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6/15 청와대 앞 문정현 신부 10일째, 박순희 지도위원 7일째, 변연식 공동대표 5일째 단식투쟁 소식]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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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부터 시작된 문정현 신부님의 단식투쟁은 6월 15일로 열흘이 되었습니다.
평통사는 신부님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하신 8일부터 중앙 및 지역 실무자들이 교대로 실무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6월 15일에는 인천평통사 정동석 사무국장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부님과 신부님과 함께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 박순희 평통사 지도위원과 변연식 공동대표를 보좌했습니다. 그리고 정동석 사무국장에 이어 박석분 회원사업팀장이 밤늦게까지 농성장을 돌아보았습니다.
효자동 길을 따라 청와대로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박순희 지도위원과 변연식 공동대표의 단식투쟁장은 문정현 신부의 단식투쟁을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홍보의 마당이자 문정현 신부의 단식투쟁을 엄호하는 투쟁의 자리입니다.
비가 오면 동사무소 처마 밑으로 이동하거나 밖으로 난 2층 계단 위에 올라가야 하는 열악한 조건의 이곳 농성장은 마치 '예수의 길을 예비하는 광야에 선 세례요한'을 생각나게 합니다.
다행히 천주교 신자들의 지지와 지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천주교여성공동체가 큰 힘이 되고 있네요.
어제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에 많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너무 힘이 들어 어제 밤에는 비를 피해 인근에 있는 '평화3000'에 가서 쉬고 오늘 오전에 다시 나오셨다고 합니다. 오늘 박순희 천정연 대표의 혈압이 많이 올라서 정동석 국장이 급히 혈압계를 사오고, 푸른마을교회 소속이신 심장전문의사분의 연락처를 확보해두었습니다.
오늘 이곳 '세례요한의 농성장'에는 구의원의 연락을 받았다며 경찰이 농성 펼침막을 걷으라고 하는 등 농성 방해꾼들이 시끄럽게 굴었습니다. 경찰은 박경자 서울평통사 회원의 아드님이 가져온 텐트 모양의 모기장도 세우지 못하게 하는 등 못된 짓들을 해댔는데 문정현 신부님 농성장에서 달려온 평화바람 동지들과 천주교 신자들, 그리고 박순희, 변연식 두 분이 강력히 항의하여 경찰의 방해를 물리치고 모기장 텐트 농성장을 다시 잘 꾸렸습니다. 정동석 국장이 마침 혈압계를 사러 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두 분의, 문 신부님의 단식투쟁을 엄호, 지지하며 벌이는 농성이 좀더 널리 알려지도록 애를 써야 하겠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의 농성장에는 오늘도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어제 밤에는 비속을 뚫고 늦게 임종철 공동대표가 신부님 약을 가져오섰다고 합니다.) 청와대 천주교 신우회원들이 지지방문을 오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문 신부님의 투쟁에 대해 궁금해 했다고 합니다. 정국장이 중국어 피켓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갖다 주었더니 중국인들이 요즘 청와대 관광을 많이 와서 꼭 필요했다면서 신부님 수발을 하는 평화바람 식구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미'자가 쌀미자가 아닌 게 흠이었지요....
무엇보다 기쁜 소식은 오늘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이곳에 와서 신부님을 만나뵙고 자체 논의를 거쳐 릴레이 단식을 결의한 일입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결의에 힘을 얻으셨는지 비가 많이 오던 어제는 기력이 떨어지신 것 같다던 신부님은 오늘은 건강해 보였습니다. 신부님은 "나 아직 괜찮아"라고 또박또박 말씀하셨습니다.
인권단체에 이어 앞으로 더 많은 단체와 인사들의 지지 동조 단식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신부님의 단식투쟁과 이어지는 지지, 동조단식이 평택 투쟁의 새로운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천주교 복음성가를 많이 짓고 노래도 하시는 이정식 님이 오늘도 '한 참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여셨습니다. 이 분은 매일같이 통키타를 들고 와서 신부님 앞에 마주앉아 고운 목소리로 '오직 한 참사람'인 신부님을 위한 노래를 부릅니다. 2천 곡을 외우고 계시다는, 천주교에서는 아주 유명한 분이라고 하는군요. 신부님은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이 분의 노래를 들으십니다.
노순택 사진작가의 부인과 아이가 신부님 곁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습니다. 전주에서 올라온 전북평화인권연대 김종섭 님이 며칠 신부님 곁에 있을 거라면서 신부님 발을 한참동안 주물러드리는 모습을 뒤로 하고 물러나왔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이 누워계시는 돌벤치 너머, 고급스러운 가로등의 주황 파스텔톤 빛이 청와대 기와를 어둠 속에서도 아련히 비추어줍니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다가와 짐짓 예를 갖추어 문신부님 건강을 묻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보고 직접 나와 문안을 여쭈라고 해!'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걸 겨우 참아냅니다.
미 대사관 옆 길바닥에 누워 기어이 그곳을 반미의 성지로 만들어낸 신부님이 이제 목숨을 내어놓고 청와대 앞 돌바닥에 누워계십니다.
'협력적 자주'로 치장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청와대 앞은 이제 미 대사관 앞에 이어 반미투쟁의 또 하나의 성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