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5] 한겨레 기고 _ 미국 MD참여를 위한 미사일 사거리 연장 (박기학 상임 연구위원)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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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늘리고 무인항공기의 탑재중량도 세계최고수준인 글로벌호크급 이상인 2,500kg으로 늘릴 수 있게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이 합의되었다. 그 진짜 의도가 무엇이며 왜 문제인지 살펴본다.
첫째 ‘북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한 미사일 지침 개정은 미사일전력에서 남이 북을 압도해 정당성이 없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이 총 800〜900기이며 이 중 남한을 사정거리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은 400기이고 KN-02를 포함해도 500여기 정도다. 남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이 1,170여 기로 양에서 북을 크게 앞선다. 더 중요한 성능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정확도와 탄두의 파괴력 면에서 우리와 전혀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10월 7일 브리핑)이라는 국방부의 말처럼 남한의 우위가 더욱 확연하다. 사거리 연장을 위한 현무미사일 900기 증강비 2조4천억 원(향후 5년간)도 국민혈세의 낭비다.
둘째 이번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북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것이어서 중대한 문제다. 국방부는 “실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지상에서 파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한다면서 “이러한 미사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탐지-식별-결심-타격이 가능한 체계(Kill Chain)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혀 사거리연장의 목적이 선제공격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미사일사거리 연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공식화된 선제공격기조의 ‘적극적 억제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이다. 또 미사일사거리연장은 MD의 선제공격 및 적극방어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은)일부 발사되어 아측으로 오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는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처럼 MD는 선제공격과 발사후 요격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거리연장’은 그 목적이 자위가 아니라 선제공격이라는 점에서 한반도를 극단적인 군사대결로 몰아가는 조치다.
셋째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은 미국 MD 참여에 그 목적이 있다. “미국의 MD에 참여하면서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을 부수적으로 확보”(2009년 청와대에 제출된 한국국방연구원의 비밀보고서)한다는 대미협상전략은 사거리연장이 독립적 사안이 아니라 미국MD의 일환임을 뜻한다. 올해 6월 14일 북 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포괄적인 연합방어태세’ 강화(한미 2+2공동성명)에 합의하였는데 이는 한미 MD 통합선언이며 미사일 사거리연장은 통합MD의 중요한 요소다. 국방부는 '포괄적 연합방어’가 미국한테 정보와 탐지 측면에서 지원받는다는 의미일 뿐이며 한국형 MD는 미국 MD와 다르다고 강변한다. 정보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MD는 무용지물인데도 애써 한국형MD를 미국MD와 분리하는 것은 MD자체에 대한 반대여론을 비켜가려는 꼼수이다. 국방부의 주장은 ‘한반도 MD’를 한미가 통합운영하고 한국군이 PAC-2발사대를 개량해 미군 전용 PAC-3를 사용키로 합의하는 등 금방 거짓으로 드러났다.
넷째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미국의 중국포위 전략에 가담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군은 이미 순항미사일이나 공대지미사일로 북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까지 늘리면 중국 최대도시인 상하이뿐만 아니라 동북부의 중장거리 미사일기지인 퉁화, 덩샤허, 이두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한미연합 MD의 작전범위가 이제 한반도를 넘어 중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이번 지침 개정이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전략의 적용이며 이로써 동북아시아의 군사력배치를 강화하는 효과와 함께 동맹국의 군사투입을 늘리고 미국의 군사 부담을 줄이는, 일거삼득이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러시아도 중장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 가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는 주권에 대한 왜곡된 시각일 뿐이다. ‘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MTCR)’나 ‘탄도미사일확산방지 헤이그 행동지침’ 등 국제규범을 어기고 군비경쟁에 불을 붙이는 것은 ‘주권’과는 무관하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타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탄도미사일은 우리나라를 방어하는데 불필요하며 오히려 안보불안만 야기한다.
■ 한겨레 지면상 일부분이 편집되어 원본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