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2] [한겨레] 사설 - 용산기지 이전 비용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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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이전 비용 040602
오는 7일 열리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전 비용을 우리가 모두 부담한다는 정부의 협상 태도가 사리에 맞지 않음이 갈수록 명백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전비용으로 최대 40억1800만달러(4조8000억원)를 추산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용산기지 이전이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진행되는 터에 엄청난 이전비용을 미국이 한푼도 부담하지 않고 한국 정부에 씌우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을 먼저 제의한 쪽이 비용을 모두 부담키로 했다는 정부의 ‘합의각서’ 준수 주장은 이 각서가 미국의 강압에 따른 것이었기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백보를 양보해 이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 뒤 십 여 년이 흐르며 사정이 크게 바뀌었다. 최근 확정된 용산기지 이전 방침은 우리 바람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디펜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미국 국방부가 한국을 다른 지역에서의 임무를 위해 미군 병력을 전개하는 중추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미 동맹의 미래를 둘러싼 심각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전반적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이전비용을 도맡을 수밖에 없다는 정부 태도는 굴욕적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한미군이 얼마나 감축될지, 어느 부대가 남게 될지, 주한미군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미군기지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될지도 미처 정해지지 않은 터에 한참 뒤에 나올 얘기인 용산기지 이전 비용를 먼저 결정하는 것도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비용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수준만큼 이전비용을 깎아보겠다는 소극적 태도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