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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6] 한겨레 특파원 칼럼_군사력 증강의 역설 / 이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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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군사력 증강의 역설 / 이용인

등록 :2016-08-25 19:15수정 :2016-08-25 19:52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한국과 미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성주 배치 결정 발표 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전문가인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에게 중국이 성주를 군사적 공격의 목표로 삼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포스톨 명예교수는 “중국군이 성주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에 대한 공격 계획을 짤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포스톨 교수는 “그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를 자신들의 대미 핵 억지력에 대한 중요한 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내친김에, 중국이 성주를 공격한다면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도 물어봤다. 우선, 포스톨 교수는 중국은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도덕적인 이유가 아니라) 선제공격을 할 경우 미국의 대량보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경우에는 중국 입장에서도 바로 보복 공격을 할 수밖에 없고, 이때 성주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톨 교수는 중국이 보유한 대부분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의 폭발력은 200~300kt(킬로톤)에 이르며, 중국이 성주를 공격할 경우 200kt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를 탑재한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킬로톤은 티엔티(TNT) 1000t이 한꺼번에 터졌을 때의 폭발력을 말한다. 히로시마에 터진 핵무기의 폭발력은 12.5kt이었다.

200kt의 폭발력이면 1초도 안 돼 반경 3분의 1㎞ 정도 크기의 ‘화구’(버섯구름)가 생성된다고 한다.(포스톨 교수는 그래픽을 직접 보내줬다.) 화구의 가장 뜨거운 부분은 섭씨 약 7726도로, 태양 표면 온도 1726도보다 4배 이상 뜨겁다. 화구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빛과 열은 반경 5㎞ 안쪽을 ‘불바다’로 만든다. 화구와 가까운 지역은 철근 구조물을 녹이고 화강암을 부숴 먼지로 만들어버린다.

또한 포스톨 교수는 초기 폭발 몇초 안에 20㎢ 지역이 모두 불에 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약 600만평으로, 여의도의 10배에 이른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기상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을 함유한 먼지들이 폭 5~15㎞ 정도로 100~150㎞까지 이동해 쌓인다.

포스톨 교수가 보내준 분석 자료에 대해 너무 충격적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그는 “수십년 동안 핵무기의 (무서운) 효과에 대해 얘기해왔는데, 그때마다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되레 놀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톨 교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적지만, 일어난다면 동아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미국, 중국, 러시아 간에 긴장을 줄이는 것이 왜 현실적인 문제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 문명의 종말을 야기할 수 있는 우발적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재앙적 비극의 위험을 막기 위해 사려깊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목표는 정치적 긴장의 고조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두고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사력을 증강할수록 안보는 더욱 불안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전야가 꼭 그러했다. 유럽 각국의 군비경쟁은 안보를 보장한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불신과 공포감, 과잉대응을 부르며 인류의 재앙으로 귀결됐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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