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6/6/16] 평택미군기지 확장반대! 김지태 위원장 석방 촉구! 청와대 앞 기자회견 호소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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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오늘도 국정이란 것을 처리하기에 여념이 없으실 대통령께 평택 미군기지 확장 때문에 가슴에 피멍 든 저희들이 몇자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들은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일대 미군기지가 확장 될 곳에서 살고 있거나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입니다. 어려서는 일본군에게 쫓겨났고, 철들면서 미군 비행장 때문에 불도저로 마을을 잃었지만 그래도 살궁리를 하여 이곳 대추리,도두리에 마을을 만들고 바다를 메워 맨손으로 가래질하여 지금과 같은 옥토를 일구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다는 쌀을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쯤이면 한창 논에 일 나가고 약을 주어야 할 때이지만 저희는 철조망 건너 갈라지는 논 바닥을 가슴저리게 바라보고 산지 벌써 달포가 지나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철조망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수로를 파 놓아 논 바닥이 갈라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 마음도 천갈래 만갈래 갈라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땅 몇십만평 달라더니 나중에는 마을까지 포함해서 이곳 전체를 미군에게 준다는 소문이 파다하여 동네 국회의원이니 시장이니 찾아다니며 물었지만 다들 "나는 모르는 일이고 나라가 하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나라에서 일한다는 이들이 왔길래 "이곳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냐?"고 물어도 협상 중이라 말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어떤 동의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 미국과 협상이 되었으니 이제 돈 받고 나가랍니다.

대통령님, 저희들도 이나라 국민입니까?

서울 수도에 있는 미군기지가 없어지는 것은 나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요 자랑거리인데 농촌 촌부들의 인생과 자부심인 이곳 마을과 들을 빼앗아 미군에게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군기지가 없어지면 자랑인데 왜 미군기지를 더 늘려주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미군들도 많이 줄어든다는데 왜 땅을 늘려주어야 합니까?

정부는 80%가 협의매수에 응했으니 미군기지 이전을 찬성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서 떠난 사람들 중에 미군기지 이전을 찬성한다고 하며 나간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나간 이들도 마을이 그립고 들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수십년을 너른 들과 살았던 촌부들이 꽉 막힌 아파트에 살면서 시름시름 병을 앓기도 합니다. 이놈의 국책사업 때문에 동네 인심이 흉해지고, 나간 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람이나 마음속이 온통 시커멓게 타들어가서 숯이 되었습니다. 국민들을 괴롭히는 사업이 어떻게 국책사업이 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이번 기지확장 사업은 우리의 마을과 들을 빼앗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수십년 일구어온 우리의 인생과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이곳에서 나가서 뿔뿔이 흩어져 외지사람 취급받으며 쓸쓸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십니까?

손주들 재롱속에 들녘에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며 늘그막이 인생을 정리해야 할 70,80 나이에 군인, 경찰들과 멱살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부모가 있을 것이고, 자식이 있을 것입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어린 경찰들에게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이 상상되십니까?

그런 와중에 대추리 이장인 김지태 위원장을 구속시켜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시커멓게 타들어갔습니다. 김지태 위원장과 대화하고 싶다고 공문까지 보내놓고서 경찰에 자진출두한 사람을 구속시키고, 늙은 부모가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우고 포승즐을 묶는 이 정부의 모습을 보면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양심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김지태 위원장은 이들을 베고 죽고 싶다는, 세 번씩이나 쫓겨날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이곳을 지키려고 한 것인데 무슨 죄가 있다고 구속까지 시킵니까? 정부의 그릇된 사업을 지적하고 올바로 고칠 수 있도록 행동한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은 양심과 정의를 구속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민 대표를 구속시키는 것은 우리 주민들을 구속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해온 문정현 신부님이 70나이에 열흘이 넘도록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어야만 대통령님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실런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노쇠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까지 와서 글을 드리는 것은 잘못된 일을 하루속히 바로 잡아야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위원장이 잡혀갔으니 주민들이 올라와서 대통령에게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미군기지 확장사업을 중단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옳은 일 하다 잡혀간 김지태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자를 모두 석방해야 합니다.

국책사업 하려면 희생이 필요하다고 국방부 사람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정부 공권력에 희생당해 왔으니, 이번에는 정부가 희생 좀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미군기지 확장사업으로 인한 희생자가 우리뿐만이 아니라고 생가합니다. 미국이 전쟁을 더 잘 치르기 위해 터 좋은 이곳에 대규모 기지를 지으려는 것이니 앞으로 평택 시민들이 희생될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희생 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사업이 옳은 것인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다시 곰곰이 검토해 보시고 아무쪼록 우리가 드리는 말씀을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이 호소가 대통령께 전달되고, 대통령이 결단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6년6월16일

기자회견에 참가한 평택 팽성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 주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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