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인상 뻔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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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뻔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해야 할 이유
문재인 정부가 내어준 인상 빌미... 미국의 패권전략에 호응하는 윤석열 정부
[오마이뉴스] 인상뻔한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중단해야할 이유
12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이 지난 4월 23일 하와이에서 열렸다. 협상 시작을 얼마 앞두고 미 국무부는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이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연합뉴스, 2024.4.5.)라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압박했으며, 협상 직전에는 "공정하고 공평한 결과를 추구한다"(경향신문, 2024.4.23.)며 재차 방위비분담금의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방위비분담 인상 요구는 타당한 근거가 없는 억지 주장이다. 그 까닭을 인상 기준, 1조 원이 넘는 방위비분담금 미집행 상태, 인상의 사유(용처) 등에 비춰 살펴본다.
지난 4월 24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 즈음하여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상 기준 바꾸고 속임수 쓰면서 초유의 최대 인상을 보장해준 11차 협정의 재연 막아야
2021년에 체결된 11차 협정은 사실상의 협정 첫해인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을 13.9%나 인상했고, 이후 11차 협정 기간(2022∼2025년)의 매해 방위비분담금도 전년도 국방비증가율만큼 인상하는 것으로 했다. 10차 협정 때까지는 인상률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지만 11차 협정에서 국방비 증가율로 인상률 기준을 바꾼 것이다.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에 적용되는 전년도(2020년) 물가상승률은 0.5%, 국방비 증가율은 7.4%인 점을 고려하면 기준변경에 따른 인상폭은 무려 717억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권은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한 것이 마치 국력에 걸맞은 부담인 듯이 주장했지만 국방비 증가율과 국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상기준을 물가상승률에서 국방비 증가율로 바꾼 것은 오로지 미국에게 최대한 높은 인상률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방위비분담금으로 지급하는 주한미군 기지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의 한국 부담 비율을 75%에서 85%로 늘린다는 명목으로 7.4%에 6.5%를 더 얹어 13.9%를 인상해줬다. 한국이 한국인 노동자 총인건비의 10%를 더 부담하기 위해서는 방위비분담금의 6.5%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10차협정 기간인 2019년에 한국이 실제로 부담한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는 이미 인건비 총액의 89%였고 그 때 방위비분담금총액은 1조389억 원이었다. 더구나 한국인 노동자 수가 계속 주는 상태여서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인상하지 않고서도 한국은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 총액의 85% 이상을 부담할 수 있는 것이라 인건비 부담 비율을 늘린다는 명목의 6.5% 인상은 국민을 속인 것이다.
미국의 이익을 보장해준 것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당시 정부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1조389억 원(2019년도 방위비분담금과 동일)에서 동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1조389억 원에는 11차 협정 체결(2021.3.9.) 전에 선집행된 군사건설비 3306억 원과 군수지원비 1001억 원은 제외돼 있다.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도 엄연히 2020년도 국방예산에서 집행된 것이므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은 동결이 아니라 1조4,696억 원으로 '41.5% 인상'된 것과 같다.
국방비 증가율로 기준을 변경한데 따른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분 717억 원, 인건비 배정액 확대라는 거짓 근거에 의거한 2021년도 인상분 675억 원, 또 13.9%(금액으로는 1444억 원) 오른 2021년 방위비분담금(1조1833억 원)을 기준으로 2025년까지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된 2200억 원, 2020년도에 선집행했으면서도 11차 협정상의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에는 포함되지 않은 4307억 원(군사건설비 3306억 원과 군수지원비 1001억 원) 등 합쳐서 무려 7899억 원을 11차 협정은 기준변경과 국민 속임수를 통해서 미국에게 방위비분담금의 인상을 가져다줬다. 꼼수와 국민 기만을 통한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이 12차 협정에서도 재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지난 4월 23∼25일 하와이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미국은 인상방식(인상기준)과 인상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2차 협정의 방위비분담금 인상기준으로 11차 협정처럼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그 경우 2024∼2028 국방중기계획의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 7.0%를 고려하면 미국은 7%를 최저선으로 놓고 두 자릿수 인상률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권은 이미 '합리적인 수준의 분담' 입장에서 협상에 임한다고 천명함으로써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더구나 윤 정권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매달리고 있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조하며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에 12차 협정체결 협상이 11차 협정의 재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협상을 중단하는 것 말고 달리 도리가 없다.
11차 협정 기간 미집행된 방위비분담금, 무려 1.5조 원이 넘는다
11차 협정기간 중인 2020년~2023년에 발생한 미집행금(불용액 포함)은 무려 1.5조 원이 넘는다. 미집행금은 크게 네 부분이다.
첫째가 감액분이다. 협정액을 그대로 예산으로 편성할 경우 과도한 미집행의 발생이 예상돼 줄여서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생긴 협정액과 예산액의 차액이다. 2021년 1444억 원, 2022년 1936억 원, 2023년 1755억 원 등 모두 5135억 원이다.
두 번째 부분은 불용액이다. 예산중 쓰고 남은 불용액은 2021년 261억 원, 2022년 83억 원 등 344억 원이다(2023년 결산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포함하지 못했다).
세 번째 부분은 미국(주한미군) 보유의 미집행현금이다. 이 미국보유 현금은 군사건설비가 현금으로 지급되던 2003년~2008년 불법 축적됐다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비용 미측 부담금으로 전용되고 남은 돈과 2009년 군사건설비가 현물지원으로 바뀐 후에도 설계감리비조로 군사건설비 배정액의 12%를 현금으로 지급했던 것의 잔액으로, 미국 보유 미집행현금은 약 2700억 원(2021.12. 기준)이다.
마지막 부분이 이른바 11차 협정 제2조의 이월규정에 따라서 한국이 추후 미국에 주게돼 있는 7245억 원이다. 이 이월규정은 2020년도의 방위비분담금 1조389억 원(협정액) 가운데 인건비 3144억 원만 선집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추후 미국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네 부분을 합치면 미집행금 규모는 1조5424억 원에 이르며 11차 협정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있어 추가로 더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데도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부담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태도다.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상의 협정액과 예산 편성액(국방예산 등을 참조하여 필자 작성)
방위비분담금 예산 집행 현황(국방예산 자료 등을 참조하여 작성)
한편, 1조5424억 원의 미집행금은 미국에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먼저 감액분은 사용처가 없거나 과도해 국방 예산으로 편성되지 않은 것이므로 다시 줄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11차 협정이 종료되면 미국에 주어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
불용액은 집행하고 남은 돈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미집행금은 아니다. 정부가 불용액을 미국이 다시 쓸 수 있게 주는 것은 불용액을 국고로 귀속시키게 돼 있는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주한미군 보유 미집행현금도 쓰고 남은 돈이므로 국가재정법에 의거하여 국고로 귀속돼야 마땅하다.
11차 협정 2조의 이월규정은 그 자체가 불법부당한 규정이다. 특히 11차 협정 2조의 '이월' 규정은 2020년에 인건비(3144억 원)와 군사건설비 3306억 원과 군수지원비 1001억 원 등 7541억 원을 이미 집행했는데도 그 중 인건비만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인정하고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11차 협정상의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므로 명백히 불법부당한 규정이다. 이 이월 규정대로 하면 2020년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4307억 원은 이중 지급되는 셈이다. 이월규정에 따른 7254억 원은 주어서는 안 되고 줄 필요도 없다.
막대한 미집행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협상하는 것은 결코 우리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며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11차 협정 2조의 불법부당한 이월규정의 폐기, 감액분의 추후 지급 불가, 불용액 및 주한미군 보유 미집행현금의 국고귀속 등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아무런 원칙 없이, 합리적인 분담이라는 사실상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속에서 협상한다면 이는 11차 협정의 실패와 굴욕을 반복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미국의 대중 전략 등 세계패권전략에 사용돼선 안 된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 자체가 터무니없기도 하지만 12차 특별협정 체결 협상 자체가 주한미군의 경비를 일부 지원하는 본래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틀을 뛰어넘고 한미소파(SOFA)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해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을 우리 국민에게 떠넘기고 우리의 주권과 국익,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12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차 회의(4.24.)를 앞두고 미국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북한 위협의 고조' 등을 들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VOA, 2024.4.5.). 북한의 위협고조를 명분으로 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주장은 곧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드는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한미연합연습 실시, 미군의 순환배치, 성주 사드운영 등에 따른 비용 분담을 이번 12차 협정에 반영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 본토에 가하는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반도에 대한 전략 자산의 순환배치를 늘렸고, 한국과의 대규모 연합 실사격 훈련도 재개했다"(VOA, 2024.4.18.)는 오스틴 국방장관의 발언은 확장억제 강화의 목적이 곧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방어에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 방어가 아닌 미국 방어를 위한 해외미군 경비에 대한 한국의 부담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및 한미소파에 위배된다.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의 길을 터주는 것은 물론이다. 불법부당한 해외미군 지원과 미 본토 방어 비용을 한국에 부담시키려는 12차 방위비분담 협정 협상은 중단돼야 한다.
2021년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서명했던 당시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지난 몇 년간 지정학적 환경과 역내 위협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실질적이고 그에 상응하는 증액이 필요"(VOA, 2024.3.8.)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에 드는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대변한다.
지난 10차, 11차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때에도 미국은 미군의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작전이나 호르무즈해협 작전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요구하며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의 명분을 댄 적이 있다.
그러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는 한국방어 임무를 넘어서는 미국의 대중 및 대러 군사전략 수행의 비용을 한국이 분담해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주한미군의 주둔경비를 일부 지원한다는 방위비분담금의 틀과 취지를 넘어 해외미군 지원과 주한미군의 한국영역 외 작전 비용을 한국이 대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수행은 불법
오산 기지 U2 정찰기가 대만해협을 정찰해 온 데 이어 작년 말에는 오산 기지 주한미공군 F-16 전투기가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 공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고 군산 기지 주한미공군 F-16 전투기도 올해 초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주일미공군과 훈련을 진행하는 등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외작전은 궤도에 올라 있다. 주한미군의 임무가 본격적으로 한국방어로부터 미 태평양사령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수행하는 임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방어 목적의 주한미군 경비를 분담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그 취지를 이제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방위비분담금이 미국 본토 방어가 주임무인 성주 사드기지 공사비와 해외미군 장비 정비비에도 불법 사용되는 등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본래 취지를 미국 스스로 부정해왔다. 이제 주한미군의 성격과 임무가 대북방어가 아닌 대중임무 수행으로 사실상 바뀐 상황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의 경비를 지원해야 할 이유도 법적인 근거도 없다.
국가재정의 족쇄가 된 주한미군 지원비
미 국무부는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의 90% 이상이 한국 국내경제에서 사용된다"면서 방위비분담금이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연합뉴스, 2024.4.5.)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에 투자해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 자신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경비를 한국에 떠넘기는 방위비분담금의 본질을 가림으로써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관철하려는 술수다. 연간 1조 원이 넘는 방위비분담금은 국가재정을 축내고 불필요하게 국방예산을 늘림으로써 민생과 복지를 압박하는 큰 요인이다.
더구나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주한미군에 대해서 직접적 및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이 연간 약 2.3조 원에 이른다(국방백서 2022).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최소 3조~4조 원)이 미국 자신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인건비를 포함한 총 주둔경비(2024년 40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한미군 경비의 일부를 부담한다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이미 취지를 벗어나 우리 국민에게 재정적 족쇄가 됐음을 말해준다.
미 국방예산 중 한국 일본 독일 주둔 미군의 주둔경비 비교
초법적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폐기돼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미국이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의 모든 유지비를 부담하도록 한 한미소파 제5조를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초법적인 조치다. 이처럼 한미소파를 정지시키면서까지 미국에게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초법적인 조치가 1991년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려 34년이나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한미관계가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관계임을 확인해준다.
한미관계는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독자적인 방어가 가능한 군사력을 이미 갖췄고 남북관계도 전쟁 방식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해서 풀어야 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폐기와 12차 특별협정 체결 협상의 중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