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4/12/21] 용산협정, LPP개정협정관련 국회 공청회 자료_차두현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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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이전협정(차두현).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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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이전협정동의안 및 연합토지관리계획개정협정동의안에 관한 공청회 자료




용산기지이전협정과 미래의 과제












▣ 진술인 : 차 두 현(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Ⅰ. 머리말

지난 10월 26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리언 라포트(Leon J. Laporte) 주한미군 사령관, 그리고 한․미 SOFA 합동위원장 한․미 양측의 SOFA 공동위원장은 한국측의 경우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주한미군의 경우 부사령관(미 제7공군 사령관)이 맡고 있다.

들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이하 용산기지이전협정)』,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의 이행을 위한 합의권고에 관한 합의서(이하 이행합의서), 『2003년 3월 29일 서명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LPP) 협정에 관한 개정협정(이하 LPP 개정협정) 등 용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된 3개 협정에 공식 서명하였다. 이로써 지난 2003년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Future of the ROK-US Alliance Policy Initiative Talk: FOTA) 협의 개시 이후 최대 현안의 하나였던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아직 용산기지이전협정과 LPP 개정협정의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상기한 3개 협정의 서명을 계기로 이제 용산기지 이전은 이제 계획의 단계를 넘어서 구체적인 실행의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용산기지 이전을 포함한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단순한 주한미군의 위치 이동을 넘어 미래 동맹의 성격과 역할, 그리고 임무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 발전과 조정의 과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것이 아니며, 이미 현재 진행형의 속성을 띠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주한미군 일부 전력의 이라크 차출, 2008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주한미군 규모 조정에 대한 한․미간 합의는 이제 한․미 동맹이 지난 50여 년간 유지해 온 한반도 방위동맹을 넘어선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한․미 안보협력관계를 향한 앞날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국내에서는 아직 용산기지이전협정 및 이행합의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합의과정의 부적절성과 과다한 이전비용 부담을 문제로 지적하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재배치의 핵심 지역이 될 평택지역에서의 부지 확보 역시 일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등을 감안할 때,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와는 달리 주한미군 재배치와 이에 따른 기지체계의 조정은 단순한 동맹조정과정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의 원만한 이행과 한․미간의 결속을 좌우할 독립변수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란을 무한정 방치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도 결코 부합되는 것이 아니다. 본 고는 이러한 점을 감안, 현재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용산기지이전협정의 의미를 재조명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한․미 동맹의 미래를 향해 현재부터 어떠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 용산기지 이전 협의의 시작과 진행경과

2002년을 기준으로 할 때, 주한미군은 우리 국토의 0.24%(7,340만평)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주일미군의 약 0.26%(3억 580만평)과 유사한 규모이다. 반면, 한국군은 1.36%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독일/영국군의 국토 점유면적인 약 1% 전후를 고려하더라도 그 면적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기지 특히 용산기지가 그 동안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여 온 이면에는 도심에 대규모 외국군 기지가 소재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측면에 보다 중점이 두어진 결과로 판단된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한․미간에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로 볼 수 있다. 1948년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배와 한반도 해방에 따라 미군이 38도선 이남에 진주하면서 시작된 용산기지의 역사는 1980년대에 들어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미군이 기존의 일본군 기지 부지를 그대로 주둔지로 활용한 이후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용산기지의 의미가 국내적으로 심각하게 부각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과 1980년대 이후 점증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민족적 자존심에 따라 점차 용산기지는 ‘후원-피후원 관계’(Patron-Client Relationship)의 상징처럼 인식되었고, 이와 함께 서울의 성장에 따른 용산의 도심 지역 편입은 시민들의 각종 민원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용산기지의 도심 외곽 지역 이전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은 이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였으며, 대통령 당선 이후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대미 협의를 모색하게 되었다. 미국 역시 주한미군의 주둔여건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측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함으로써 1988년 3월 용산기지 등 도심 소재 미군기지의 이전을 위한 양국간 협의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1990년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한․미 양국간의 합의각서(Memorandum of Agreement: MOA) 및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가 체결되었고, 미국측은 이에 따라 1992년 용산 골프장과 행당동 소재 이사벨, 서울클럽 등을 우리측에 반환한 바 있다. 그러나, 과다한 이전비용과 세부이행 합의 지연 등으로 1993년 우리측은 사업여건 성숙 시까지 동 사업을 보류할 것을 미국측에 요청하였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편). 『주한미군 재배치』(서울: 주한미군대책기획단, 2004), p. 18.


사업보류 11년만인 2001년 12월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여건이 성숙되었다고 판단하고 협의를 재개하였으며, 上揭書, 동면. 한․미가 협의를 재개하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당시 용산기지 내 주한미군용 아파트 건립 문제가 국내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된 것도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용산기지 이전은 2003년 4월 시작된 FOTA협의에서 한․미간의 미래 동맹발전을 위한 정식 의제로 등장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국방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 제1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 참조. www.mnd.go.kr.

이어 6월에 개최된 제2차 FOTA 협의에서 한․미 양측은 2003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이전까지 선발대 이전계획 등 용산기지의 조기 이전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완성키로 합의한 바 있다. 국방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 제2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 www.mnd.go.kr.

이어, 2003년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용산기지의 조기 이전 원칙이 재확인되었으며, 7월의 제3차 FOTA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 완료의 목표시점을 2006년으로 합의하였다. 국방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 제3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 www.mnd.go.kr.


용산기지 이전 논의는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 조성, 열악한 주한미군의 주거 환경 개선, 도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통한 지역개발의 활성화, 장기간에 걸친 도심지역의 외국군 주둔이 주는 부정적 인식으로의 탈피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간의 공통적 이해가 존재하였으나, 이의 타결이 손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현재 용산기지는 Main Post, South Post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한․미 연합군사령부(CFC), UN군 사령부(UNC), 주한미군사령부, 미 8군사령부 등 4개 사령부가 위치하고 있다. 당초 한․미간 협의가 개시될 당시 CFC와 UNC는 잔류대상 부대로 합의된 상태였으며, 이는 동맹의 조정이 지나치게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인상이 야기할 수 있는 국내적 불안감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측은 용산기지 내 잔류부대를 위해 28만평을 배정할 것을 우리측에 요청하였고, 이후 잔류부지의 규모에 관한 한․미간의 협상과정에서 용산기지 내 모든 부대가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기로 양측간 의견이 수렴되어 2004년 1월의 제6차 FOTA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기존의 용산기지 부지를 한국에 전면 반환하고 한․미 업무협력단, 연합사령관 및 부사령관의 서울 사무소를 위한 소규모의 부지만을 잔류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잔류부지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된 한․미간 협의의 초점은 이전비용 문제로 이동되었다. 당초 FOTA 협의가 시작될 당시 한․미 양국은 ‘요청자 부담’의 관례에 따라 한국측이 기지 이전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하였으나, 우리측이 부담하여야 할 구체적인 비용의 범위와 부담의 형태에 대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협상이 필요하였다. 한․미 양국은 제7차~10차 FOTA 협의를 통해 이 부분에 관한 집중적인 검토와 협의를 벌였으며, 10차 FOTA에서 기존의 MOA/MOU를 대체할 용산기지이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에 관한 최종적인 의견 접근을 이루었다. 10차 FOTA에서 발표된 UA 및 IA 관련 합의는 다음과 같다.

① 용산기지 및 미2사단이 이전할 오산‧평택지역의 부지제공 규모는 필요한 부대시설, 영내훈련장, 지원시설 등을 수용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재배치계획을 반영한 소요를 세부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 한측이 349만평을 제공한다.
② 용산기지 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C4I체계의 이전과 관련, 한측은 새로운 기지에 C4I 기반체계를 제공하고 현재 용산기지에서 사용중인 C4I 시설 및 장비를 이전하여 설치하되, UNC/CFC의 C4I 개선은 기지이전과 관계없이 기존 개선계획에 따라 추진하고 주한미군사가 사용하고 있는 C4I의 개선은 미측이 비용을 부담하여 실시한다.
③ 이사비용은 현금이 아닌 현물 즉 운송용역으로 제공하기로 한다. 비용최소화를 위해 모든 비용은 비용처리절차와 비용통제방법에 따라 공동으로 승인후 집행하도록 한다.
④ 기지 이 전시에는 이전계획과 이전 대상지역의 도시발전계획이 상호 보완적이 되고,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협조조항을 명시한다.
⑤ 현재 용산기지 내의 미 국방부 소유 간부주택은 한국측이 부담하여 대체시설을 제공하고 기타 소요주택은 미국측 부담으로 임대방식으로 해결하되, 한국측은 이에 필요한 건축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한다.
⑥ 한‧미 양측은 새로운 합의서에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기술양해각서(E-MOU)와 시설종합계획(MP) 작성을 조기에 착수하여 용산기지 이전 사업추진을 가속화한다. 국방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 제10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 www.mnd.go.kr.

이러한 합의 내용을 골자로 한 UA 및 IA는 2004년 8월의 제11차 FOTA를 통해 가서명되었으며, 이로부터 2개월여 후에 정식 서명의 절차를 밟게 되었다. 정식 서명 나흘전인 10월 22일 워싱톤에서 개최된 제36차 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양국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UA 및 IA가 체결된 데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하였다. SCM 공동발표문에 대해서는 www.defenselink.mil/news/Oct2004/d20041022joing.pdf를 참조할 것.





Ⅲ. 새로운 협정을 둘러싼 쟁점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용산기지이전협정 및 이행합의서를 둘러싼 국내의 논란은 협정 문안 구성을 위한 협의 당시부터 끊임없이 제시되었으며, 협정이 정식 서명된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협정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비판적 시각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1. 동맹과 기지이전 협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그 동안 한국 사회 내에서는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과 관련하여 두 가지의 상반된 담론(談論)이 존재하여 왔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러한 해석에 따를 경우 한․미 동맹은 단순히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방어하는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발전 전반에 기여하였으며, 한․미 동맹은 미래에도 한국의 발전을 위해 긴요한 존재로서 인식된다. 두 번째 담론은 한국전쟁과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기여 자체를 부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이들에 따르면 해방 직후부터 미국은 한국의 우방으로서가 아니라 ‘점령자’로 한반도에 진주하였으며, 자신들의 세계적 이익에 따라 한국의 분단을 조장하거나 방기한 주체이다. 또한, 한․미 동맹관계로 인해 파생된 정치․경제․사회적 효과 역시 수탈과 종속의 이면에 존재하는 피상적인 것일 뿐이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현재의 시점에서도 한․미 동맹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주체라기보다는 민족간의 화해․협력과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며 당초부터 성립되지 말았어야 할 존재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영재, “한반도․동북아 평화 위협하는 미국의 한반도 군사정책과 협력적 자주국방론,” 제9회 광화문 통일포럼 『주한미군 재배치와 자주국방』 지정토론 자료(2004년 6월 22일), p. 19; 강정구, “주한미군의 근본적 재평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중심으로,” 연세대 국제학 대학원 주최 미군기지이전 세미나 발표논문(2004년 5월 28일) 참조.

전자를 ‘동맹과 안보의 담론(談論)’으로 지칭할 수 있다면, 후자는 ‘민족과 통일의 담론’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된 비판적 시각의 첫 번째 유형은 ‘민족의 담론’의 시각을 상당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기지이전 관련 한․미 협의에 있어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기지 이전 자체가 아니라,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이다. 이러한 담론을 기반으로 할 경우 용산기지 이전을 포함한 주한미군 재배치는 대북 선제공격 및 대중국 포위 의도를 내재한 것이며, 미국이 한반도에 영구 주둔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에 입각한 주장은 동맹 유지에 관한 근본적 시각차를 감안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따를 경우 한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미군 기지의 존립 근거 자체가 원천적으로 부정됨으로써 이는 우리의 안보에 있어 주요한 실체로 엄존하고 있는 동맹체제의 즉각적 와해를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한․미 협의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용산기지의 실질적 이전 자체가 불가능한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2. 과다한 비용에 대한 논란
두 번째 범주의 비판적 시각은 한․미 동맹과 용산기지의 실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다한 이전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협정이 체결된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용산기지 이전을 비판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용산기지 이전이 미국의 세계전략적 필요에 의해 비롯된 것인 만큼 그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철기, “주한미군을 다시 생각한다,” 『대한매일』, 2003년 12월 11일자; 유영재, “미, 용산기지 이전비 내야,” 『한국일보』, 2004년 4월 8일자.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용산기지 이전을 전체적인 주한미군 기지이전과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명 미국은 자체적인 필요에 따라 전체적인 해외주둔 미군의 전력/주둔위치를 재조정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재배치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측은 보병 2사단 재배치를 비롯한 전반적인 주한미군 재배치를 먼저 제의했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용산기지의 경우 전체 주한미군과 기지가 재배치되더라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해야 할 필연성이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휘/통제를 주임무로 하는 사령부와 지원부대의 주둔지인 용산기지가 서울에 잔류하더라도 전체적인 주한미군의 조정을 이행해 나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용산기지의 이전은 한․미 동맹 발전의 상징성과 국민정서 등을 고려하여 1990년대부터 우리가 먼저 요청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UN사/연합사의 이전은 미국측이 먼저 주장하였다고 지적할지도 모르나, UN사/연합사는 전체 용산기지 이전계획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이러한 시각을 택하는 이들은 국가간 조약에서는 비용의 한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원칙’이 어디에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지이전은 부지(敷地)․인력․장비․건설공법 등 다양한 재정적․기술적 고려요소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계획단계에서 정확한 비용이 산출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구체적 비용을 억지로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미봉적이며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그 동안의 한․미 협의는 이러한 기지이전의 특성으로 인해 자칫 ‘백지수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실제로, 금번에 체결된 UA 및 IA를 통해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된 토지, 시설, 이사비용, 기타비용을 최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서 ‘최적화’(optimize)라는 의미는 상당히 추상적이며 융통성 있는 개념으로, 용산기지 이전사업의 이행은 군사․재정․기술적 측면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사업실시에 있어 일정부분 정책적 재량의 여지를 인정하되, 그 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제시된 용어이다. 이에 대해서는 외교통상부, “용산기지이전협정 해설”(2004. 10). 동 문건은 www.mofat.go.kr을 참조할 것.


또한, 기존의 용산기지 이전 MOA/MOU에 포함되어 있던 대표적 독소조항이라 할 수 있는 ① 주한미군 시설 이전에 따른 영업손실 보상, ② 非SOFA 청구권 처리 (Non-SOFA Claims) 역시 금번의 UA 및 IA를 통해 우리측의 입장을 관철하여 조항 삭제가 이루어진 점 역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上揭資料 참조.


뿐만 아니라, 과다비용을 지적하는 이들은 우리측이 이전 비용의 현물지급과 투명한 비용집행 통제를 지향하는 것 역시 미국이 지정한 자재를 우리가 구입해서 제공하는 것일 뿐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국제관계에 있어 협의와 협상의 의미는 양자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안을 수렴하고 조정해 나가면서 공동의 최선책을 창출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구상이 반영되었다고 해서 그 결과가 의미 없다고 평가한다면 이는 국제적인 관행에서 벗어난 독불장군식의 행태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철저한 악의와 기만으로써 일관할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다면 국가간에는 어떠한 협의와 협상도 있을 수 없다.


3. 협정 체결과정의 정당성
용산기지이전협정에 관한 세 번째의 비판은 용산기지 이전 협의과정에서 우리측 대표단이 미국에 맹종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불평등한 요소로 가득찬 것으로 비판받는 1990년 안(案)보다 더욱 개악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은 2004년 10월 15일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용산기지 협정문을 사전 공개하면서 주장한 것이다, 『한겨레신문』, 2005년 10월 15일자 참조.

더 나아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우리 대표단이 우리 정부의 여타 부처들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택하는 이들은 이러한 맹종의 근거로 이전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원칙이 유지되었고, 기지이전 비용의 총액이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비용의 과도성을 주장하는 두 번째 시각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지만, 또 다른 한편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내에서 급격히 증대된 대미 관계에 있어서의 ‘평등’ 콤플렉스와 무관하지 않다. 대미관계에 있어 ‘평등’을 주장하는 여론의 기저에는 한국 사회도 과거와는 달리 눈부신 발전을 겪었으며, 국제적인 지위 역시 급속히 신장된 만큼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 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정적 대미정서는 이러한 기대에 대해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반발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국 사회 내에서는 대미 인식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더 이상 이를 소수의 입장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2002년 2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직후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6%가 미국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였고, 2002년 12월 ‘촛불시위’ 당시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7%가 미국에 반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호감은 37.2%에 불과하였다. 촛불시위의 열기가 줄어든 2003년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03년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9%가 미국에 반감을 나타내었고 호감은 24.5%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1년 실시한 동일 취지의 여론조사에 비해 미국에 대한 반감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한국 사회의 가치관 급변과 혼돈』(연구보고서, 2003. 4).

2004년 3월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대미인식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4%가 미국에 반감을 나타내었고, 호감은 37%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대미인식의 변화는 미국의 대외/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 SOFA등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제도적/법적 장치의 개선에 대한 요구, 특정 미국인/미국병사의 행태에 대한 분노, 미군 주둔으로 인해 야기되는 민원, 미국의 동맹관계 운영이 일방적이라는 비판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평등’에 대한 열망과 연결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한국 사회내의 평등에 대한 열망이 미국 내의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보수파 논객중 한 명인 로버트 노박(Robert Novak)은 2003년 1월 6일자 “한국의 위기”(South Korea's Crisis)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 칼럼을 통해 “오늘의 한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인들이 흘린 피에 별로 감사하고 있지 않으며 그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이라면서 한국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Robert Novak, “South Korea's Crisis," Internet Washington Post, 6 January 2003.


또한, 미 CATO 연구소의 더그 벤도우(Doug Bandow)는 “한국은 현재 국력 면에서 북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한국이 현재보다 더 큰 규모의 군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파산상태의 북한에 대항하여 미군이 주둔할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미군은 여전히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며, 서울 도심에도 배치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또한, “한국이 방어를 미국에 의존하는 한 양국 관계는 결코 완전히 ‘동등’해질 수 없다. 또,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 주는 한 미국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요구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맹은 어떠한 목적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한반도에 있어 그러한 임무는 끝났다”고 역설했다. Doug Bandow, "Time for a Korean Divorce." NRO online (January 6, 2003).

미국의 서사모아 출신 하원의원인 애니 팔에오마베가(Eni Faleomavaega) 역시 2003년 방한중 가진 회견에서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조선일보』, 2003년 2월 14일자.


동맹관계에 있어 나타나는 이러한 평등에 대한 인식차는 향후에도 한․미간의 잠재적․현재적 갈등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안보와 평등에 대한 열망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가가 향후의 한․미 관계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용산기지이전협정 협의과정에서 미국측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을 ‘굴욕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이성보다는 감상에 충실한 접근이며, 지나친 자기 비하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4. 小결론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동맹관계가 출범한 이후 한․미 양국은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협력관계를 진화시켜 왔으며, 금번의 용산기지이전협정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의 또 다른 진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협정은 기존의 MOA나 MOU에 비해 미국의 자의적인 비용요구나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소지를 대폭 제한하였으며, 불가피하게 추가적인 비용일 발생할 경우 한․미간의 협의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협정의 도출을 위한 협의과정은 ‘굴욕적’이라기보다는 양국간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금번의 협정을 도출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협의를 필요로 했다. 과거의 한․미 관계에 있어 주요 기지의 이전이나 주한미군의 규모 및 위치조정은 한․미간 협의의 대상이었다기보다는 통보의 대상이었다. 반면, 금번의 용산기지 이전 협의과정에서는 10차례에 걸친 공식 협의와 그 이상의 실무급 협의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다수의 협의가 가능하였다는 점 자체가 한국의 신장된 국력과 변화된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Ⅳ. 변화하는 동맹과 미래의 과제

1. 미국의 新안보전략과 해외주둔 미군 전력 조정
용산기지이전협정이 정식 서명된 현 시점에서 우리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그 과정이나 특정 조항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동 협정에 따라 한․미간에 합의된 사항들이 원만히 이행되도록 미국과의 협력을 지속하고 기지이전에 따르는 비용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미래의 동맹을 향한 준비를 다져 나가는 일이다. 이는 용산기지 이전 협의를 전후하여 한․미 동맹의 변화를 향한 미국측의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미국의 탈냉전시대 안보전략의 핵심은 “강력하고 잘 훈련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국으로서의 입지 공고화”이며, 이는 「9.11 테러」를 계기로 미 본토의 방어라는 새로운 과제를 포함시키기 되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미국에 비해 압도적인 국력의 열세에 있는 국가나 집단이라도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무기체계를 보유할 경우 얼마든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했고, 이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4년주기 국방검토보고서」(QDR), 「핵태세 검토보고서」(NPR), 「국가안보전략」(NSS) 등 부시행정부 출범과 「9.11 테러」를 거치면서 발표된 일련의 안보․국방정책 문건들은 공통적으로 ① 테러집단/지원국 및 악당국가들의 공격에 대비한 미 본토 방어 능력 강화, ② 세계적 차원의 미국 이익 보호를 위한 해외 전력투사 능력 향상, ③ 다양한 지역분쟁에 대한 동시 대비 능력 제고 등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QDR, NPR, NSS 등에 대해서는 국방정보본부(譯),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서울: 국방정보본부, 2001); www.globalsecurity. org/wmd/library/policy/dod/, News Transcript: Special Briefing on the Nuclear Posture Review, www.defenselink.mil /cgi-bin/ 2002년 3월 14일자; The White House,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ashington D.C.: The White House, 2002) 등을 참조할 것.


2003년의 「전세계적 방어태세 재검토」(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GPR)로 대변되는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전력 조정정책은 미국 新안보전략의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제시된 소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려면 경량화하고 기동화 된 미군 전력의 재조정이 필요로 되며, 유사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미군 전력을 신속히 이동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려에 따라, 미국은 이미 부시 행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부터 해외주둔 미군을 고속기동화 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2003년 11월 부시 대통령의 발표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이후 발표된 미국의 각종 언론매체 기사 및 안보․국방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할 때, GPR은 단순한 개념적 구상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Road-map 초안이 완성되어 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태 지역 미군과 관련해서도 재배치 구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004년 3월 22일 고든 잉글랜드 해군장관은 미사일 방어(MD) 계획의 일환으로 이지스함 1척을 9월까지 일본 해역에 조기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같은 달 Washington Post지는 아․태 지역 주둔 미군 10만명중 15,000명 가량이 감축될 예정이라고 보도하였다. 또한, 괌의 지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됨으로써 향후 괌 기지가 미국의 아․태전략에 있어 군수 및 전략기획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등장하였다(4월 New York Times 기사). 「산케이 신문」은 아․태 지역을 담당하는 미 육군 1군단 사령부를 일본의 자마(座間) 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 중임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계획들과 함께, 지난 3월 25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향후 해외주둔 기지 재배치에 있어 ① 미국은 여전히 해외기지를 필요로 하지만, ② 해외작전후 귀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③ 미군을 환영하는 국가에만 주둔하겠다는 3가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2. GPR과 한반도 안보
미국의 新안보전략과 GPR은 기존의 우방/동맹국들에게는 더 큰 부담과 기여의 요구를 의미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주요 전장(戰場) 중심에서 동시다발적인 지역분쟁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잠재적 위협세력의 사전 견제․제거로 이동함에 따라 미국의 지역․세계 차원에서의 군사작전에 대한 참여 등 동맹의 역할 범위 확대가 요구되는 반면, 해당국들의 자국 방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미국의 新안보전략의 실행에 있어 동맹국들의 기여와 협조를 강조한 바 있으며, 2004년 8월 개최된 제11차 FOTA에서도 이것이 재확인되었다. 즉, 미국측은 향후 GPR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의 기본원칙(key themes)으로 ① 동맹의 역할 확장 및 새로운 협력관계의 구축, ②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성의 증대, ③ 超지역적 접근, ④ 신속전개능력 향상, ⑤ 규모가 아닌 능력에의 중점 등을 제시한 것이다.
GPR은 또한, 우방․동맹국들에 대한 기존 안보공약에 있어 미국이 보다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현재 미국은 GPR과 함께 미래형 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 FCS)를 향한 ‘목표군’ (Objective Force)의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여단, 사단, 군단, 군 등의 지휘체계 대신 「작전부대」(Unit of Action: UA, 여단급), 「지역 작전사령부」(Unit of Employment X: UEx, 기존의 사단과 군단의 중간 형태), 「광역 작전사령부」(UEy, 현재의 군급) 체계로의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UA는 FCS의 핵심으로 고도의 신속기동화와 네트워크화를 특징으로 하며, 육․해․공 입체 작전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또한, 복수의 UA를 관리하는 UEx와 UEy는 관할 지역의 상황에 따라 그 지휘전력이 유동적일 가능성이 크다. 즉, 미래 미군의 전투체계 하에서는 해외전력에 관한 한 상시주둔부대라는 것은 의미가 크게 줄어들게 되며, 상황에 따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전력 증강이나 감축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방위와 관련된 미국 및 해당지역 우방․동맹국들 간의 관계에 있어 미국이 발휘할 수 있는 leverage가 그만큼 증대됨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조정과 미래 전투체계로의 이행은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 여타 주요 강국들을 자극하여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군사계획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 역시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1990년대의 걸프전 이후 중국 등 주변국들이 첨단화와 정밀타격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제반 개념들, 즉 신속화와 기동화 그리고 정밀화 등은 향후 주변국들의 국방전환 과정에서도 그대로 벤치마킹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과 관련 우리에게 새로운 대비의 소요를 제기한다. 그 동안 우리는 미래의 위협에 대비함에 있어 특정 주변국과의 갈등관계가 형성되더라도 이들이 동북아 역내의 미묘한 역학상 한국에 대해 전면전을 준비하지는 못할 것이며,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의 규모 역시 대치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해 왔다. 예를 들어, 미래 중국의 위협에 대비함에 있어서는 심양군구 군사력이 대비소요의 준거가 되었다.


주변국들의 군사혁신과 국방전환은 이러한 기존의 가정 자체가 붕괴됨을 의미한다. 즉, 주변국들이 신속화 되고 경량화 된 군사력의 건설에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이들과의 분쟁시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위험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으며, 한국과 갈등관계에 놓인 주변국들은 과거에 비해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군사력을 사용할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미래 한국이 감당해야 할 잠재적 위협의 정도가 그만큼 커짐을 의미한다.


3. 미래 한반도 기지체계의 의미
위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종합해 볼 때, 미래 안보환경 하에서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동맹체제 내에서의 자율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과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안보 공약과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고려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미국의 세계전략 추진에 있어서의 ‘편의성’이며, 이는 미래 기지체계의 구성과 밀접히 연관된다.
2003년 6월 앤드류 호언(Andrew Hoehn) 미 국방부 전략 副차관보는 향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와 관련, 미군 기지체계를 ① 대규모의 미군이 상시 주둔하는 중추기지(Strategic Bases 혹은 Hub), ② 유사시의 신속한 병력 전개를 위해 소규모 미군을 운영하는 전진작전기지(Forward Operating Bases), ③ 유사시 미군 전개에 대비 해당국들과 연합훈련 및 협의를 유지하는 전진작전 지역(Forward Operation Locations) 등으로 구분․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Washington Post, 9 July 2003.

이후 미국은 11월 부시 대통령이 GPR 구상을 발표하면서 해외주둔 미군을 보다 강력하고 융통성 있게 합리화․효율화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향후 1~2년간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방침임을 천명하였다.
미국측의 해외기지 재편 구상은 2004년 초에 들어 더욱 정교화 되어 제시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의 기지체계를 구성해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① 전력투사중심 권역(Power Projection Hub; PPH) 대규모 병력근거지로 유사시/전시비축물자와 실제 전투병력 다수 주둔. 여러 지역에 산재한 MOB를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추정됨
②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ng Base: MOB): 일정병력이 상시 주둔하는 기지로 초현대식 지휘․통신체제를 갖추고 해외주둔 미군의 훈련지원 및 타국과의 안보협력을 지원
③ 전진작전기지(Forward Operation Base): 소규모 상주 간부와 순환근무 병력으로 구성. 유사시 증원 위주로 운용
④ 안보협력대상 지역(Cooperative Security Location): 상주병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유사시 증원을 위해 소규모 훈련장 등을 운용

이러한 변화과정 내에서 우리측이 충분한 레버리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동맹의 장기적 생명력과 동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하부 기능단위화 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만은 없다. 즉, 동북아 및 아․태 지역의 안정과 미국 이익의 보호를 위한 주축을 미․일 동맹으로 설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일본내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동북아 2개 통합 PPH를 운영하며, 한국내의 2개 hub는 동북아 PPH의 하부 단위로 일본의 동남hub와 서남 hub를 보조하는 기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극복하고 동맹체제 내에서 우리의 교환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국내 기지체계가 지니는 가치를 제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Ⅴ. 결론: 미래형 동맹을 향한 기지체계의 재구성

앞서 제시된 개념을 감안할 때, 미래의 한반도내 미군 기지는 ‘한반도 방어’의 목적보다는 미국의 지역/세계전략의 전진수단으로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구상이 우리의 이익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반도내 미군기지의 존재와 주한미군의 존재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감소․소멸 이후에도 잠재적 적대세력으로 하여금 한반도에 대한 도발을 억제하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며, 활용가치가 넓은 기지의 한국내 존재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신속한 지원과 대한 안보공약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한국군의 한반도 방위 전담과 주요 기지제공에 상응하여 동맹 내에서 우리의 자율성은 확장될 것이고, 한국내 미군기지의 존재는 정치․경제․군사 등의 포괄적 동맹관계의 안정성을 담보할 것이다.
단, 한국내의 기지가 주일미군 기지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됨으로써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하부수단화 하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맹체제 내에서의 형평성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지속적인 가치의 창출이 요구된다. 즉, 미래 동맹에 있어서는 한․미 양국이 ‘효용의 형평성’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러한 형평성이 구현된 체제하에서 우리는 미국을 한반도 유사시/전시 여전히 신뢰할 만한 최대 지원세력으로 유지하는 한편, 정치․경제적 공조관계를 지속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은 특히 북한 위협의 감소․소멸과 통일 준비시대에 있어 주변국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어 긴요할 것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세계전략을 지원하는 데 있어 중요한 협조자일 뿐만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실제 수단으로서 주요 기지체계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미래 한반도내 기지체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평택 권역을 중심으로 고속도로, 활주로 등 민․군 겸용이 가능한 사회간접자본이 다수 건설될 필요가 있으며, 평택 지역을 한반도 및 동북아권의 새로운 물류 중심지로 기획하는 등의 조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평택 주민들의 생활수준의 향상과도 연결됨으로써 한․미 양측과 정부 및 민간 모두가 효용을 얻는 Win-Win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 주한미군 기지체계의 가치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주둔여건’에 의해 제고될 것이므로 이를 감안한 조치들을 현 시점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권, 환경권 등 SOFA내 제 정들을 변화한 한․미 동맹 여건에 맞게 현 시점부터 수정하거나, 한․미간 주한미군 관련 민원조정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 차원의 장치를 마련(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 등은 모두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또한, 경기도 등의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 지역개발계획을 통해 미군기지 주변을 국제도시화 함으로써 주둔여건 개선 및 ‘기지촌’ 조성 방지 효과를 동시에 유도하는 방안 역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조치들은 미래 주한미군 기지가 한국 사회내의 이질적 요소가 아닌, 지역 발전과 국제화를 보장하는 ‘지역사회의 일부’로 기능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 주한미군 병력 감축 합의 등은 한․미 동맹이 이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에 진입하였음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 자체가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의한 것인 만큼 그 속도를 조정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근본적 방향을 변화시키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향후 미국 행정부의 성격, 한․미 관계의 결속도에 관계없이 현재의 추세는 지속되거나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우리로서는 동맹의 변화를 우려하기보다는 새로운 발전을 위한 기회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동맹의 적절한 활용을 전제로 안정적 안보상황 유지와 자주적 국방능력 발전은 양립 가능한 목표라는 인식하에 최근의 동맹조정을 한․미 관계에 있어 상호 형평성과 자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게임에 있어 우리의 상대방인 미국 역시 끊임없는 손익계산에 따라 자신들의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해외주둔 미군 3원칙은 바로 이러한 손익계산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해 동맹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용한 존재이며, 미래 한․미 동맹의 생명력은 양측이 상대방에 대해 얼마만큼의 효용을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동맹의 효용을 높이는 결속의 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하며, 용산기지이전협정을 계기로 시작될 한반도내의 기지체계 재조정은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 한반도내의 주한미군 기지체계는 한․미 동맹의 ‘효용상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정립되어야 하며, 이는 향후의 용산기지 이전과정과 평택에서의 새로운 기지체계 건설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를 비판하고 그를 통해 교훈을 얻는 작업을 부당한 것으로 공격할 수는 없다. 특히, 국민들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감안할 때, 용산기지이전협정의 서명은 기지 이전의 끝이라기보다는 시작이며, 아직 한․미간에는 구체적인 비용의 산정, 이전비용의 투명한 집행, 그리고 C4I 이전비용의 방위비 분담 편입 등을 둘러싼 미래의 과제들이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합의된 사항이나 과거의 과정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우리 주변의 여건과 동맹이 너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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