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1] (파주 무건리)군사훈련장 반대를 위한 주민결의대회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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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5일, 경기도 파주의 오현리에서는 마을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체육대회는 40년 가까이 계속되어온 마을의 오래된 행사로 현재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물론 고향을 떠나 타지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고향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그러한 잔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예년과 많이 달랐습니다. 국방부에서 이곳(오현1리와 오현2리,직천1리와 직천2리)을 무건리를 중심으로 하는 한미공동군사훈련장 확장지로 지정하여 협의매수를 본격화 하고 있고, 올해나 내년정도가 마지막 잔치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은 물론 타지에 나가있다가 고향을 찾은 사람들도 고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밝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점에서 올해의 체육대회는 마을주민들의 친목도모이외에 또 하나의 다른 이유를 갖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국방부의 일방적인 통고와 다름없는 군사훈련장 확장 공청회를 무산시키고, '무건리훈련장백지화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대국민 서명전등과 같은 주민들의 자발적 반대운동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의 마을잔치는 고향을 지켜내고 국방부의 일방적 훈련장 확장계획에 대해 항의하는 결의대회의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직천1리 이장인 심석보씨는 대회사에서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 오랜만에 고향사람들이 모여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 좋은 날이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건 아마 여러분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갖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좋은 날이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도록 저와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의발언에 나선 윤병설 무건리훈련장백지화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세월 우리는 많은 것을 참고 견뎌왔다. 국가안보를 위하는 일이라고 해서, 나라발전을 위하는 것이라고 해서.. 마을로 전차가 지나다녀 집이 금이가고 참아왔고, 군차량들의 소음에 아이들이 울어도 참아왔다. 심지어 그러한 차들에 우리 아이들이 치여 죽어도 우린 참아왔다. 하지만 국가가 우리에게 해준 것을 도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참아온 우리에게 이젠 고향마저 떠나라고 하고 있다. 이제 우린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며, 무건리 훈련장 확장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 한다' 분을 토하였습니다. 이어 윤위원장은 다음의 5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와 국방부에 요구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였습니다.
첫째, 무건리 군사훈련장 확장을 즉각 중단할 것!
둘째,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자행되고 있는 건축규제를 풀 것!
셋째,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만들어주던지, 군차량이 마을을 통과하지 말고 우회할 것)
넷째, 지난 세월 군사훈련등으로 인해 주민이 받은 고통에 대해 피해보상을 할 것!
다섯째, 지난 5월27일 있었던 사건(훈련중이던 미2사단 군인이 이곳주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 사건)에 대해 명백하게 서면사과 할 것!
결의대회가 끝나고 다시 체육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친구들과의 사는 얘기에, 한순배씩 도는 술잔에 잔치는 무르익어 갔습니다.
서울로 오는 차안에서 한 주민의 푸념같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고향이 있어야지, 고향이 있으니까 이렇게 얼굴 보는거 아니겠어.. 자식하고 손주놈들에게도 언젠가는 찾아올 고향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분이 서명을 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잔치는 잔치지요^^ 푸짐한 음식에 술도 한순배 돌고~
드디어 체육대회 시작~
한켠에선 아이들의 운동회도 시작 되었네요^^
'참고참고 살아온 우리에게 이젠 이 땅마저 떠나라고 한다' 며 울분을 토하는
. . . . *<무건리 군사훈련장 확장계획에 대한 보충설명>*
- 평통사가 파주의 무건리의 상황에 대해 처음 접한것은 지난 5월27일, 훈련중인 주한미군이 마을주민에게 총구를 겨누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기위해 방문하면서부터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에가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진행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무건리에는 이미 550만평규모의 종합군사훈련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국방부는 인근지역인 오현리와 직천리 그리고 비암리 일부를 포함하여 두배 규모인 1,100만평 규모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행 LPP의 내용중 '군사훈련장'부분을 간단히 정리하면, 2011년까지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군사훈련장의 일부를 한국에 반환하고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미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훈련장을 조성하여 미군에게 제공토록 한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합리적인 듯해 보이는 한미간의 이러한 협정은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미국의 이해가 관철되어 있슴을 알게 됩니다.
우선적으로 이러한 공동군사훈련장이 운영되면, 주한미군은 독자적으로 훈련장을 운영함으로써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대폭 감축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현재 문제되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있게 되겠지요. 아울러 이러한 훈련장의 반환을 이유로 주한미군의 이전비용까지 한국정부에게 부담시키려는 의도를 관철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부분은 이러한 대규모 군사훈련장을 통해 주한미군의 전쟁수행능력의 향상은 물론 주한미군과 한국군과의 상호연계성의 강화, 즉 군사적 일체성의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다시 미국의 현재 진행시키고 있는 세계군사전략인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미국이 한국에서 구상하고 있는 전략적유연성의 큰 틀은 평택,오산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형 전투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구,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병참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분산되어 있는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집중화,효율화 그리고 기동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군사력이 보다 강력하게 기능할 수 있는 훈련여건의 조성과 주둔지군대(한국군)와의 상호보완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경기북부에 있는 두개의 주한미군 전용훈련장(215만평규모의 스토리사격장과 175만평규모의 다그마노스 기갑부대훈련장), 강원도 영월의 1800만평규모의 필승사격장 그리고 무건리일대에 들어서게 될 대규모 종합군사훈련장등이 그것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무건리의 경우는 지난 1982년에 처음 훈련장이 조성될 당시, 거주하던 주민들(230세대 800여명)을 강압적으로 쫒아내고 건설되었으며, 이때 쫒겨난 주민들이 다시 삶의 터전을 마련할 즈음에 다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평택의 대추리,도두리의 경우와 너무도 비슷하지요..)
이후 이 지역이 평택의 대추리,도두리와 같은 상황으로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략적유연성이라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이 이 땅의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으며, 미국의 의도대로 관철될 경우 우리민족은 이보다 더 무서운 고통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싸움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윤병설 무건리훈련장백지화윈원회 위원장
결의대회중 운동장을 둘러서며 진행된 주민들의 피켓시위
아무리 웃으라고 해도 너무 진지하네요...ㅠ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이 지금처럼 남아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