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4. 3. 6] 대북한 공격력 강화와 동북아 군사패권강화를 노린 미군재배치- 서재정 교수(평화누리 통일누리 45호 2004. 1.)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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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한 공격력 강화와 동북아 군사패권강화를 노린 미군재배치

서재정(미국 코넬대 교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25일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재배치를 본격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작년 4월 시작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를 통해 논의되던 주한 미군 재배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러한 미군의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북에 대한 미군의 공격력을 강화하여 한반도 안보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아시아 태평양 일대에 대한 미군의 개입능력을 강화하여 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군비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의 평화)를 이루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군 재배치는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21세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대북 군사력 강화

미국은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면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따라 오산 비행장과 평택항을 통해 이동이 용이한 점을 고려해 전체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신속기동군의 타격 목적지가 반드시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신속기동군이라는 군사조직의 변화는 변화된 무기체계와 작전개념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신속기동군의 한강 이남 배치는 대북 군사력 강화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 왜 미군의 후방배치가 대북 공격력 강화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가?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점은 미군의 후방 배치가 미군의 생존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1994년 '북핵위기'가 한창이었을 때 미국이 군사력 사용을 검토했으나 엄청난 피해가 예견되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포기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북한이 전방에 배치해 놓은 1만 여기의 장거리포가 미군을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에 군사력 사용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특히 서울 이북에 배치되어 있는 미2사단을 북의 장사포로부터 보호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세계최강 미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것이고, 북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안전판이었던 것이다.

이후 전방에 배치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이 강구되었다. 특히 북의 장거리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배치되었으나 이것이 이상적으로 기능하더라도 북의 초탄 2-3발은 어쩔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북의 포대를 공격할 다연장포 등 공격용 무기도 증대됐으나, 1만여기의 장거리포를 선제공격으로 한꺼번에 무력화시키기 전에는 전방에 배치된 미군을 보호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군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의 장거리포가 미치지 못하는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오산 평택이 미 2사단의 재배치 지역으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러한 재배치는 미군의 생존성을 높이므로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독트린 이행이 용이해진다. 한편 북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단의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점은 사실 미군의 후방 배치라는 위치변화보다, 군사작전이 공세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가 선제공격을 공식적으로 채택, 필요하다면 예방전쟁 차원에서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고 정권교체와 영토점령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침략적 전쟁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상대로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 정책과 전략을 이행하는 군사전술도 공격적이다. 미군은 적군과 전선을 형성해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적군의 지휘부를 최우선 순위로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즉 이라크전쟁에서 '충격과 공포'라고 불렀던 작전과 같이, 전쟁 초기에 막강한 공군력과 미사일 능력을 동원하여 적의 지휘부와 지휘통제 시스템을 파괴·교란시킨다는 전술이다. 수뇌부와 중추신경계를 파괴하여 적군을 마비시킨 후에도 적군과 일일이 정면전을 하기보다는 우월한 기동성과 정보능력을 이용하여 핵심적인 거점을 장악하는 첨단 기동전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 전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오산·평택이 유리하다. 현재 휴전선을 따라 배치된 군사력 밀도는 매우 높기 때문에 휴전선을 돌파하는 전통적 기동전을 구사하는 것은 북한군이나 한미연합사나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동전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공중과 해상으로 군사력을 후방에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배치되어 있는 미2사단은 M1 에이브라함 전차나 브래들리 장갑차와 같이 무겁고 공수가 거의 불가능한 무기체계로 무장되어 있다. 미군 재배치가 완료될 시점이면 미2사단 휘하 2개 여단은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같은 최신예 무기체계로 무장된 스트라이커 여단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 여단의 특징은 가벼운 무기체계로 무장이 되어 C17 수송기나 군함으로의 수송이 쉽다는 점이다. 공군 기지와 항만을 끼고 있는 오산·평택은 북한의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타격한다는 작전계획을 이행하기에 이상적인 기지인 셈이다.

"군사혁신"

"전쟁기술의 혁명은 점차 크기나 무게보다는 기동성과 신속성으로 규정된다. 영향력은 정보로 측정되며, 안전은 은폐술로 증대되고, 군사력은 정확한 유도무기의 긴 포물선을 따라 투사된다. 이러한 혁명은 우리 국가의 능력과 우리 국민의 기술, 우리 기술의 우월성과 완벽히 일치한다. 평화를 수호하는 최상책은 전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1999년 9월 연설)

부시 대통령이 선거유세 기간에 했던 위의 연설은 미군 재조정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양보다는 질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군을 개혁, 냉전시기의 구식군을 21세기 최첨단군으로 환골탈태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앤드루 마샬국방장관 고문이 내세운 '군사혁신'이라는 화두는 이제 바야흐로 현실이 되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새로운 작전개념, 이와 걸맞는 군사조직이라는 삼박자를 결합하여 군사력을 혁신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군사혁신'은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진두지휘 아래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미군 개혁은 이미 2001년 발표된 '4개 년 국방검토'에 그 청사진이 제시됐으며, 수 차례의 워게임에서 검토를 거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실전에서 검증을 받은 후 힘을 받아 탄력 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 군사혁신은 우선 발달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무기체계 개발에 도입하여, 정확하면서도 살상력이 높고 이동배치가 용이하며 아군의 생존성을 높여주는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신 무기체계 중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미사일방어체제이며, 육군용으로 개발된 스트라이커 장갑차군이다. 공군은 초음속폭격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음속의 8배에 달하는 속도로 날게 될 이 폭격기는 5.5톤의 무기를 싣고 미국 본토에서 발진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2시간 이내에 치명적인 폭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비해 현재 미군이 운용 중인 B-2폭격기는 전세계 폭격이 가능하지만, 이라크 전에서 보듯이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를 이륙해 폭격이 이뤄지기까지 37시간이 걸렸다. 해군은 적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항해속도는 향상시킨 신형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또 지난 12월 지하사령부와 통제센터, 숨겨진 무기 창고를 파괴하기 위한 '벙커-버스터' 소형 핵무기 개발 연구에 750만 달러, 초정밀 공격에 유용할 것으로 평가되는 저준위 핵무기 연구에 600만 달러를 각각 배정하는 등 신형 핵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무기 개발과 함께 작전개념과 군대 조직도 혁신적으로 개혁하고 있다. 적과의 대치선을 중심으로 전선을 형성해서 싸우는 기존의 개념을 버리고, 적의 지휘부와 지휘통제 체제를 우선적으로 공격한다는 작전으로 이행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적군에 대한 정보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적 타격에 쓸 수 있는 정밀무기와 실시간 정보시스템의 통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보력과 살상력, 기동력의 우위가 주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작전개념은 "정보·정밀·기동전"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전쟁은 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의 핵심부와 후방, 측면 등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군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적군을 단시간에 와해시킨다는 것이다.

미군 구조도 이에 걸맞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스트라이커 여단이다. 기존의 육군은 M1 에이브라함 전차와 브래들리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된 부대와 이러한 중무기가 없는 경보병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러나 중무장 부대는 신속한 전개가 불가능하고 경보병은 신속전개가 가능한 대신 적의 화력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여 등장한 것이 잠정여단전투팀으로 이 부대는 신속전개가 가능하면서도 적의 화력을 막아 낼 수 있고 적을 제압하는 화력을 보유한 부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계열 무기체계로 무장되었고, 군인 수는 기존 여단보다는 작으나 실질 전투력은 더 강하다. 이러한 군 조직의 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등장한 것이 합동전 조직이다.

미군은 이렇게 첨단무기+신작전+신조직의 삼위일체로 21세기 첨단군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도 이뤄지고 있는데, 그 특징은 △미군이 차지하고 있는 하부구조 면적의 축소 △동맹국을 보호하고 적국을 막아내기 위한 해외주둔의 지속 △유사시 필요한 장비와 보급물의 사전배치 △세계적 차원에서의 군사력 운용 △유사시 필요한 지역에 군사력 집중 능력 등이다. 다시 말해서 해외주둔 미군 수와 기지 면적은 축소하되, 미군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필요한 지역에 군사력을 신속하게 집중시킨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와 함께 무거운 무기체계와 보급물은 현재 한반도 해역과 인도양 등에 배치해 놓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전에 전진배치, 미군의 이동과 집중을 쉽게 한다는 방침이다.

주한 미군 재배치와 2004년 미군 기지 건설예산

주한 미군 재배치는 이러한 구상 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캠프 험프리(평택기지)내 군시설 신축예산안을 이미 승인했다. 승인된 예산안은 험프리 기지 병영 건설에 3천6백만 달러 이외에도, 오산 공군기지에 113세대용과111 세대용 가족 숙소 2동을 신축하는데 3천570만 달러와 4천476만 5천 달러를 각각 책정했다. 오산 공군기지는 이외에도 156실 규모의 기숙사 2동을 건축하는데 1천6백63만8천 달러와 1천502만4천 달러를 배당했다.

해외주둔 미군 전문지인 성조지의 지난 12월12일 보도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에서 200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690만 달러 규모의 영내매점 건립공사가 지난 12월10일 시작됐고, 장병 40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막사 착공식이 열렸다. 2004년 오산 평택 지역의 기지 건설비로만 1억4천813만2천 달러라는 예산이 책정되었고, 캠프 험프리에서 멀지 않은 캠프 탱고의 지휘통제 (C4I) 시설의 강화에 1천260만 달러, K-16공군기지에는 4천만 달러가 할당되었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7백여만 달러를 들여 비행기 격납고 강화작업을 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의 또 다른 중심기지(hub)가 될 대구 부산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책정되었다. 적어도 2004년에는 부산 지역에서는 신규 건설작업이 없을 것이며, 대구 지역에만 약 3천만 달러가 배정됐다. 이중 캠프 캐롤에 2천만 달러를 들여 미혼자 막사를 짓고, 캠프 워커에는 1천2백만 달러 규모의 막사를 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두천에도 1억 달러 이상이 배당되는 등 이 지역이 '찬밥 신세'만은 아니다. 동두천에 있는 캠프 케이시에 4천1백만 달러와 4천5백만 달러를 들여 막사 2개동을 건립할 계획으로 있고, 이에 인접한 캠프 호비 막사 건설에 2천5백만 달러가 배당됐다. 이것은 한강 이북에 있는 주한 미2사단 예하의 군소 기지를 모두 통합해 의정부와 동두천으로 옮기겠다는 계획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에서는 용산에 가족용 숙소의 "교체 건설" (replacment construction) 명목으로 310만 달러, 미군 교육시설의 "MS 교체"로 3천168만3천 달러가 계상됐다.

이상과 같은 내년 군사시설 건설예산 배분실정을 볼 때 미군이 오산 평택을 중심으로 미군 재배치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잔류부지 면적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한미연합사령부 및 유엔군사령부를 한강 이남으로 완전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주한미군이 되풀이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일련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미군의 입장에서 이제 잔류부지는 큰 고려사항이 아닐뿐더러 이 문제를 협상압박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군사혁신'이라는 신개념에 입각해서 군 개혁과 재배치의 길로 성큼 나서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구상대로 미군 군사혁신과 재배치가 완료되면 미군은 대북 전쟁력도 강화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개입 능력도 증대, "토끼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한반도 위기고조와 아시아 안보불안이라는 "2중고"를 안게 될 것이다. (2003년 12월2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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