 대북 억지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이를 뛰어 넘어 북한 군사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군의 대북 방위력 강화나 연합 방위력의 현대화를 강요하는 것은 압도적인 대북 군사력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고 한국을 미국의 무기시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주적 선진국방 구현'을 명분으로 한 이른바 국방부의 '자주국방 비전'이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군사적 패권 전략에 적극 호응하는 대미 예속적 국방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합니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자주국방'이 "한미연합방위의 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거나 "주한미군은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늘려 나가고, 한국군은 대북 방위의 직접적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른바 국방부의 자주국방이 대미 군사적 종속을 기정사실화한 바탕 위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대동북아 패권전략 수행에서 일익을 담당하는데 그 지향과 목표를 두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자주국방을 주장하려면 주한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부터 우선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 1차 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요구하기는커녕 이를 연구 과제로 미뤄 둠으로써 아무런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자주국방'과 군사력의 현대화란 이름 아래 내년 국방비를 올해 17조 4천 억 원보다 무려 30% 이상(5조 5천 억 원)이나 증액된 23 조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국방부는 타당성의 결여 등을 이유로 유보되었거나 사실상 폐기된 공격용 헬기 도입이나 차세대 방공망 사업, 조기경보기 도입 등의 각종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다시 되살리고 있습니다. 증액된 국방비가 대부분 이 같은 무기도입 사업에 소요될 것임은 물론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 무기체계에 대한 한국군의 의존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런 점에서 '자주국방의 비전'이란 사실은 대미 군사적 종속 강화를 의미합니다.
국방부가 내년 국방예산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4%인 23조 원을 요구한 것은 최소한 GDP의 3.0%(액수로는 20조 원 이상) 만큼은 국방예산으로 확보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방비의 대폭 삭감을 통해 피폐화된 민생과 국가경제의 회생에 도움을 주고 평화군축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요구하고 있는 GDP 3.0%는 순전히 국방예산을 증액하기 위한 자의적 기준일 뿐이며 NATO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 나라 국방비는 이미 GDP의 3.0%를 넘고 있어 국방부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정당성을 잃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 확대에만 사로잡혀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꾀하고 있는 국방부를 규탄하며, 미국의 대북, 대동북아 패권 전략에 호응하기 위한 '자주국방의 비전'을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각종 협정의 전면 개폐를 포함하여 주한미군의 감축과 단계적 철수, 전시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남북 간 평화군축 등에 대한 확고한 전망 속에서 대미 군사적 종속을 극복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 정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현재 논의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 또한 주한미군의 감축과 단계적 철수가 전제되는, 즉 긴장 완화와 평화군축에 기여하는 재배치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장기주둔과 대북 선제공격력 강화, 우리 나라의 대동북아 군사기지화를 위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적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 미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오산·평택과 부산 두 군데를 거점기지로 하는 주한미군기지의 통폐합은 지상군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대신 기동력과 정밀타격력을 갖춘 해·공군 위주로 주한미군 구조를 개편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대북 선제타격능력을 배가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이 동북아로 신속하게 배치, 투입될 수 있도록 하려는데 그 의도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평택과 오산 지역에 500만 평의 대체부지를 요구하고 있고 이전비용의 한국 부담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우리 국민의 막대한 부담을 가져오는 데도 국방부는 국민 부담 불가와 긴장 고조 반대의 원칙 속에서 주한미군 재배치를 요구하는 대신 미국의 요구를 고스란히 수용하면서 이전 시기만 늦추어 주도록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수 십 년 동안 겪어온 국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철저히 외면한 것입니다. 이는 또한, 남한이 북한에 비해 군사력이 열세라는 허구적 인식의 결과이자 뿌리 깊은 대미 의존성에서 나오는 사대주의적 사고의 발로입니다.
우리는 국방부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전략적 요구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남북 대결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복무하는, 즉 주한미군의 감축과 단계적 철수가 전제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실현하는데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 2차 회의 결과를 주시할 것이며, 국방부가 국민과 함께 불평등한 한미동맹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뤄 나가는 길에 동참할 것을 당부합니다.


2003년 5월 27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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