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1] 우근민 도지사에게 보내는 의견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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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제주도지사께 드리는 의견서>
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취소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의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귀하!
지난 6월 13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재윤 의원의 요청에 따라 공사 일시 중단을 시사했으나 해군은 공사 강행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귀하는 6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밝히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0일 해군과 건설사측이 해상준설 작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평화활동가를 집단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여 해군과 주민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회진상조사단은 6월 22일 정부 면담과 23일 공청회를 통해 해군의 민간인 폭행사실과 관련하여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7월말까지 연장된 진상조사단 활동과 주민 갈등해소를 위해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귀하!
2001년,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정부에 의해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정부가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입니다. 제주의 지정학정 중요성은 2001년 6월 개최된 제1회 평화포럼에 행해진 제주도지사의 개막 연설문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당시 귀하는 “일단의 팽창주의적 움직임 속에서 제주에 대규모 군사시설이 들어선다면 제주는 국제적 위험성 앞에 노출되고 말 것”이라면서 제주에 어떤 종류의 군사시설도 만들어져는 안 될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귀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지금 제주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편에서는 ‘세계 7대 경관’ 선정을 위해 제주도내 모든 공무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애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연일 인권유린을 자행하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해군과 삼성 대림 등 건설사 측에 의해서 강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도민들이 평화의 섬 지정에 배치되는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많은 지식인과 평화운동가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야말로 군비경쟁에 몰두하는 동북아 지역에 민감한 ‘화약고’가 될 뿐임을 경고하며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귀하!
청정의 섬 제주도, 그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강정이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무단 토사유출, 올레길 쓰레기 대량방치, 지하수 폐공 무단 방치, 붉은발 말똥게 이식의 부실관리에 따른 말똥게 고사, 대규모 준설작업 등 천혜의 바다를 훼손하는 자연파괴 행위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럼비 바위를 콘크리트로 뒤덮고 바다를 메우게 되면 수많은 세월을 이어온 강정 해안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꿈과 추억의 흔적들도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국방부와 해군은 대양해군의 명분을 앞세워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여 평화의 섬 제주도를 미중 해양패권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대양해군 논리는 4월 29일 현존위협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국방개혁 법률안이 입법 예고됨으로써 사실상 폐기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야할 안보상 필요가 현저히 감소되었습니다. 또한 2007년 예산 통과 시 부대조건으로 명시했던 민군복합 기항지라는 제주해군기지가 현재는 군사기지의 성격만 남아 본래의 성격이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민관복합형 항구로 계획되어 있던 제주해군기지는 직접당사자인 제주도민의 총의가 모아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귀하!
지난 6월 23일 국회공청회에서 해군관계자는 제주해군기지는 미군이 사용할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제주해군기지가 미중간의 동북아 패권을 위해 사용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고, 이럴 경우 제주도가 미중 간 군사적 긴장과 갈등의 한복판에 놓이게 되는 것은 필연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외 무역규모를 보면 중국은 미국의 2배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제주에 있어서도 경제교류와 협력의 최대 동반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중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향후 제주의 번영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상대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런데도 이 곳에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은 유사시 제주를 군사적 공격의 표적으로 만드는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며, 한반도 평화협정 및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수립에 나서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치명적인 오점이 될 것입니다. 제주는 중국을 겨냥한 군사기지가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대화와 상생의 마당이 되어야 합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귀하!
우리는 귀하의 과거 행적과 오늘의 위치로 볼 때, 제주해군기지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주민의 분열과 대립을 야기하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결정적으로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 추진과정에서 온갖 기만과 회유, 불법과 폭력이 난무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도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평화활동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 사업을 강행하려는 귀하의 오만한 행태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4.3의 한이 서려있고 희생된 분들의 해원이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 곳 제주에 또다시 강대국 사이의 전쟁을 불러들일 수도 있는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입니까? 귀하는 평화와 주민과 환경을 모두 파괴한 그 위에 도대체 무엇을 건설하고 어떤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제주도의 경제적 이득이라는 허황된 논리에 사로잡혀 제국주의의 패권과 해군의 ‘밥그릇’, 건설자본의 탐욕을 챙겨줄 뿐인 제주해군기지건설에 앞장서는 귀하의 반평화적이고 반민주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우리는 귀하가 온몸을 던져 투쟁하는 이들의 절규를 경청하고 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취소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를 통해 강정마을 주민과 도민의 갈등을 해소하고 제주도가 진정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앞장서주기를 호소합니다.
2011년 7월 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