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17. 2. 16] 사드배치강행의문제점과해결방안 국회 토론회(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위원 발제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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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이뤄지는 사드 한국 배치와 
국내외 사례에 비춰 본 주한미군 사드 도입의 국회 동의 필요성

고영대 상임연구위원 / 평화통일연구소

트럼프 정권 하에서도 변함없이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가 추진되고 있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2. 2~3)을 계기로 한미 당국자들은 앞다퉈 사드 한국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쏟아 냈다. 
 
그러나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한미 당국자들의 호언과는 달리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따라 미군에 토지를 공여해 주어야 하고 기반시설 건설비나 운영유지비의 지원 등에도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며, 공역 및 주파수 관리 등을 위한 후속 입법 조치가 요구되는 데도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의 명확한 법적 근거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적 의사 수렴 과정도 없이 그저 미국의 편익 도모에만 여념이 없다.   

이에 이 글은 주한미군 사드 도입은 전적으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하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들여오는 것이 아니며, 설령 들여오더라도 미국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국회 동의 과정을 통해 주권과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1. 주한미군 사드 도입은 미국의 전 세계 BMD 체계와 군사동맹 구축의 일환 

1) 미국의 전 세계 탄도미사일 방어(BMD) 체계 구축

미국은 현재 지역 BMD 체계 구축을 통한 전 세계 BM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 지역 BMD(EPAA, 유럽에서의 단계적 탄력적 접근), 중동 지역 BMD (MEPAA), 아태 지역 BMD(APPAA)가 그것이다. 이 세 지역의 BMD 체계를 하나로 연동해 미 본토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지구적 차원의 BMD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유럽 지역 BMD 체계가 2011년 가장 빨리 구축에 들어가 2020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아태 지역 BMD는 2012년경부터 구축에 들어갔으며, 한미일 3국의 동북아 BMD 체계가 중심축을 이룬다. 중동 지역 BMD도 2012년부터 아랍에미레이트와 카타르 등 걸프협력기구(GCC) 회원국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렇듯 유럽, 중동, 아태 지역 BMD 체계는 “미 본토 방어를 위해 모든 지역의 BMD 구조를 통합시키는, 단절 없는, 지구적 차원의 BMD 체계를 구축”(미 국방성, 「BMDR」, 2010)하려는 미국의 세계 BMD 체계 구축의 일환이다.

2011년 터키에 배치된 AN/TPY-2 사드 레이더는 미국의 유럽 지역 BMD 체계 구축의 전제로, 이 레이더가 배치된 지역(말랏타)은 이란 국경으로부터 640여km 떨어져 있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는 동북아 지역 BMD 체계 구축의 전제로, 사드 배치 예정 지역인 성주는 중국으로부터 530여km 떨어져 있다. 

2) 유럽 BMD 체계 구축을 통한 나토와 유럽 집단방위 강화 

(1) 미국 주도의 유럽 BMD 체계 구축

나토는 리스본 정상회담(2010년) 선언(36, 37항)에서 나토 BMD를 “나토 유럽의 주민, 영토, 군을 전면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BMD로 확장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의 유럽 BMD 체계인 ‘유럽에서의 단계적 탄력적 접근’과 나토의 독자적 BMD 체계인 ‘능동다층탄도미사일방어(ALTBMD)’를 연동시켜 나토의 통합 BMD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상층방어 체계 위주의 미국의 유럽 BMD 체계와 하층방어 체계 위주의 나토 BMD 체계를 연동시켜 유럽 지역 BMD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나토와 미국은 2012년 5월, 독일 램스타인 기지에 BMDOC(탄도미사일 방어 작전센터)를 설치해 ALTBMD와 EPAA를 연동시킴으로써 나토 통합 BMD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2) 미국 주도의 나토 확대 강화

나토 통합 BMD 체계 구축으로 미국은 나토 유럽 회원국들을 미국의 BMD 체계에 끌어들임으로써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을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더 깊숙이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으며,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에 BMD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대미 안보 의존도를 확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조지아나 우크라이나 등 구 소련권 국가들의 추가적인 나토 가입도 꾀해 나갈 수 있게 됨으로써 유럽 전역에서 나토 확대 강화와 나토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란 등 아랍 국가들을 의식해야 하는 터키 등의 나토로부터의 이완을 막고 나토를 계속 강화해 나갈 수 있게 되는 등 나토 통합 BMD 체계 구축은 유럽에서의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과 패권 확대,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3) 미국 주도의 유럽 집단방위 강화

나토는 리스본 정상회담(2010년)에서 “BMD 능력을 나토 집단방위의 핵심 임무로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나토의 집단방위는 나토 조약 5조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근거한 방어 형태로,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피침국에 정치․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시와 전시, 선제공격과 방어, 나토 역내와 역외를 불문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초공세적인 무력공격을 일컫는다. 

나토 통합 BMD 체계 구축으로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격과 방어 양 측면에서 회원국들의 군사적 관계가 보다 강화되고 상호 의존도도 한층 커짐으로써 나토가 집단방위에 나설 명분이 축적되고 계기도 더욱 많아졌다. 이는 미국의 유럽에 대한 군사적 개입 여지와 주도성을 그만큼 확장시켜 준다.   

3) 한미일 BMD 체계 구축을 통한 동북아 군사동맹 구축과 집단방위 행사

(1) 미국 주도의 동북아 BMD 체계 구축

스위프트 미 태평양 사령부 태평양 함대 사령관은 방한 중(2016. 6. 17)에 “한국과 일본은 북한 탄도미사일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을 공동으로 방어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공동작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 일본, 미국이 무기체계를 통합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런데 미 의회 CRS 보고서(「BMD in the Asia-Pacific region」 2015. 4)는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에 결여된 것은 “교전 규칙 및 다양한 지휘통제 사안에 대한 투명성과 함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보다 통합된 접근을 할 수 있는 길을 전향적으로 열어 줄 공식 협정”이라며 무기체계 통합보다도 제도적 장치의 통합에 비중을 두고 있다. 

무기체계 통합이든 지휘통제체계를 비롯한 체계의 운용과 관련된 제도 통합이든 한미일 3국의 BMD 체계를 통합시켜 미국 주도의 동북아 통합 BMD 체계를 구축하려는 과제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적 과제 중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2) 미국 주도의 동북아 군사동맹 구축

미국의 동북아 통합 BMD 체계 구축은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동 지역의 군사동맹 구축으로 나아간다. 나토와 같은 아태 지역의 다자 군사동맹체 구축은 미국 주도의 전 세계 군사동맹체를 결성하려는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아태 지역, 특히 동북아 지역은 일제 침략전쟁과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만행의 장벽에 가로막혀 다자 군사동맹체의 결성이 어려웠다. 한일 위안부 야합(2015. 12. 28)이 이루어지게 된 것도 동북아 군사동맹체를 결성하려는 미국이 그 최대 난관인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에 합의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북아 군사동맹체를 결성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명분과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이다. 미국은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에 초점을 맞춘 (한미일) 안보 협력의 확대 강화는 일본의 군사적 의도(침략)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우려를 둔화시키는 긍정적 효과”(CRS, 「BMD in the Asia-Pacific region」17쪽, 2013. 6)가 있다는 궁리 속에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을 통한 동북아 군사동맹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드 한국 배치를 통한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은 한국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끄는 길이며, 결국은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같다. 이에 미 의회 CRS 보고서(「Ballistic Missile Defence in the Asia-Pacific Region, 2015. 4. 3)가 사드 한국 배치를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에 설 것인지를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는 것은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을 통한 동북아 군사동맹 구축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의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3) 미국 주도의 동북아 집단방위 행사

미국이 미국 주도의 동북아 통합 BMD 체계와 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것은 종국에는 나토의 유럽 집단방위처럼 미국 주도의 동북아 집단방위를 행사하려는 것이다. 군사동맹과 집단방위는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미 의회 CRS 보고서(「BMD in the Asia-Pacific region」20쪽, 2015. 4)가 “통합 BMD 체계를 보다 제도화된 지역 집단방위의 견인차”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 군사동맹이 구축되어 집단방위를 행사하게 되면 중국이 가상 또는 잠재적 적국으로 되어 집단방위, 곧 공격과 방어의 초점이 중국으로 이동한다. 미중 대결이 중심이 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과 집단방위는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에 대한 중국군의 개입을 억제하고 북한군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발동할 수 있으며, 양안 분쟁이나 동중국해 분쟁에 주한미군이, 그 뒤를 따라 한국군이 개입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주도성과 동북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 여지가 그만큼 확장된다.
    
4) 동북아 군사동맹과 집단방위에서 한국과 한국 BMD의 위상과 임무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동북아 군사동맹체 내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과 결코 대등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BMD 전력과 작전 능력, 전체 군사력과 지역 작전 능력, 국방비와 국가 전쟁 수행 능력에서 미국은 일본에, 일본은 한국에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요소를 총체로 해 당사국들 간 후견인과 피후견인 관계가 수립되는 동맹의 속성상 한국이 일본의 하위 동맹자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이 일본의 하위 동맹자로서의 위상을 갖고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한미동맹 관계가 여실히 보여주듯이, 한국이 일본의 국가적․지역적 이해와 군사전략적․작전적 요구를 부분적이라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동북아 군사동맹 하에서 한미일 통합 BMD 체계는 북한 탄도미사일 전력보다 미일에 훨씬 큰 위협으로 되는 중국 탄도미사일 방어를 임무의 중심에 두게 된다. 따라서 이 체계는 미 본토 방어 임무를 주된 임무로 하게 되며, 아태 지역 미군과 일본 방어를 부차적 임무로 하게 된다. 그러나 남한 방어는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가 불가능하고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전력에 비해 한미일 BMD 전력이 태부족하다는 점에서 후순위의 주변적 임무에 지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5) 한국이 동북아 통합 BMD 체계 및 군사동맹 구축과 집단방위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철두철미 국가와 민족의 이해에 반한 것

한국이 사드 배치로 동북아 통합 BMD 체계 및 군사동맹 구축과 집단방위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가와 민족의 이해에 반하는 것이다. 한미일 집단방위에 엮여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적대하고, 미중․중일 대결의 전초기지로 전락하며, 한국군이 이들의 첨병으로 전락하는 것은 국가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남북 대결 속에서 자위대가 남북한을 재침략할 수도 있는 길을 열어주고, 한중일 대 북중러 대결 속에서 분단이 영구 고착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으로 남한의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제아무리 최첨단 BMD 자산을 다량으로 배치한다고 해도 지리적․물리적으로 BMD가 불가능한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을 극복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한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을 허용함으로써 동북아 통합 BMD 체계와 군사동맹 구축과 집단방위 행사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쫓게 되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국가와 민족에게 백해무익한 주한미군 사드 도입을 우리 땅을 내주고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허용해 주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2.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사드 한국 배치 

1)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교훈

1990년부터 추진된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협상 과정과 합의 내용에서 드러났던 한국 관료들의 대미 추종과 무책임성, 자의적 월권행위는 국가 주권과 이익에 엄청난 침해를 가져왔으며, 현재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과정에도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교훈을 참여정부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2003. 11. 18)한 관련 보고서 등을 통해 알아본다.      

(1) ‘1990년 한미 간 합의(MOA, MOU)’의 위법성

- 1990. 6. 25 : 이상훈 국방장관과 Menetry 주한미군사령관이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서명 교환함. 이전에 따른 비용을 전액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임. 이 MOA/MOU는 정부 대표로 임명되지 않은 국방장관 명의로 체결되어 절차적 하자가 있으며,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조약인데도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헌법 제60조 제1항 위반으로 국내법적으로 효력이 없음.

- 1991. 5. 13 : 그런데도 Fogleman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외무부를 방문해 이 MOA/MOU의 합법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할 것을 강요함. 이러한 강압의 결과로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열린 SOFA 합동위원회(5. 20)에서 반기문 당시 외무부 미주국장과 Fogleman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90년 각서의 법적 효력을 확인한다고 서명. 그러나 미국은 1990년 MOA/MOU가 한국법을 위반한 것임을 명백히 알고 있었으며, SOFA 합동위원회 한국 대표를 사전 방문해 위협을 가한 사실도 있어 이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46조, 51조에 의해 국제법적 효력도 상실함.

- 2002. 11. 28 : 국방부 정책기획국 김선규 소장과 주한미군사 기획관리참모부장이 ‘서울 주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기본요구서(IMP) 작성에 관한 절차’를 체결. 이 합의서는 1990년 MOA를 적법한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나, 이는 정부가  협상 대표로 임명하지 않은 정책기획국장이 임의로 MOA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한 월권행위임.
 
(2) ‘1990년 합의’의 위법성을 시정하려는 참여정부의 성과와 한계

- 2003. 7 : 제3차 ‘한미동맹 조정회의’에서 한국은 1990년에 체결된 MOA/MOU의 절차상 중대 문제점으로 인해 국내 재원조달이 불가능해질 것에 대비, 국회 동의를 위한 신규 협정 체결의 필요성과 MOA/MOU 중 일부 사항의 수정(청구권, 영업손실권) 필요성 주장. 미국은 90년 체결된 MOA/MOU는 법적으로 유효하지만 한국이 국회 동의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협정 체결을 희망한다면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

- 2003. 9. 3~4 : 제4차 한미동맹 조정회의 시 미국은 90년 MOA/MOU보다 더욱 불평등한 내용을 담은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초안을 제시. ‘용산기지이전협정(YRP)’은 포괄협정(UA), 이행합의서(IA), 기술양해각서(E-MOU)로 구성됨.

- UA는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한국의 포괄적인 이전비용 부담, 기존 기지 이상의 이전 수준 보장, 시설 소요의 미 국방부 기준 적용 등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들로 채워짐. 더욱이 UA는 한국의 비용 부담의 한도, 기존 기지 이상의 이전 수준의 구체적 내용, 시설소요의 미 국방부 기준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음. 따라서 이런 내용들이 하위문서에서 얼마든지 임의적으로 정해질 수 있게 됨. 

- IA는 자금과 관련해 한국의 구체적인 의무사항과 토지의 공여기한(4조 및 5조)을 규정하고 있음. 이는 IA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조약임을 말해 줌. 

- E-MOU도 자금 제공과 같은 권리/의무 관계를 창출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음. 

- E-MOU는 용산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미국이 건설사업에 대한 거의 전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비용부담 책임만 지게 되어 있음. E-MOU 제5항 가)는 미국이 사실상 시설종합계획 수립 권한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건설 소요를 늘리고 줄일 수 있게 허용하고 있으며, 또한 건설 설계 기준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한국의 비용 부담이 미국의 설계 기준 변경에 따라서 늘어날 수 있게 되어 있음. 실제로 미국의 설계 기준(특수시설에 대한 설계 기준) 변경으로 한국은 1조원 이상의 추가비용을 부담하게 되었고 이것이 평택미군기지 이전비용의 한국 부담액이 국회 동의 당시 보고액 5조원에서 9조원으로 급등한 요인이었음.  

- 따라서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이행합의서(IA)를 포괄협정(UA)의 하부문서로 구성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협정 내용의 불평등 요소를 가리기 위한 편법이었음. 이에 이행합의서(IA)는 물론 기술합의서(E-MOU)까지도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했음.

(3)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에서 드러난 정부 관료들의 무책임성

- 외교부 북미국(북미 3과) : 미국에 대한 지나친 맹종적 자세와 현상유지적 속성으로 당당하고 합리적인 협상 외교를 전개하지 못함. 중요 정보에 대한 독점적 장악과 통제를 통해 조약국 등 여타 부서의 적법하고 정당한 조언을 무시하고 참여를 제약함으로써 협상 실패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함.

- 외통부 북미 3과 김도현 외무관의 진술 : “MOU/MOA는 유효한 합의이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 국회와 국민들이 문제로 삼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의 형식과 문장의 표현을 바꾸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시킨다.” 

- 국방부 정책실(용산기획반, 미주정책과) : 오랫동안의 대미 의존으로 인한 특유의 추종 자세와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해 협상 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냄.

- NSC(전략기획실) : 대미 의존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외통부와 국방부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관망, 외교안보의 전략본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

- 대안 : 현재의 협상팀은 그 한계를 명백히 드러낸 만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협상 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함. 협상 관련자를 문책하는 한편 외통부, 국방부 및 NSC 관련 부문의 인사 개편이 필요함.

2) 주한미군 사드 도입의 법적 근거는?

주한미군 사드 도입과 관련한 한미 간 합의는 한미 정부 간 ‘조약’(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는 권리․의무가 창설됨)이나 한미 국방 당국 간 ‘기관 간 약정’(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는 권리․의무를 설정하지 않음)밖에 없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도 의원 질의에 대한 회신(「사드 배치 관련 국회 동의 여부」, 2016. 7. 13)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 합의는 기존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는 두 모조약(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 소파)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이행약정, 즉 기관 간 약정으로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조약의 형태로 체결하여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이나 ‘양해각서(MOU)’가 있을 수 있다.  

법제처는 2016년 7월 17일자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검토’라는 보도자료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에 따른 국회 동의와 새로운 조약 체결 필요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조약이 아닌 어떤 법적 근거가 필요한지, 아무런 법적 근거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대로 주한미군 사드 도입의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약은커녕 기관 간 약정의 지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주한미군 사드 도입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이 추진되고 있거나, 아니면 한미 양국 간 비밀 이면 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의한다.        

(1)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합의가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

실제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합의―‘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나 다른 비밀 이면 합의―를 조약으로 체결하기 위한 법적 절차(법제처 심의→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를 밟지 않았으며, 법제처도 이미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과 관련한 새로운 조약 체결과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이를 조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나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비밀 이면 합의의 체결도 정부 대표가 아닌 국방부 정책기획관이나 정책실장, 또는 국방장관이 서명했을 가능성이 커 이들 합의가 조약으로서 지위를 가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합의는 문서 양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000 중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간 합의가… 서면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과 관련된 한미 간 합의는 서면 형식을 취해야 할 조약으로서의 국제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나 다른 비밀 이면 합의를 조약으로 간주하게 되면 한국에 토지 공여나 재정 부담 등의 국가 의무를 발생시키는 주한미군 사드 도입에 관한 불법적인 한미 합의를 합법적인 것으로 용인해 주는 꼴이 된다. 

(2)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합의가 기관 간 약정에도 해당하지 않는 이유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나 다른 비밀 이면 합의가 있다면 이는 국내법과 국회 입법조사처의 견해에 따르면 조약이 아닌,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소파를 이행하기 위한 기관 간 약정, 곧 준조약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나 다른 비밀 이면 합의를 기관 간 약정으로도 볼 수 없는 것은 이들 합의가 한미 간 권리․의무와 재정적 부담을 발생시키고, 타 부처 소관 업무를 포함하고 있는 등 조약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방부 소관 업무에 한정해야 하는 기관 간 약정의 지위와 성격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000 중령은 “사드 배치 (한미 간) 합의는… 서면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 간 약정으로도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주장대로 주한미군 사드 도입 관련 한미 합의가 서면으로 체결되지 않았다면 서면 형식으로 체결되어야 하는 기관 간 약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된다.  

또한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한 한미 간 합의는 합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외교부 조약국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업무소관부서인 국방부 대량살상무기 대응과의 000 대령은 “공동실무단에 외교부 소속 공무원이 포함되어 있어 실무단 내에서 외교부와 협의(?)를 했으나 외교부의 조약과나 한미안보협력과와는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 한국 배치 관련 한미 합의가 기관 간 약정이라면 마땅히 거쳤어야 할 정부 내 절차를 위배한 것이다. 

또한 기관 간 약정도 조약과 마찬가지로 서면 형식으로 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사드 도입 관련 한미 합의가 “서면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라면 이 한미 합의는 기관 간 약정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한편 주한미군 사드 도입 관련 한미 합의가 기관 간 약정이기 위해서는 국방장관이 서명자로 되어야 하나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는 한미 양국군 소장(한국은 장경수 정책기획관, 미국은 헤드룬드 해병소장)이 서명하고 양국 국방장관이 이를 승인(?)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가 기관 간 약정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다만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권 위임 절차를 밟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듯 주한미군 사드 도입 관련 한미 합의는 기관 간 약정의 지위조차 갖지 못한 것으로, 이에 의거해 미국이 사드 배치 권리를 갖고 한국이 토지 공여와 기반 시설 제공 및 운영유지비 지원 등의 의무를 지는 것은 불법이며, 우리의 국가주권과 국가이익의 심대한 침해다.    

(3) ‘거시기’ 협정(신사협정? 양해각서?)에 의해 추진되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나 다른 한미 비밀 이면 합의가 조약도 기관 간 약정도 아니라면 주한미군 사드 도입은 도대체 어떤 법적 근거에 의거해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조건에서 판단할 근거가 없으나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000의 중령의 입장―“조약이 아닌 많은 부분 중 하나”―은 주한미군 사드 도입에 관한 한미 합의가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이나 ‘양해각서(Memorandom of Understanding)’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 

그러나 신사협정이든 양해각서든 국제법적 권리와 의무를 창설할 수 없는 정치․도덕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권리와 의무를 창설하는 주한미군 사드 도입에 관한 한미 합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또한 양자 모두 서면 형식으로 체결된다는 점에서 사드 한국 배치 관련 한미 합의가 서면 형식으로 체결되지 않았다면 이는 신사협정이나 양해각서의 요건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관련 한미 합의의 법적 근거를 밝히고 그 불법성을 제거하는 것은 국회의 마땅한 책무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지점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이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영토와 사법주권을 포기―치외법권적 지위를 갖는 수십 만 평의 토지 공여, 주파수나 공역 관리를 위한 국내법 개정 등―하고 주한미군에 백지수표를 위임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기반시설 구축 비용과 운영유지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등 주권국가 국민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혹을 달고, 그것도 아무런 법적 근거조차 갖추지 않은 채 주한미군 사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용산미군기지 이전 관련 한미 간 협상과 추진 과정에서 국방부와 외통부 관료들의 대미 맹종적이고 불법적인 월권행위로 국가주권의 침해와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끼쳤던 사례들이 오늘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천만 평의 새로운 토지를 공여하고 십수조 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용산기지 이전 사업을 국회 동의 절차도 없이 정부 대표권도 없는 국방부장관이나 정책기획국장(소장)의 전결 처리로 불법 추진하려고 했던 것처럼, 수십만 평에 달하는 새로운 토지를 공여하고 우리가 부담할 비용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사업이 국회 동의 절차도 없이 정부 대표권도 없는 정책기획관(소장)의 서명과 국방장관의 승인(?)으로 불법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은 당시 참여정부가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 국회 동의 절차라도 거쳤으나(물론 후속 대응의 부족으로 십수조 원의 예산 낭비를 막지 못했지만),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 사업은 현 정부도, 국회도 이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불법․부당한 요소는 없는지,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회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보다도 국방부의 독단과 전횡을 더 크게 허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국회가 적극 나서서 주한미군 사드 도입의 법적 근거와 그 적법성을 따지고 국회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함으로써 국가주권의 침해와 국가이익의 훼손을 막아야 하는 것은 국회의 마땅한 책무다.   

3. 폴란드와 루마니아 사례로 본 사드 배치의 국회 동의 필요성 

법제처는 2016년 7월 17일자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검토’라는 보도자료에서 주한미군 사드 도입에 따른 새로운 조약 체결과 국회 동의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과 충돌한다. 입법조사처는 2016년 7월 13일자 의견에서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국가주권을 덜 침해하는 방향으로 조약을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모조약(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 소파)의 관련 규정의 해석 결과, 여기에서 예정하고 있는 시행범위를 유월하고 있기 때문에 조약의 형태로 체결하여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유럽 BMD 체계(Aegis Ashore) 도입을 위해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각각 미국과 체결한 BMD 조약은 입법조사처의 의견이 국가주권과 국가이익의 침해를 막기 위한 올바른 입장임을 보여 준다.   
  
1) BMD 체계 도입을 위한 미․루마니아, 미․폴란드 합의와 한미 합의와의 차이

미국이 루마니아에 배치(2016. 5월에 운영에 들어감)한 이지스 어쇼 체계는 SM-3 요격미사일의 지상형으로 미국이 유럽에 건설 중인 EPAA의 2단계의 핵심 체계다. 미국과 루마니아는 이 체계의 도입을 위해 2011년 9월에 조약을 맺어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의 힐러리 국무장관과 루마니아의 티투스 외교장관이 서명한 이 조약은 전문과 총 14개 조로 이루어졌으며, 기지 관할권, 시설, 지휘통제권, 청구권, 환경과 보건 및 안전, 비용 부담 등에 관해 비교적 상세히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11개의 약정이 체결되었고, 3개의 이행약정이 추가 체결 중에 있다. 
 
미국이 폴란드에 배치(2018년 예정)하게 될 이지스 어쇼 체계도 SM-3 요격미사일의 지상형으로 미국이 유럽에 건설 중인 EPAA의 3단계의 핵심 체계다. 폴란드는 부시 행정부와 원래 GBI 체계를 배치(이른바 제3 기지)하기 위해 2008년 8월에 조약을 체결했으나 오바마 행정부가 이지스 어쇼를 배치하기로 계획을 바꿈에 따라 2008년 8월 체결한 조약에 대한 의정서를 체결(2010. 7)해 기지 건설에 들어갔다. 미국의 라이샤 국무장관과 폴란드의 시코르스키 외교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폴란드 주재 미 대사 리 핀스타인과 폴란드 외교부 차관 자체크 나데르가 서명한 이 조약은 전문과 총 16개 조로 이루어졌으며, 미․루마니아 협정 내용과 유사하게 기지 관할권, 시설, 지휘통제권, 청구권, 환경과 보건 및 안전, 비용 부담 등이 비교적 상세히 규정되어 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7개의 이행약정을 체결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조약은 같은 미국의 BMD 체계를 들여오기 위한 한미 합의와 비교해 그 지위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정식 조약으로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반면 한미 간 합의는 신사협정이나 양해각서(MOU)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두) 합의로 국회 동의 절차도 밟지 않는다는 점에서 질적 차이를 보인다. 

또한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체결 당사국들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나 한미 합의는 체결 당사국들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향후 이행 과정에서 미국의 권리와 한국의 의무가 미국의 임의대로 확장될 소지를 안고 있다. 이는 앞에서 살펴 본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정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허술한 대응으로 그 이행 과정에서 미국의 권리와 한국의 의무가 미국의 자의적 요구대로 확장되어 왔던 과정을 볼 때 국회 동의도 받지 않는 사드 도입 과정에서 한미 합의의 자의적인 이행으로 국가주권과 이익이 얼마나 훼손될 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더구나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의 서명 주체가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부장관이나 대사인 반면 한미 합의의 주체는 정부 대표도 아닌 국방부의 일개 소장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무기체계를 정부 대표도 아닌 국방부의 전결로 들여오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책임성과 국방부의 전횡은 실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용산미군기지 이전 사업 과정에서 정부 대표가 아닌 국방부의 정책기획국장(소장)이 불법적인 90년 한미 합의각서(MOA)를 적법한 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월권을 자행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국방부와 법제처는 주한미군 사드 도입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소파의 두 모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사드 도입과 관련해 새로운 조약 체결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도 나토 조약(1949)과 나토 소파(1951)와 각각의 나토 소파 보충협정―루마니아 보충협정(2001), 폴란드 보충협정(2009)―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와 법제처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결국 미국의 BMD 체계 도입을 위한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와 한미 합의의 차이는 기지 제공과 기지에 대한 접수국의 사법 주권 적용 등의 모법의 차이에도 달려 있지만 당사국들이 자국의 주권과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정치적 의지를 발휘하는가에 더 크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대로 모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BMD 체계 도입과 관련한 합의를 조약으로 체결하는 것이 국가주권과 국가이익 수호에 더 기여한다고 판단한다면 조약으로 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기존의 대미 추종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두) 합의를 해 줌으로써 주권과 재정이 크게 훼손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한편 미국은 미국의 유럽 BMD(EPAA) 체계 구축을 위한 1단계 사업의 하나로 AN/TPY-2 사드 레이더를 터키 말랏타 지역에 배치하는 사업을 터기 주재 미국 대사와 터키 외교부 차관을 서명 주체로 한 MOU를 체결(2011. 9)하여 추진하였다. MOU는 비록 조약은 아니나 적어도 정부 대표가 서명 형식으로 체결하고 체결 당사국들의 권리와 의무를 정치․도덕적으로라도 규정한다는 점에서 미․터기 합의는 MOU에도 미치지 못한 (구두) 합의를 한 한미 합의에 비해서는 국가 간 합의로서의 외양을 갖추고 있다.  

2)  미․루마니아, 미․폴란드 합의와 한미 합의의 내용적 차이

주한미군 사드 도입에 대한 한미 합의의 불법, 부당한 지위와 성격은 정식 조약으로 체결한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에 비해 향후 다음과 같은 부당한 주권 침해와 비용 부담 등을 감수해야 한다. 

첫째(기지 관할권) :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자국 내 미국의 BMD 기지에 대한 사법주권적 관할권을 행사하나 한국은 치외법권적 권한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는 모법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당위로 감수하기에는 부당한 국가주권 침해다. 

둘째(시설 통보) :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요격미사일을 포함해 자국 내 미 BMD 체계의 요소, 기지에 주둔하는 미군과 군속의 숫자, 항구적인 변화에 대해 6개월마다 루마니아에 서면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으나 한국은 동 사안을 보고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BMD 작전통제권) :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루마니아와 폴란드 내 미국 BMD 체계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통제권이 루마니아는 이미 나토로 넘어갔고, 폴란드도 기지가 운영에 들어가면 나토로 작전통제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주한미군 사드 체계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군이 행사하게 되는 바, 이 역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있어 어쩔 수 없는 당위로 감수해서는 안 되며, BMD에 대한 작전통제권이라도 한국군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넷째(시험발사) :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접수국 내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접수국과 협의해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한미 합의는 주한미군의 시험발사를 규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비용 부담) :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내 미 BMD 기지 건설 비용과 관련해 미국은 기지 안 BMD 시설 구축(기반시설 포함)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기지 밖의 전기․가스․수도․통신 등의 기반시설 건설과 변경 비용도 당사국 간 사용 비율에 따라 비용을 분담해야 하나 한미 합의는 기지 안팎의 기반시설 건설 비용을 전액 한국이 부담해야 하며 향후 운용유지비까지 지원하게 되어 있어  한국이 루마니아나 폴란드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듯 미국 BMD 체계 도입에 따른 미․폴란드와 미․루마니아 합의와 한미 합의를 비교해 볼 때 국가주권의 양도나 비용 부담 등의 측면에서 한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비해 비할 바 없이 큰 침해를 감수해야 한다. 나토 소파보다 한미 소파가 불리한 데서 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미 합의를 조약으로 체결해 국회 동의를 밟게 한다면 국회와 국민의 힘을 빌려 국가주권과 비용 부담 등의 국익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막는 데서 효용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 국방부와 한국군의 잘못된 입장이 한미 협상에서 한국 측의 입지를 크게 좁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에서 아무런 군사적 효용성이 없는 사드를 중국 견제와 미 본토와 아태 지역 미군 방어를 목적으로 들여오는 만큼 한국의 전략적 이해로 볼 때 사드 배치 철회가 가장 한국의 국가주권과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며, 설령 사드 배치로 간다고 해도 그 비용은 전적으로 미국이 부담해야 하며, 사드 체계 운용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국의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게시물은 평통사님에 의해 2017-02-16 14:45:05 연구자료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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