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03] [성명서] 고건총리의 용산기지 이전사업의 원활한 추진 지시에 대한 평통사의 입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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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고건 총리의 용산 기지 이전사업의 원활한 추진 지시에 대한 평통사의 입장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총리는 지난 4월 1일 외교통상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참여정부 출범시 대외적으로 한미관계가 아주 불편했고, 최악의 상태까지 갔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우선 순위 1번은 한미동맹관계의 발전"이라며 '전방위 대미 외교'를 주문하는 한편 한미간 이해 증진을 위해 특별히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원활한 추진 등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한미관계에 대한 이 같은 고 총리의 시각이나 발언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 덕수궁터 미대사관 신축 문제, 북한 핵 문제, 이라크 파병 등의 국가적 사안들에서 미국이 자신의 일방적 요구를 한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부당한 현실을 외면한 채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우리 국민의 정당한 노력을 폄하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 같은 고 총리의 발언은 용산 기지 이전 협상 등 중요한 한미관계 현안에서 미국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수용하도록 지시하는 발언으로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지시가 아닐 수 없다.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4월 1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다음달(5월)로 예정돼 있는 8차 미래 한미동맹 회의에서 협상이 끝나고 4월15일 한국 총선 후 6월 1일 시작되는 새 국회에 재배치 계획이 제출돼 승인과 비준을 거쳐 올해 안에 완료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은 우리 나라에 이전비용 전액 한국 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을 주 내용으로 하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압박해 왔다.
고 총리가 8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를 얼마 앞두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도록 지시한 것은 이같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협상을 타결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굴욕적인 내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가 잘못된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이전비용 액수를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감사원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해 놓고 있다. 당연히 용산 기지 이전협상은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광범한 국민 여론을 수렴한데 기초하여 재협상해야 한다.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도 용산 기지 이전 협상의 굴욕성과 불법성을 제기하며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미국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사령부의 행정요원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을 상당한 규모로 감축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은 이 같은 주한미군 병력의 감축계획을 사전에 충분히 감안한 가운데 이뤄져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이며 이런 점에서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으며 서두르면 불리해질 뿐이다.
이에 우리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을 원활히 추진하라는 고 총리의 지시를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정부에 촉구한다.
만약 정부가 미리 협상 타결 일정을 정해놓은 채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는 모양 갖추기 차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전면 재협상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협정 타결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온 국민과 함께 굴욕적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히 투쟁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해 둔다.
2004. 4. 3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