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트럼프는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에 비하면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푼돈(peanut)에 불과하다"고 한국의 지원을 깎아내렸다. 트럼프는 "우리는 독일도 방어하고, 일본도 방어하고, 한국도 방어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들로부터 아주 작은 비용을 받는데, 이것은 조각(fraction)에 불과하다"고 강변하였다.
호강에 초치는 소리
우리 속담에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싼다'는 말이 있다. 방위비분담금 8.6억 달러(9441억 원)를 푼돈 취급한 것은 꼭 그 짝이다.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미국에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이다. 이 돈은 한미소파 제5조1항(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의 모든 유지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규정)에 따라 미국이 자신의 예산에서 지출해야 마땅한 돈이다.
2016 회계연도 미 국방예산을 보면 주한미군의 비인적운영유지비(미군인건비 제외)는 11억530만 달러(1조2855억 원, 미국방예산 기준 환율)다. 2016년도 방위비분담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미국방예산은 최소한 9441억 원이 늘어나야 된다. 미국 납세자는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아서 특혜다. 반면 한국 납세자는 내지 않아야 할 세금을 내야 되므로 출혈이다.
미국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그냥 한국 좋아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동맹국에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운영유지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1995년 2월에 나온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흔히 '동아시아전략보고'라 불림. 미군 10만 명의 동아시아전진배치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에는 이렇게 써있다.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는 비용분담 협정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납세자에게는 미군을 전방전개해 두는 편이 미국 본토 안에 배치해 두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부담이 더 가볍다. 비용 분담의 좋은 예는 한국과 일본이 자국 주둔 미군의 운영유지비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뚜렷이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해외 주둔에 따른 미군의 비용적 이익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미 국방예산 절약에 직결되는 방위비분담금
9441억 원의 내역을 한 번 보자. 이 방위비분담금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인건비 3630억 원은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 8579명(2016년기준)의 봉급으로 지급된다. 올해 한국인 근로자의 총인건비는 5117억 원인데 이 중 70.9%가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원된다. 주한미군은 8천 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공짜나 다를 바 없이 부려먹고 있는 셈이다.
군사건설비 4220억 원은 각종 주한미군시설의 설계 및 감리비, 병사 및 간부 숙소나 막사, 각종 전투시설, 전투지원시설, 부속시설, 심지어 주차장이나 교회, 식당 건설 등에 쓰인다. 또 군사건설비는 미2사단의 평택미군기지 이전비용에도 쓰이고 있다.
군수지원비 1591억 원은 20만톤에 가까운 미군 탄약의 저장관리비, 미군 항공기 및 모든 지상장비의 정비, 화물 및 인원의 수송비, 비전술차량 및 공병장비의 구입, 유류지원 등에 쓰인다.
즉 9441억 원은 그 규모도 막대하지만 쓰임새로 보더라도 결코 '푼돈'이 될 수가 없다. 이 정도의 돈을 '푼돈'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대단한 부자나라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보다 훨씬 가난한 한국한테 미국이 손을 내미는 것을 보면 미국도 예전만큼 부자나라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푼돈'처럼 방위비 분담금 낭비하는 미국
방위비분담금은 미국 입장에서 공짜 돈이기 때문에 마치 '푼돈'처럼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령 방위비분담금으로 주한미군 임무수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미2사단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나 용산 미군아파트를 초호화로 지은 것(2003년), 미군편의를 위해 용산고가차도를 건설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미 상원군사위 보고서(2013년)조차도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공돈'취급한다며 주의를 줄 정도다.
이런 뜻에서 트럼프가 방위비분담금을 '푼돈'이라고 말했다면 그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푼돈' 주장은 돈을 헤프게 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데 들이는 비용에 비해서 한국이 부담하는 비용은 터무니없이 작다는 뜻이어서 결이 다르다.
트럼프가 9,441억원을 푼돈 취급한 것은 아마도 그가 유수한 재산가로 통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미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신고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언론은 트럼프의 재산을 14억달러(1조6천억원)라고 추정하였다. 또 트럼프의 빚은 3073억원(2.65억 달러)이라고 한다.
방위비분담금 9441억원은 그의 재산의 절반을 훌쩍 넘는 거액에 해당된다. 또 9441억원이면 그의 빚을 세 번씩 갚고도 남는다. 그러니 트럼프가 대단한 재산가여서 9,441억원을 푼돈 취급하였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대체 트럼프의 호기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트럼프의 허세는 세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환상에 지배되는 미국 권력자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속담에 '개가 짖는다고 해서 용하다고 할 수 없고 사람이 지껄일 수 있다고 해서 영리하다고 할 수 없다'(A dog is not considered good because of his barking, and a man is not considered clever because of his ability to talk)는 말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말을 트럼프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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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연일 한국의 안보무임승차에 대해서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힐러리 클린턴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방위비분담금은 법적 의무면에서보나, 그 규모로 보나, 주한미군의 임무수행으로 보나 결코 푼돈일 수가 없습니다. 이는 미국에는 특혜고 한국에는 희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