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선언문> 평택 빈집 철거계획 중단과 정부-주민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각계인사 77인 선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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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평택 대추리 도두리 빈집 철거계획 중단과
정부-주민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각계인사 77인 선언
정부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주민들이 살던 집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지난 5월 4일, 대추분교 철거와 농지에 대한 철조망 설치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태를 잊지 않고 있는 우리는 주택철거 과정에서 또다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습니다.
이에 우리는 어떻게든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을 막고 평택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와 주민대책위·평택범대위에 호소하고자 합니다.
1. 주민들이 살던 집에 대한 강제철거 계획 추진을 중단해야 합니다.
빈집철거는 사업 일정상 지금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빈집에 대한 철거가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공포감과 고립감을 안겨주어 스스로 마을을 떠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강행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부도덕하고 비인도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한미간 합의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친 국책사업이며, 강제수용 절차가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름의 ‘합법성’과 공권력이라는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철거에 ‘성공’하더라도 그 ‘성공’은 그 결정 과정의 일방성, 철거과정에서의 폭력성 등으로 인해 고스란히 참여정부 정책의 ‘실패’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특히 평택기지 이전 사업은 주민들의 동의도 사전설명도 없이 추진되었고, 협정 체결 이후에도 전략적 유연성 등 기지 용도 문제, 반환기지 환경치유 책임 문제, 기지조성 비용 문제 등 한미간의 이견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강제철거가 실제로 진행된다면 철거 용역들은 위압적이고 폭력적으로 행동할 것이고, 법적으로 ‘행정응원’에 동원된 경찰들은 5월 4일의 경우에서처럼 주민들에 대한 폭행과 강제적 진압 등 직무범위를 넘어서는 불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인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심리적·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될 위험성마저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방식의 강제철거는 세계적으로도 그 악명이 높아 유엔 국제인권관련기구들에서 수차례나 중단을 권고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깊이 새겨 정부가 강제철거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 정부와 주민대책위·평택범대위가 한 발씩 양보하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을 열 것을 호소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평택 갈등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정부와 주민대책위·평택범대위 양자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입장변화를 전제로 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에 먼저 정부에 호소합니다.
주민대표인 김지태 위원장을 석방하고 주민과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는 많은 주민들이 이주하거나 공탁금을 찾아갔으므로 남은 주민들은 힘으로 제압하면 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정부가 현재 구속되어 있는 주민대표인 김지태 위원장의 석방을 위해 아무런 진지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실망과 항의의 뜻을 전합니다. 특히 현재 간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의 병보석을 위한 시민사회 각계의 탄원도 묵살하고 외면한 것은, 정부가 줄곧 밝혀온 ‘주민과의 대화 의지’가 과연 진지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불구속은 평택갈등의 해소를 위해 주민과 시민사회 각계인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온 선결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자발적으로 출두한 김 위원장을 구속하고 그에 대한 불구속 재판 탄원에 대한 선처를 묵살한 결과, 주민과 정부와의 대화는 중단된 채 양자 간의 갈등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고 대추리 도두리에서는 주민마저도 드나듦이 자유롭지 않은 준계엄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김지태 위원장의 병보석과 김 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주민과의 성실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기지이전 재협상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닫힌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부는 미군재배치 목적과 이전비용,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책임 문제 등이 정부가 당초 국민에게 설명했던 내용들과는 다르게 결정되거나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주한미군의 주둔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향후의 미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할 경우 ‘시설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부와 국회 내에 엄존한다는 사실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더불어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해외주둔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현실을 인식한다면, 현재 정부 입장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당장의 근본적인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더라도, 강제철거 등을 통해 현재의 기지 확장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향후 발생할 부담과 사회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부는 주민들의 집과 농지를 보장하기 위해 수용부지를 일부 축소하여 미군기지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는 미국과의 추가 협상과정에서 제기될 다양한 변동요인이나 쟁점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주민대책위와 평택범대위에 호소합니다.
주민공동체 유지를 현실적 목표로 두고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주민대책위와 평택범대위가 ‘단 한 평도 줄 수 없다’는 원칙적 주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 보장에 대한 요구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의 위험성, 날로 늘어나는 비용문제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민과 평택 범대위의 주장이 현재 시점에서 전면적으로 관철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 대안을 찾기 위해 주민과 평택 범대위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분담 문제,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 문제는 각각 국민 모두가 함께 주인의식을 가지고 대응해야할 사안입니다만 이 각각의 문제들에는 현실적으로 별도의 대책과 처방이 필요합니다. 이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전략적 유연성이나 기지이전 비용문제 등 쟁점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책요구는 지속하되, 285만평의 미군기지 확장 예정부지 규모를 축소하여 현지에서 기본적인 농지와 택지 등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보장하는 문제를 별도의 의제로 정부와 협의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주민의 변경된 요구는 향후 한미간에 발생할 여러 가지 쟁점들을 염두에 둘 때, 선택가능한 하나의 방안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회에 제안합니다.
국회는 갈등의 해결을 주민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됩니다.
국회는 자신이 비준한 한미간의 기지재배치 협상이 어떤 문제점과 사후 쟁점을 유발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국회는 약속한 청문회 개최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주민과 기지문제 모니터 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여론의 통로를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같은 우리의 제안을 정부와 국회와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더불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주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 나와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2006. 8. 31
강명구 (서울대 교수)/ 김규복 (대전연대회의 공동대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숙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김영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김은경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일중 (환경정의 공동대표)/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김정헌 (문화연대 공동대표)/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희은 (여성사회교육원 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민만기 (녹색교통 사무처장)/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박수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소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 박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 박재묵 (충남대학교 교수)/ 박정희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배월수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백승헌 (민변 회장)/ 백영서 (연세대, 『창작과 비평』편집주간)/ 세영 (스님)/ 송인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의장)/ 송학선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대표)/ 수경 (불교환경현대 상임대표)/ 심영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양재성(기독교환경연대 사무총장)/ 염미봉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 오관영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오충일 (국정원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원택 (녹색연합 공동대표)/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윤경은 (녹색연합 공동대표)/ 윤영진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윤종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동규(충남대 교수)/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소장)/ 이병천 (강원대, 『시민과 세계』편집주간)/ 이상욱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 이상진 (강원연대회의 공동대표)/ 이수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이사장)/ 이재희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처장)/ 이학영 (한국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이형모 (시민의신문 이사장)/ 임옥상 (화가)/ 임종대 (참여연대 공동대표)/ 장재연 (아주대 교수)/ 전성환 (한국YMCA전국연맹 기획실장)/ 전형수 (대구연대회의 공동대표)/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반도평화센터 소장)/ 정보연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 정상덕 (원불교 교무)/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지관 (스님)/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진영종 (성공회대)/ 진원 (스님)/ 천준호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한창진(전남연대회의 공동대표)/ 한택근 (민변 사무총장)/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홍성태 (상지대 교수) 등 77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