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2. 15] 미국의 동북아전략과 북핵 다자회담 (2)(서보혁)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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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북아전략과 북핵 다자회담 (2)
부시행정부의 반확산전략을 중심으로
서보혁
3. 미국의 동북아전략
부시행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동북아전략은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먼저, 지속성은 냉전시대부터 미국이 아태(亞太)지역에 대해 갖고 있는 전통적인 국가이익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럼스펠드(Donald Rumfeld) 현 국방장관은 1998년 연설에서, 자신이 포드 행정부때 국방장관에 재임하던 시절부터 천명한 이 지역에 대한 안보정책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미국은 태평양국가로서 아시아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긴장을 완화하고 적대관계를 예방하며 평화를 보존하는 데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파월(Colin Powell) 국무장관도 아태지역의 경제적 역동성, 아태지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의존 증대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여(engagement)정책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사도 이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2003). 파월 장관의 발언은 적어도 1980년도 이후 나타난 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성장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탈냉전 이후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지역안정, 경제협력, 민주주의 확산 등을 축으로 지속되어 왔으며 현 부시행정부의 아태정책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켈리(James Kelly)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003년 3월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민주주의 증진, 지속적인 경제발전,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대응, 지역 범죄 대응, 시장개방의 증진 등 5가지로 꼽았다. 이는 클린턴정부의 아태전략 목표와 같은 것으로서, 다만 9.11테러 이후 테러 근절이 이런 국가이익을 증진하는데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꼽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전략 역시 이상과 같은 아태정책의 맥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아태지역의 경제적 역동성 등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속한 동북아지역이 핵심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정부의 아태전략은 연속성과 함께 변화의 측면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아태지역에 대한 부시정부의 전략적 인식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01년 QDR 보고서는 해외주둔 미군의 중심을 유럽에서 태평양으로 옮기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기지를 유지․강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벵골만에서 한반도 동해에 이르는 지역을 ‘도발 지역’으로 분류하고, ‘중국의 위협’이 미국이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목함으로써 군사전략의 중심을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옮길 계획을 공식화하였다.
미국의 아태전략과 관련하여 이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아시아 지역내 미군 기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한 접근도가 다른 주요 지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과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접근성 제고, 기반시설 확보, 원거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역내 시스템의 개발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부시정부의 아태정책 변화는 군사적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부시정부의 아태전략 변화는 특정 국가와 안보분야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미국이 보기에 탈냉전기 들어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우려에 대한 대응에서, 부시정부는 반확산전략에서 보듯이 공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켈리 차관보는 위에서 언급한 청문회에서 아태지역에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중국의 지속적인 국제 비확산 규범의 준수를 감시하고 다른 국가나 테러집단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방지하거나 봉쇄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이와 같은 광의의 비확산전략은 사실 과거 부시, 클린턴정부의 정책과 다른 것이 아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현 부시정부의 정책적 차별성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반확산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부시정부의 공세적 반확산전략은 전임 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반확산 대상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비핵국가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을 불안정하게나마 유지해왔다. 탈냉전이후 미국의 핵전략은 러시아, 중국 등 핵보유국가의 공격이나 동맹국에 대한 생화학무기 공격시 핵보복을 할 수도 있지만, 1994년 북미 핵합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유지해왔다.(주1)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은 물론 동맹국 및 우방국에 대한 비핵공격에 대해서도 핵보복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또 부시정부의 반확산전략은 차별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NPR이나 ‘국가안보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핵보복은 핵보유국의 경우에는 명시적인 공격이나 분쟁 가능성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불량국가’의 경우에는 명시적인 위협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판단에 따라 ‘예방적’ 차원에서 선제공격이 감행될 수도 있다. 여기서 ‘불량국가’에 대한 부시정부의 배타적 인식이 반확산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불량국가의 속성을 ① 정권이 국민을 잔인하게 만들고 자원을 낭비하고, ② 국제법을 무시하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③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여 그것을 침략적 목적에 이용하고, ④ 테러행위를 지원하고, ⑤ 인권을 유린하고 미국과 미국의 가치를 증오하는 것 등으로 명시하고, 이에 따라 ‘불량국가’는 대량살상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핵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부시정부의 아태전략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다른 한 측면은 특정 국가에 대한 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접근이다.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은 다음 장에서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대중정책에 한정하여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부시행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들과 보수인사들은 클린턴정부의 대중정책이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약화시키고 안보, 경제 등 미국의 국가이익을 훼손시켰다고 비판해왔다. 이들은 중국이 클린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로 판단하고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져 아태지역의 세력균형을 깨트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주2) 이에 따라 부시행정부의 아태정책은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수립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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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미국은 제네바합의에서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에도 불구하고 핵공격 옵션을 유지해왔다.
(주2) 파월 미 국무장관은 2003년 들어 미중관계가 매우 개선됐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는 부시정부의 대중 전략적 인식의 변화라기보다는 부시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긍정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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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국제관계학과에서 “탈냉전기 북-미관계에 관한 구성주의적 접근”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이다.
전공분야는 북한정치, 남북관계, 국제정치이론이다.
주요 저작으로는『한반도의 선택: 부시의 MD구상, 무엇을 노리나』(2001, 공저),『전쟁과 평화』(2001, 공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구조”(2002), “탈냉전기 북한의 대미 정체성 정치”(2003), “벼랑끝외교의 작동방식과 효과”(20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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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3년 11월 21일 한신대에서 개최된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개원 3주년 기념 학술회의 ‘미국의 패권, 기로에 선 한미관계’에서 발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