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6] 졸속적인 9차 미군주둔비부담 특별협정 국회 비준동의 규탄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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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적인 9차 미군주둔비부담 특별협정 국회 비준동의 규탄 논평
국회가 오늘(16일), 9차 미군주둔비부담(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미국 퍼주기’의 대표적 사례가 될 이번 협정 비준동의안을 부결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대책도 관철하지 못했다.
첫째, 국회는 물가상승률이나 국방예산 증가율, 8차 협정 개시연도의 증가율보다 대폭 인상된 총액 규모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1조원 넘게 남아도는 미집행 부담금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도 관철하지 못했다. 이로써 우리 국민은 불필요하고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둘째, 당초 정부 방침이었던 미군기지이전비용 전용 방지장치 마련에 대해서도 과거에 정부가 말한 상황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미군기지이전비용 전용 양해를 받아들임으로써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개정협정 등의 위반 상태를 용인했다.
셋째, 정부는 ‘집행투명성 확보’ 등의 ‘제도개선’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오히려 8차 협정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던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88% 조항이 전면 삭제됨으로써 개선이 아니라 개악되었다. 국회는 이를 제대로 추궁하지도 못했고, 확실한 시정의 담보도 받지 못했다. 고작 ‘협정 발효 후 체결될 예정인 ‘이행약정’에 현물지원 비율 88%가 포함될 수 있도록 미측과 협의하겠다’는 정부의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약속을 미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군사건설비를 현금으로 받아 특수정보시설인 C4I(지휘통제정보체계)시설을 자신들이 직접 건설하기 위해 현물지원 88% 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넷째, 정부는 미군주둔비부담금 축적금 이자소득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CB(커뮤니티 뱅크)의 이자수익이 주한미군사 또는 미 국방부에 전혀 이전된 바 없음을 공식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또 “CB의 법적 지위와 그동안 발생한 이자 규모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따져나갈 것”이라면서, “만약 CB가 ‘민간은행’으로 판정될 경우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 등 관련 법령에 따른 필요 조치를 엄정하게 취해나갈 것이며, CB가 ‘미 정부기관’으로 판정될 경우에는 차기 협상 시 총액 규모 등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미군주둔비부담금 축적금은 주한미군사 또는 미국정부에 귀속된다. 따라서 그로부터 발생되는 이자 역시 주한미군사 또는 미국정부에 귀속되는 것은 당연하다. 커뮤니티 뱅크와 거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 서울지점이 법원에 낸 공문에도 미국정부가 이자소득을 얻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 뱅크의 법적 지위가 미국 정부와의 계약업무를 수행하는 ‘초청계약자’라는 것은 정부 문서(노동부,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노무조항 해설』, 2001, 4, 10~11쪽)와 김관진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국회사무처, <제322회국회 국방위원회회의록>, 2014. 2. 19, 68쪽) 과정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제 와서 커뮤니티 뱅크의 법적 지위 확인 운운하는 것은 사태를 오리무중으로 만들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려는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정부의 이 같은 위기모면식의 기만적인 대응을 뛰어넘지 못함으로써 이자소득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일단 놓치고 말았다. 정부가 내놓은 향후 대책도 미국 정부와 커뮤니티 뱅크 등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국회는 유효기간이 5년이나 되는 협정을 그대로 통과시켜줌으로써 향후 5년간 평균 약 1조원의 국민혈세를 미국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로써 미국은 2016년으로 예정되었던 미군기지이전사업 종료시점을 연장하여 자신들이 부담하려고 했던 미2사단이전비용마저 미군주둔비부담금으로 충당하거나 또 다른 용도로 전용할 길을 트게 되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굴욕적인 9차 미군주둔비부담 협정을 졸속으로 비준동의하여 불법성과 불평등성을 시정할 기회를 포기해 버린 국회의 의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국회의 비준동의에도 불구하고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문제, 이자소득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여 9차 미군주둔비부담협정의 굴욕성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2014. 4. 16.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