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0] [연합] 미군 재배치에 동두천 주민 집단행동 본격화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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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재배치에 동두천 주민 집단행동 본격화>
[연합뉴스 2004-06-10 16:15]
장래 걱정 한숨속 `특별법' 제정에 한목소리
미뤄왔던 미군부대 농성도 조만간 실행할듯
(동두천=연합뉴스) 김정섭 기자 = 미군 감축 및 재배치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경기도 동두천시 지역이 '장래 걱정'에 깊은 `시름'에 빠져있는 가운데 현지 주민들이 "이대로 앉아 침몰할 수는 없다"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등 집단 행동에 본격 나서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7일 여의도 옛 한나라당사 앞 시위를 계기로 적극 참여자세로 바뀌어 50년간 침묵했던 목소리를 한꺼번에 낼 태세인 데다 각 단체들도 연대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등 향후 동두천의 목소리는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요구 및 반발
가장 먼저 집단 행동에 나선 동두천시 미군현안대책위(위원장 박수호 시의회 의장.47)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
대책위는 "미군기지가 짧은 시간내에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될 경우 미군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 특성상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특별법을 제정,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대강 50년간 안보를 담보로 희생해 온 대가로 산업기반시설 유치, 1천만평으로 추정되는 미군 공여지 동두천시 반환, 미군 주둔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제도 마련, 국가지원사업의 조기 시행 등이 포함돼 있다.
대책위는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정책에서 동두천시를 포함한 수도권을 제외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의 주민 직접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박수호 위원장은 "반환 기지를 시가 고스란히 돌려받고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돼야 이 곳에 대규모 산업시설을 확충, 무너져가는 자립 경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난 1월 특별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무법인 덕수에 용역을 맡겼으며 이달 말이면 완성품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동두천시 미군현안대책위는 지난해 5월 시의회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교수, 문화.예술인과 관내 38개 각종 단체가 총망라돼 구성된 이후 정부에 이런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2006년말 미2사단 군소기지 의정부.동두천 주요 기지로 통합'이라는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단이 드러나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발끈하고 있다.
대책위 홍석우(45.시의원) 사무국장은 "미군기지 재배치에는 군사적인 부분 뿐만아니라 당장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해당 지역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지만 우리는 정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두천 지역경제
동두천시는 전체 면적(95.68㎢)의 42% 가량인 40.53㎢가 미군 공여지로 1만여명이 넘는 미2사단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다.
시가 파악하고 있는 미군 관련 직접 생업 종사자는 3천600여 가구로 미군 상대 상가가 400여 곳에 이르고 미군부대 종사자는 3천200여명에 달한다.시 전체 인구의 20% 가량인 1만5천여명이 미군에 생존을 걸고 있는 것이다.
2003년 기준으로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 규모만도 1천400억원으로 시 전체 예산(1천304억원)보다 많고 지역내 총생산(7천800억원)의 18%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동두천시 산업 구조는 서비스업이 73%, 제조업은 8%에 불과하다.
이는 경기도 평균(14%)은 물론 전국 평균(12%)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지역 경제가 지나치게 미군에 의존하는 왜곡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여건에 자녀들 시집 보내기도 어려울 정도의 기지촌 이미지까지 보태지면서 인구는 2000년 7만6천여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1천여명씩 줄고 있다.
미군 업소들이 모여 만든 특수관광협회 최 범 광암지부장은 "미군이 일시에 빠져 나가면 미군 관련 직접 생업 종사자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암담한 것이 현실"이라며 "2차적으로 동두천 지역 사회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 지역 경제는 최근 수년간 미군 숫자가 줄고 반미 여론이 고조돼 미군 외출이 줄어 들면서 이미 고사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미2사단 2여단(캠프 호비) 이라크 차출 방침이 발표된 직후 캠프 케이시 앞 상가 중에는 벌써부터 임대 광고가 나붙고 있을 정도다.
캠프 호비 앞에서 신일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병석(60)씨는 "10여년간 상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미군이 모두 빠져나가면 우리는 그대로 파산"이라고 한숨지었다.
▲전망
동두천 주민들의 대책 마련 요구는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미군 현안대책위는 다음주초 다시 총회를 열고 그동안 미뤄왔던 미군기지 앞 농성에 돌입키로 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또 동두천 시민연대는 인근 의정부.연천군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홍석우 사무국장은 "특히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던 주민 격려가 쇄도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는 등 한 곳으로 힘을 모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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