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6/02/14] 6차 SPI 대응 괌 현지 투쟁 소식 2 [2차 수정 및 사진추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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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현지투쟁단은 6차 SPI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진 SUMAY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의 1/4이 채 안되는 아름다운 산호섬 괌은
미군에게 정복당한 채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차모르 원주민들은 지난 60년 동안 미군기지 철거를 줄기차게 외쳐왔습니다.

오후 4시까지 차모르 원주민들이 농성에 동참했으며 투쟁단은 준비해간 대형 현수막을 신호등에 매달고 플랭카드를 들고 걸고, 꽹가리를 쳐대며 이번 회의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했습니다.
투쟁단은 쇠파이프를 이용하여 펼침막과 깃발을 세우고
기지 앞에서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도착한 군복 입은 경찰들은
기지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투쟁단에게 다가와 기지를 촬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카메라와 필름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필름을 뺏아간 경찰은 웬일인지
1시간 쯤 후에 다시 와서 필름을 돌려주며 "수고하라"고 했습니다.

이 날 농성에 동참한 차모르 인들은 차모르 민족의 깃발과 함께
자신들이 속한 원주민연합 깃발과 유엔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투쟁단이 가져온 꽹과리에 큰 관심을 보이며
치는 법을 금방 배우더니 꽹과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미군들이 꽹과리 소리를 싫어한다고 하니 더 신이 나서 두들겨댔습니다.

박석분 국장은 아메리카 원주민 연합 깃발을 들고
차모르인들의 꽹과리 소리에 맞추어 기지를 향해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오후 1시 경에는 ABC 방송에서 나와 취재를 해갔으며, 유홍 국장은 차모르 민영방송인 KUAM 라디오의 데비 퀴나타가 진행하는 'TOMORROW SPRIT CHAMORU'에 출연하여 우리의 투쟁을 알렸습니다.
오후 3시 30분 경엔 서울에서 열린 반미연대집회와 연결하여 현지 투쟁상황을 전달했습니다만 전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만족하게 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농성장 앞을 지나는 미군들은 투쟁단을 향해 욕설을 해대면서 지나갔지만 대부분의 차모르 원주민들은 차량경적을 울리며 지지하고 환호해주었습니다.
투쟁단은 밤에도 기지 정문 앞에서 계속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이 소식이 KUAM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자, 많은 차모르인들이 지지방문을 오겠다고 방송국으로 연락을 해왔으며, 안전을 걱정하는 문의가 여기저기에서 들어왔습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지방경찰이 보호를 나오겠다고 알려오는 등, 이번 투쟁은 기대했던 것보다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투쟁단은 오후 10시 30분까지, 수 명의 차모르 지지방문자들과 함께 농성을 전개한 후 이 날의 투쟁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15일)은 오전 9시부터 다시 농성을 시작할 것입니다.
투쟁단이 기지 앞에서 차모르 인들과 함께 촛불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기지 앞 밤 농성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차모르인들은 투쟁단보다 더 신나했습니다.
차모르인들은 램프에 라디오까지 들고 나와 농성장 분위기는 마치 캠핑장 같았습니다.
한 차모르 부인은 투쟁단을 위해 치즈버거 한 아름과 얼음박스 한 가득 물을 싣고 와주었습니다.
KUAM 라디오의 데비 퀴나타는 농성장을 방문하여 KUAM과 연결, 현장의 목소리를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차모르인들이 투박하지만 절실한 손놀림으로 만든 피켓 앞에 앉아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조광수 국장.
온 섬이 미군기지로 되어 주민들의 삶이 파괴당하고 있는 괌의 현실은,
우리의 투쟁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우리 민족이 처할 운명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비장감이 솟구쳤습니다.

차모르인은 "everyone love is one"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한국 국민들에 대한
깊은 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박석분 국장의 14일 일기]
2월 14일(화)
오전 8시 50분. 차모르인 퍼나이와 네비가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숙소로 와주었다.
전 날 데비가 이 곳 기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늘 회의는 앤더슨 기지가 아니라 수메이(SUMAY) 해군기지(NAVAL STATION)이라고 한다. 정확한 회의 장소를 확인하고 싶어서 서울에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별다른 뚜렷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현지인들의 정보와 지원을 중심으로 판단하기로 하고, 두 사람에게 곧바로 수메이 기지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체력이 닿는 대로 철야농성을 해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퍼나이와 네비는 곧장 기지 앞으로 가는 일을 난감해했다. 오늘 오전 10시에 장례식이 있다면서, 그곳에 먼저 가자는 눈치다. 우리가 우리를 기지 앞에 데려다주고 장례식에 가라고 했더니 우리만 기지 앞에 남겨두기엔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는 거다. 순박한 두 사람의 진심어린 염려가 전해왔다. “그래요. 그럼 장례식에 들렀다 가죠.” 이렇게 해서 우리의 14일 일정은 차모르 사람들의 장례식 참례로부터 시작되었다.
장례식이 거행된 카토릭 교회에는 수백명의 차모르인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흰색을 쓰는 우리와는 달리, 유족들은 분홍색 꽃과 완장을 달았다. 추모객들은 유족들과 일일이 포옹하면서 볼과 볼을 맞대는 자신들만의 인사방법으로 조의를 표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네비와 퍼나이, 그리고 데비는 성가대석에 서서 흑인영가를 불렀다.
우리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미국에 나라를 빼앗긴 채 식민지 백성이 되어 한 생을 마친 고인을 추모하며 부의를 전달했다. 차모르 인들은 “어제 KUAM TV에서 보았다”며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우리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훌륭하다며 우리의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장례식장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빵과 과자 등을 봉지에 챙겨들고 기지 앞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15분이다. 퍼나이와 네비가 뭔가를 의논하더니 기지 앞 삼각 모양의 잔디지역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곳이 우리의 시위장소였다. 미국 법에 따르면 시위대는 지정된 장소 이외의 곳을 돌아다니면 처벌대상이란다. 퍼나이는 이곳에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혼자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의를 주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잔디 지역을 벗어나려고 하면 소리를 질러 주의를 주었다.
우리는 준비해간 대형 플랭카드를 기지 맞은 편에 있는 신호등에 걸었다. 조광수 국장이 유홍 국장을 무등을 태워 가능한 높이 걸었다. 그리고 유홍 국장이 어디선가 구해온 쇠파이프에 ‘ ’라고 쓴 펼침막을 걸고, 평통사 깃발을 꽂고, 헝겊피켓 하나씩을 목에 걸었다. 퍼나이와 네비도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에 경찰 차량 석 대가 기지 앞에 나타나 멈추어섰다. 군복 위에 POLICE라고 씌여진 조끼를 입은 자들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가 내가 캠코더로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다가와서 시비를 걸었다. “기지는 촬영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카메라를 내놓아라”고 했다. 나는 카메라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유홍 국장이 필름을 주라고 조언했다. 그들은 카메라를 달라고 요구하다가 내가 필름만 주겠다며 필름을 꺼내주자 그것만 받고 물러섰다. 입국 때도 고비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경찰의 경직된 태도에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의연히 시위를 시작했다. 어느 사이 차모르인들이 하나, 둘 도착하여 시위대는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어제 앤더슨 기지 앞 시위에 나왔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온 4살박이 한스도 한 몫을 했다. 한스는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솜씨로 거대한 소라고동을 잘 불었다.
차모르인들은 식민지 괌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수십년간 미국에 맞서 투쟁해왔다. 산호섬 괌 바다에 늘 정박해있는 핵잠수함의 철거, 괌을 차지한 채 원주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미군기지 철수가 이들의 일상적인 요구다. 요즘 차모르인들은, 미국이 NCS 기지를 반환하기로 했다가 일본에서 이동하는 미군을 위해 다시 기지 수용을 요구하는 문제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차모르 민족운동단체의 대표라고 하는 벤은 우리에게 “차모르 깃발은 평화를 상징한다.”고 자신들의 깃발을 설명하고, “우리는 성조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신 유엔기를 들고 나왔다”며 유엔 깃발을 보여주었다. 또 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연합의 깃발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우리가 꽹과리까지 동원하여 시위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자 웬일인지 경찰이 다가오더니 뺏어간 테이프를 돌려주며 수고하란다.
차모르인들은 우리가 치는 꽹과리를 아주 신기해하며 금방 배우더니 쉴새없이 쳐댄다. 꽹과리가 기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데는 아주 좋다며 정말 마음에 들어하였다.
오후가 되면서 언론사들이 찾아왔다. abc 방송국 기자가 유홍 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또 어제 앤더슨 기지 앞에 왔던 KUAM의 라디오 방송에서 유홍 국장에게 방송 출연 요청도 들어왔다. 알고보니 서울에서부터 연락이 되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데비 퀴나타가 KUAM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고 한다. 유홍 국장은 그녀가 진행하는 ‘TOMORROW SPIRIT CHAMORU" 에 출연하기 위해 오후 2시경 방송국으로 향했다.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해가 쨍쨍 난다 싶으면 우박같은 빗줄기가 쏟아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스팀 다리미 밑에 있는 빨래가 된 것 같았다. 그런 날씨 때문일까, 시위는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서 있는 게 힘들어 가끔 주저앉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해변에 정박해있는 거대한 군함들을 바라보며 평택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지 안 어딘가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을 안광찬 등 정부 대표들을 생각해보았다. 과연 그들이 어떤 태도로 미국과 회의를 하고 있을까? 과연 우리가 나라를 생각하며 제기하는 절박한 요구를 알고나 있을까?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관료들이 미국에 대응해온 것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정신나간 매국적 관료배들을 믿고있다간 한반도 전체가 괌처럼 완전히 미국의 기지로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미군들 중에는 차량 굉음을 내며 시위를 방해하는 자들도 있었고 욕설을 상징하는 손짓을 하며 지나가기도 하고 우리를 향해 “GO HOME!"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반면 차모르인들은 대부분 차량 경적을 울리거나 손을 흔들며 시위를 지지했고, 주먹을 쥐어보이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농성을 벌이는 차모르인들은 욕을 해대는 미군들을 향해서는 때로 같이 욕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하프데이-평안하세요”라고 소리를 질렀으며, 지지의 뜻을 표하는 차모르인들에게는 “비바 차모르!”라고 하며 승리를 기약했다.
체력이 떨어져 시위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어제 밤 거의 자지 못한 조광수 국장도 말은 못하고 힘들어하는 눈치다. 철야농성 이야기에 금방 부담스러워 하던 유홍 국장 얼굴도 떠오른다. 아무래도 오후 6시 경 오늘 농성을 마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방송국에서 돌아온 유홍 국장이 의외로 “오늘 밤 농성을 강행해야겠다”고 한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눈이 동그래진 내 질문에 유국장이 신이 나서 말한다.
유 국장이 방송에서 “기지 앞에서 night rally를 할 것”이라고 했고, 진행자인 데비가 “이들이 과연 안전할까요?”라고 하자 청취자들이 방송국으로 “안전하다”, “아니, 안전하지 못하다”는 상반된 의견들을 전화로 알려오는 등 반향이 있었다는 거다.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알려오는 시민들이 속출하는 등 이 방송은 뜻밖의 홍보효과를 내주었으며, 이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보호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려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대중들은 정당한 투쟁에 대해서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호응해온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 우리는 이런 일들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차모르인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에 힘입어 밤 10시 30분까지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우리의 촛불 행사에는 10여 명의 차모르인들이 함께 했으며, 이들은 얼음물과 햄버거, 랜튼을 들고 왔으며 호롱램프와 라디오를 가지고 와서 컨트리 뮤직을 크게 틀어놓아 농성장은 마치 캠핑장처럼 느껴졌다.
1년 중 기온이 가장 떨어지는 시절이라는 괌의 밤하늘에는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떴다. 차모르인들과 우리는 미국에 의해 고통받고 있으며 이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공통성에 의해 한 마음이 되었다.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 데도 마음이 통한 우리는 어느 새 볼과 볼을 맞대며 차모르인 방식대로 인사를 할 정도로 가까와졌다. 무슨 이유에선지, 농성 중에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너무 멈 길을 가야 해요”라는 말로 마음을 아프게 하던 꽃같은 25세의 처녀 퍼나이는 “everyone love is one"라고 말하며 피켓에 ‘LOVE ONE'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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