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8/07/21][법률가선언] 대한민국 군대가 행한 위헌적/반인권적 평택 강제접수에 항의 하는법률가 선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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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주 주 의 법 학 연 구 회
Democratic Legal Studies Association
전화(팩스 겸용) 02)326-1989 / 이메일 delsa@delsa.or.kr

수 신: 각 언론사 사회부
발 신: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제 목: ‘평택 사태’에 대한 법률가 선언 보도 요청
발신일: 2006년 6월 22일(목)
총매수: 7매(표지 포함)

1.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애쓰시는 귀사에 인사드립니다.

2.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이상수, 한남대 법대)는 1989년 우리 사회의 법학적 조사 연구 발표 및 사회활동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법제도 및 법학의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활동하는 법학자들의 연구 모임입니다.

3.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는 최근 일련의 ‘평택’ 사태가 심각한 우려를 심어주고 있어서 법학적으로 중요한 논점을 제공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학자들의 견해를 밝혀야 할 임무를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5월 25일에는 ‘미군기지와 인권’ 토론회를 갖고 평택 대추리, 도두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한 문제, 그리고 이 배경이 되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미군기지이전협정 등의 문제에 대한 법학적으로 다루었습니다.

4. 그런 학문 활동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법학자들을 비롯한 법률가들의 선언을 다음과 준비하여 각 법률가 59명의 연명으로 이 선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미군기지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법률가들의 선언에 경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 귀 언론사에서도 법률가들의 선언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 의견서 1부
대한민국 군대가 행한 위헌적․반인권적 평택 대추리
토지 강제접수에 항의하는 법률가 선언

2006년 5월 4일, 노무현 정권은 “1980년 5월 광주” 이래 처음으로 군대까지 동원하여 이른바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를 강제적으로 접수하였다. 자기 땅에서 평화롭게 농사짓기 원하는 주민들,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그 땅에서 축출된 이후, 벼가 자라고 생명이 움트던 그곳은 이제 그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운 군사요새로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
이대로 그곳이 미군기지로 자리 잡기 전에, 우리 법률가들은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한미 간의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위헌성을 다투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이번 선언을 발표하게 되었다. 아울러 대추리의 농지 및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강제 접수한 농지 및 토지를 공고하게 수비하기 위해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추리에서 끝까지 투쟁하는 시민들을 향해 “군형법 적용 및 군사재판회부 운운하면서” 위협하는 일이 과연 민주주의적 법치국가에서 일어나도 되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첫째, 한미 간의 미군기지 이전 협상 및 그것과 연계되어 있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위헌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외교․안보에 관한 행위는 이른바 “통치행위”에 해당한다. 그러한 행위들은 통상 행정부가 비밀리에 준비되고 결정되므로 사전에 그 내용의 적법성을 심사하기도 어렵거니와 사후에라도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제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적 법치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러한 통치행위들에 대한 의회통제를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우리 헌법은 제60조에서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제1항),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제2항)을 부여하는 등 외교․안보에 관한 국회의 통제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통제가 말 그대로 헌법이 요청한 통제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회는 동의권의 행사에 앞서 판단의 기초가 될 중요사항에 대해 정부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정부의 설명책임). 국회는 또한 수령한 자료에 근거하여 중요사실에 대해 검증해야하며, 동의권을 행사할 때에도 국민의 기본권 및 국가의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만큼은 스스로 최종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이른바 ‘의회유보론’).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협정에 대한 비준에서 국회가 반드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은 미군 기지를 이전하는 이유, 이전 시 이전하게 될 병력의 규모, 기지에 주둔하게 될 병력의 성격, 주둔예상기간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근거해보면 2004년 12월 당시 국회가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과 「LPP 개정협정 비준동의안」을 비준할 당시, 국회는 왜곡된 정보를 받았거나 혹은 전혀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이번 평택 대추리 사태의 발단이 된 동의안들을 처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사안이 2006년 1월에 여당 국회의원인 최재천 의원에 의해 폭로된 전략적 유연성 합의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2월 이전에 이미 미국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10월에 위의 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비준동의안의 국내법적 효력을 무효로 만드는 중대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비록 2004년 당시에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합의 부분을 국회에 설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그러한 합의 자체에 대해 사후적으로 승인해주는 것 또한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특정 지역과 임무에 국한시켜 운용하지 않고 필요시 원하는 장소에 융통성 있게 이동·투사하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주둔군의 기능과 성격을 변환시키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의 핵심이다. 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반도 내 미군이 융통성 있게 전력을 이동․투사하게 된다면 미군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제법상 자동적으로 전쟁당사국이 되고 만다. 이러한 결과는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5조 제1항은 물론이고 국군에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이른바 專守防衛)하도록 위임한 헌법 제5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

둘째, 대추리의 농지 및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그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않으며, 헌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도 없다. 강제 접수한 농지 및 토지를 계속해서 점령하기 위해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추리에서 끝까지 투쟁하는 시민들에게 군형법으로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외적을 향해야 할 물리력이 국민을 향해 행사되는 일을 수 없이 겪어 왔다. 계엄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에 버젓이 진주하는가 하면,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진압하며, 국민을 사찰하는 군대와 대면해왔다. 군사독재정권은 군대에게 국내치안유지임무를 맡기고 일상적인 경찰권을 부여했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난 줄로 알았다.
그런데 2006년 5월 4일 대추리에서는 군대가 직접 시민을 상대로 가격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날 대추리에는 경찰 110개 중대 11,500명, 용역업체 600명 외에 수도군단 700 특공연대 2개 연대 2,800명이 동원되었다. 5월 4일 당일에만 625명이 연행되고, 160명이 병원 후송되었고, 300명이 부상을 입었다. 5월 5일에도 100명이 부상당하고, 농토는 파괴되었다. 계엄이 선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민을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군대가 일반국민에 대해서 직접적인 공격을 하는 무시무시한 사태가 발생했다. 국방부는 대추리 일대를 주민과 일반시민들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동 지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고, 그 구역 주변으로 수십 킬로미터 길이로 중세시대의 해자를 능가하는 깊은 웅덩이를 파놓았다. 그리고 그 웅덩이 뒤에는 2중 3중의 철조망을 세웠다. 철조망 주변을 무장한 병력이 경비하도록 하여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주민․시민들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적용하여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 대추리 상공에는 군용헬기가 떠다니며 삐라를 뿌리는 등 이른바 ‘선무공작(宣撫工作)’을 펼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군대의 대민 활동조차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필요성’이 민간당국에 의해 입증되고 군대의 도움 없이는 민간당국이 그 상황에 대처할 다른 방도가 없을 때에만 허용된다는 점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현행 헌법 제5조 제2항은 군의 임무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로 한정하여 평상시 군대가 일반시민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러나 5월 4일 이후 국방부가 취한 조치는 헌법이 군에 위임한 그러한 임무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하여 2006년 5월 4일 이후 평택 대추리는 “사실상의 비상사태”(de facto emergency), “계엄 선언 없는 계엄” 상황 하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헌법 제5조 제2항 외에 헌법 제77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점령과 관련한 국제인권법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 2003년에 유엔총회는 이스라엘정부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국가방위를 위해 건설하는 분리장벽이 국제법에 위반하는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한 바 있는데, 당시 국제사법재판소는 장벽의 건설로 인한 침해는 “군사적인 급박성이나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의 요청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확인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반을 중단할 의무와 구체적으로 장벽건설 작업을 중단할 의무, 팔레스타인점령지역내 구조물을 철거할 의무, 장벽건설과 관한 모든 입법과 행정규제를 폐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금전배상 또는 다른 형태의 배상을 제공할 의무를 진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점령 상태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자유권 및 사회권에 관한 규범이라면 국민을 향한 군사력 행사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헌적․반인권적 상황은 즉각 종식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평택 대추리에 주둔 중인 군 병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강제접수한 대추리 일대 토지를 원주민들에게 즉각 반환해야 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군 병력에 의한 위법․위헌적인 토지 강제점령으로 인한 주민과 시민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손해에 대해 배상하여야 한다.
군사시설보호법은 또 어떤 법인가? 1972년 유신독재 하 ‘비상국무회의’에서 만들어진 군사시설보호법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실현하는 국방부장관의 말 한마디에 지방자치단체장 등 일반 행정의 규제권한을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과도한 군사주의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문민지배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임이 누차 지적되어 왔는데, 그 마저도 이번 대추리 사안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이용되었다. 나아가 노무현 정권과 국방부는 우리 국민에게 생명과도 같은 벼가 자라는 농토 위에 일방적으로 철조망만 두르면 그곳이 군사시설이 된다는 해괴한 논리로는 부족했는지 그 철조망을 지키는 군인과 부딪히기만 하면 군형법을 적용하여 초병폭행죄로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으니,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이제껏 우리국민이 싸워서 쟁취한 탈군사주의, 평화주의적 민주주의는 그 토대로부터 위협받고 말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정세가 매우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 한반도에는 불길한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발판으로 미군이 영구히 주둔하게 됨으로써 무력분쟁과 전쟁의 위험이 한반도에 상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급격히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은 안타깝게도 형식적 합법성의 이름을 가장한 독재, 적나라한 폭력에 다름없는 법률을 앞세운 독재 속에서 국민들의 비판을 비껴가고 있다.
우리는 정당하지 못한 현 노무현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복종과 저항을 펼치고 있는 모든 노력들에 대해 공감과 지지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그리고 현실을 호도하고 권력의 정치적 위기를 은폐하는 폭력적이고 위헌적인 법령들의 실체를 이후로도 쉼 없이 비판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우리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밝혀두고자 한다.

1. 노무현 정부는 평택 대추리에 주둔 중인 군대와 경찰 병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강제접수한 대추리 일대 토지를 원주민들에게 즉각 반환하라.
2.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잘못된 한미 간 군사협정,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제반 군사적․행정적 조치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3. 노무현 정부는 미군기지이전과 관련한 이제까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기지이전협상에 나서야 한다.
4. 국회는 위헌적인 군사기지 및 군사작용 관련 법률들을 즉각 폐지하거나 이를 개정해야하고 아울러 이미 비준된 용산기지 이전안과 연합토지관리계획을 폐지하고 한반도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비준동의안을 정부에 요구하여야 한다.

2006년 6월 22일

강경선(방송대), 고영남(인제대), 김 욱(서남대), 김광수(명지대), 김기덕(변호사),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승환(전북대), 김엘림(방송대), 김인재(상지대), 김재완(고려대), 김종서(배재대), 김홍영(충남대), 문준영(부산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승룡(방송대), 박홍규(영남대), 백좌흠(경상대), 서경석(인하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송강직(경북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송석윤(서울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영산대), 윤영철(한남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동승(상지대), 이상수(한남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국민대), 이준형(중앙대), 이창호(경상대), 이호중(한국외대), 임재홍(영남대), 장덕조(서강대), 정경수(전남대), 정병덕(영산대), 정태욱(아주대), 조 국(서울대), 조경배(순천향대), 조상균(전남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배재대), 최정학(울산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한상희(건국대) 이상 5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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