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11] (한겨레 기고문) 용산기지 이전비용 전액부담은 부당하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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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이전비용 전액부담은 부당하다 유영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팀장 한미 양국은 2월 13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7차 회의 때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전액 한국 부담을 주 내용으로 한 협정에 가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전비용 전액부담은 우리 국민 86%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굴욕적이므로 정부에 서명연기와 재협상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미양국이 지난 5차 회의 때 제출된 미국 측 초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여 왔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이전비용 문제의 굴욕성을 지적해 본다. 먼저 국가간 조약에서는 비용의 한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 협정 안은 미국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되어 있다. 우리 나라는 대체부지를 제공함은 물론 각종의 대체시설을 그것도 미국 국방부 기준에 따라 지어주어야 한다. 미국 국방부 기준은 우리 기준보다 2배의 비용이 든다. 대체시설에는 사령부 본부, 행정국, 의료시설, 지원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시설(여기에는 오락 편의시설, 골프장 등 미군기능 수행과 직접 관련 없는 시설도 포함된다), 주한미군 및 가족 숙소, 포장도로, 가로등, 조경, 담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함으로써 미국이 추후에 다른 시설을 요구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또 그것도 모자라 '여타의 부지개발', '충분한 토지가 공여될 것이다', '기타 비용들' 등과 같이 항목이나 한도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표현하여 미국이 추후 임의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들이 협정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처럼 이번 협정 안은 굴욕적인 내용과 독소조항이 가득하여 국가간의 정상적인 조약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 이전비용이 30∼5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그 자체로서도 천문학적인 액수이지만 무제한적인 이전비용 부담의 굴욕성을 가리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둘째 우리 나라 안보와 관계 없는, 미국의 패권적인 군사전략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우리 나라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 안에 따르면 "대체시설은 기존 미군시설의 규모나 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이전될 기지의 임무와 기능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단순한 기존 시설의 이전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으로의 전환과 기동력·정밀타격력을 위주로 한 새로운 전쟁개념에 맞춘 미군기지 첨단화를 위한 이전임을 뜻한다. 이 같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역행하는 미군의 재배치에 우리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미군기지 기능 강화를 위한 비용 부담은 굴욕적인 90년 용산 기지 이전 합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철회되어야 한다. 셋째 현재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은 한미소파에 근거하여 진행돼 왔는데, 사실 한미소파는 시설과 구역의 공여와 반환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고 그밖의 미군기지 운용에 따른 모든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정 안은 한미소파에 근거해 볼 때 원천적으로 무효이므로 재협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지난 6차 회의 때 이전비용의 90% 현물지급과 비용집행의 통제 등을 관철하여 마치 비용부담을 크게 줄인 것처럼 선전하였으나 이는 눈 감고 아웅하는 것이다. 현물지급은 미국 측 초안에 벌써 들어가 있던 것으로 새삼스런 것이 아니고 미국이 지정한 자재를 우리가 돈만 낼뿐이므로 비용 절감 효과도 전혀 없다. 비용집행의 통제도 정부의 말과 달리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닌 사후확인에 불과하다. 영업권 보상과 청구권도 표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라고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사실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