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11] [성명서] 팰런 등 미군 고위관계자의 미 의회 증언에 대한 평통사 입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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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런 등 미군 고위관계자의 미 의회 증언에 대한 평통사 입장
지난 3월 7~8일(미국시간) 윌리엄 팰런 미태평양사령관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 국방예산 심의 청문회와 하원 세출위원회의회 보고에서 ▲ 유엔사령부의 ‘다국적 연합군(coalition) 기구'화, ▲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증진 및 한미동맹의 광역동맹화,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증대, ▲ 주한미지상군병력 지속적 감축 등에 관한 보고와 발언을 하였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 안보 구도, 우리 국민 생존에 근본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차대한 내용들이다.
우리는 우리 국민의 운명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런 내용들이 미국의 손아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경악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유엔군사령부는 ‘다국적 연합군’으로 강화될 것이 아니라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벨 사령관은 “참전국들의 (유엔군사령부에서의) 역할을 늘리고, 유사시와 작전계획 수립에 이들을 완벽하게 통합시킴으로써 진정한 다국적 연합군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한미연합사) 창설에 따라 정전협정 준수로 축소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임무와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으로서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구조의 일대변화를 초래할 중차대한 문제다.
미국이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인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이른바 북한 급변 사태 시 대북 군사적 개입의 합법화를 꾀하고, 나아가 북한을 점령할 경우 그 지역에 대해 군정을 실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와 작전계획 수립에 이들을 완벽하게 통합시킴으로써 진정한 다국적 연합군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는 벨 사령관의 발언은 이와 같은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 주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강박하여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직전 수준까지 보완·발전시키는 전략기획지침을 이른 장래에 작성하기로 한 것도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미간 작전계획은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공통의 작전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와 같은 불법적 기도의 근거로 유엔군의 38선 북상을 인가한 1950년 10월 7일의 ‘통일·독립·민주 정부의 수립’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1953년 휴전협정 체결, 또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한 1953년 8월 28일의 유엔총회 결의 등에 의해 대체되거나 그 효력이 정지되었다. 더욱이 유엔사 해체를 결정한 1975년 총회 결의와 이에 따라 유엔사 해체를 고려한다는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의 발언은 1950년의 유엔총회 결의를 근거로 한 북한에 대한 무력개입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 주는 것이다.
미국이 유엔사 강화를 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작전통제권을 사실상 유엔사로 넘기려는 포석이다. 미군은 작전권의 전면 반환이 아니라 한국군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유엔사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1978년 10월에 체결된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관련 교환각서에 따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작전통제권이 자동적으로 유엔사령관에게로 환원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고 해서 작전통제권이 자동적으로 유엔사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1954년 합의의사록에 따르면 한국이 유엔사령부에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조건은 “국제연합사령부가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한 책임을 부담하는 동안”으로 되어 있고, 1978년 한미연합사 관련 약정(TOR)에 따라 연합사가 한국 방어를 책임지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준수를 책임지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곧 한국 방위의 책임을 한국이 진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작전통제권은 유엔사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한국으로 환수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미국이 유엔사 강화를 꾀하는 이유는 또한 향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시 미군 철수 압력을 회피하여 주한미군의 입지와 근거를 마련하려는 데 있다.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사는 당연히 해체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대두되게 될 것이다.
한미양국이 한미동맹안보정책구상(SPI)회의를 통하여 ‘통일 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유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미래 한미동맹 비전’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오는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 보고하려는 것은 이에 대비한 포석이다. 유엔사를 ‘다국적 연합군’으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의도도 한미연합사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비하여 주한미군 주둔의 새로운 근거와 틀을 만들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엔사는 유엔 헌장상의 기구가 아니라 미군 지휘의 다국적 통합사령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하여 1950년 7월 7일의 유엔 안보리 결의는 “병력과 기타 지원을 한국에 제공하는 모든 회원국은 이러한 병력 및 지원을 미국이 통제하는 통합사령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유엔사가 유엔의 통제가 아니라 미국의 통제 하에 있는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주는 근거다. 또 “통합사령부의 해체는 유엔의 어떠한 기구의 책임 범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문제”라는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도 이를 입증한다. 더욱이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는 유엔사 해체를 결의하였다.
따라서 유엔사는 미군이 지휘하는 다국적 사령부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미 오래전에 해체했어야 할 기구다. 그런 유엔사를 미국의 불순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강화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해 당사자인 북과 중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이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기도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유엔사를 한국군에 대한 새로운 작전권 장악과 미군철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틀로 삼는 한편, 북 급변 사태 시 북에 대한 불법적 개입과 점령을 합법화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기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미국이 아무런 조건없이 작전통제권을 조기에 전면 반환하고 이와 동시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를 해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및 한미동맹의 광역동맹화 기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팰런 사령관은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이 더욱 크게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시야가 (한반도 너머의) 지역 안보 및 안정으로 확대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한미동맹은 비재래식 위협들과 중국의 군사현대화, 남북한간 화해 가능성 등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춰 적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한미동맹의 광역동맹화를 통하여 주로 북과 중국에 대한 대응을 겨냥하면서 장기적으로 자국 중심의 동북아 패권을 유지·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국 해군 제3함대 기지에 “핵추진 항공모함 정박 부두”를 건설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이런 의도는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환경의 근본을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의 의도가 관철될 경우 우리나라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최하위국으로서 북과 중국을 겨냥한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북과 중국은 미국의 이런 기도에 격렬히 반발할 것이고 이로 인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은 고조되어 새로운 냉전체제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해지고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통일에도 중대한 난관이 조성될 것이다.
미국이 이런 요구를 들이대는 것은 지난해 11월 한미정상이 경주선언을 통해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올 1월 한미장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노골적인 대중국 포위동맹 요구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가치동맹 전환 및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우리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걸고 미국의 기도를 파탄내지 않으면 안 될 중차대한 문제다. 지금 우리는 주한미군의 북에 대한 공격과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포위를 노리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허용함으로써 우리 운명을 송두리째 미국에 저당 잡히느냐, 아니면 상당한 정치경제적 위기가 닥치더라도 미국이 우리 민족에 강요하는 독배를 거부하여 생존과 평화의 활로를 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우리는 제국주의적 패권 야욕에 눈이 멀어 우리 민족의 숨통을 틀어막으려는 미국의 기도를 엄중히 규탄하며 이런 불법 부당한 요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미국이 자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이처럼 무자비하게 짓밟으려 한다면 되돌이킬 수 없는 민족적 항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이제까지의 대미 굴종과 대국민 기만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정권의 운명을 걸고 민족 파멸을 불러올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대중국 포위동맹을 단호히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3. 침략전쟁 뒷받침하는 주한미군 경비지원금(방위비분담금) 협정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벨 사령관은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공평하게 적절한 방위비분담을 할 용의가 있느냐가 미군의 한국 주둔을 원하고 필요로 하고 존중하느냐에 대한 확고한 징표”라고 전제하고, “균형 잡힌 방위비 분담이 동맹의 힘에 근본적인 요소”라면서 “양국의 동맹 파트너십의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고 주한미군을 합당하게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벨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패권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주한미군 주둔을 마치 한국민의 요구에 따른 미국의 시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실상 주한미군 철군카드를 동원하여 우리 정부에 주한미군경비지원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행위이다.
또한 벨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의 계기가 바로 미 의회 국방예산 심의 청문회였다는 사실은 미국의 침략적인 세계패권전략에 따라 천문학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는 자국의 국방예산 소요를 동맹이란 미명하에 어떻게든 우리나라에 전가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혈세가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고조시킬 뿐인 미국의 침략적인 세계패권전략의 지원금으로 소요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주한미군경비지원은, 미국 강요하여 맺은 ‘한미SOFA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주한미군경비지원금협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모법인 한미SOFA 제5조 ‘주한미군의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규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더욱이 한미당국이 내세워왔던 ‘한국방위’라는 주한미군 경비지원의 명분마저 대북 선제공격과 대중국 봉쇄를 핵심적 목표로 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으로 상실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주둔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주한미군이 나가기 전까지 주둔비용을 받아내는 것이 합당한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경비지원금협정은 당장 폐기되어야 하며, 주한미군경비지원금뿐만 아니라 각종의 주한미군 직간접 지원과 주한미군재편에 따른 이전비용 지원, 환경오염치유 비용 등 일체의 주한미군 관련 비용 지원이 중단되어야 한다.
4. 주한미지상군 추가 감축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 강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팰런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감축 등 역할 변화에 대하여 “한국 정부는 분명히 한반도에서 특히 지상 군사작전의 경우 더 많은 책임을 맡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런 바람이 한·미간 협력을 통해 실행력있는 계획으로 발전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팰런 사령관은 한미간 지휘통제 논의의 결론에 따른 미지상군 역할 변화를 전제하긴 했지만 주한미군 규모에 대하여 “당연히 다른 숫자가 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추가 감축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발표된 미국방부의 <4개 년 국방개혁검토보고>(QDR)는 미국 본토 방어를 중심으로 한 추가적인 해외 미군기지 조정과 재편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또 2004년 5월 미의회 예산국(CBO) 연구보고서 <육군의 해외 기지 변화를 위한 대안>에서는 ▲ 1천명의 수용부대(reception forces)만 남기는 사실상 지상군 전면 철수 안, ▲ 1천명의 수용부대를 남기고 4천여 명의 여단전투부대(BCTs)를 순환 배치하는 안도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된 바 있다. 이 밖에도 한미양국 사이에는 이미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의 해체·축소 또는 하와이 이전도 계획되고 있다.
주한미지상군이 추가로 감축된다면 그것은 곧 지상군이 집중될 평택의 K-6(캠프 험프리)기지의 병력이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력이 축소되면 기지의 규모도 축소되는 것은 당연하다. 1천명의 수용부대만 남게 된다면 기지는 확장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3천여 명이 주둔해왔던 기존 기지도 대폭 축소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주한미지상군 추가 감축이 기정사실화됨으로써 평택기지확장 문제에 중대한 상황변화가 발생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합의라는 명분으로 기지확장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하여 ‘전략적 유연성’과의 연관성, 비용 상승문제, 환경오염 복구문제, 무엇보다도 현지 주민 등의 완강한 반대 등 온갖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위한 강제토지수용절차가 강행되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재정적 비용을 낭비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주한미군 추가 감축이 예고되는 상황이므로 주민의 억울한 희생과 심각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우선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강제토지수용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6. 3. 11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