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8/05/26] WRSA 5차 협상 결과 규탄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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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SA 처리를 위한 5차 협상 결과에 대한 논평


우리 국방부는 지난 21일부터 3일간 미국과 WRSA-K(한국에 저장된 전투예비비축탄약) 처리를 위한 5차 협상을 갖고 한미간 합의 결과를 오늘 발표하였다.
이번 협상에서는 세 가지 의제가 논의되었는데 첫 번째 의제인 WRSA 처리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성능이 검증된 물량을 선별해서 공정가격으로 인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또 "인수하는 품목과 수량에 대한 공정한 시장가격을 산정하여 산정된 가격과 동등한 범위 내에서 미인수 물량의 처분을 위해 미측이 필요로 하는 일정량의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하였다"(국방부 보도자료)고 한다. 이는 미인수물량의 처분을 위해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한국이 인수하는 WRSA 가격을 서로 상계하기로 했음을 뜻한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의제인 한미단일탄약 보급 및 관리에 관한 합의각서(SALS-K)등 육∙해∙공군의 탄약관련 합의각서 개정 문제와 WRSA프로그램 종료 이후의 한미 탄약분야 협력(전시탄약지원능력 향상방안) 문제는 WRSA-K 이양합의각서의 가서명 이후에 논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먼저 성능이 검증된 WRSA를 선별해서 유상으로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은 국방부가 여전히 대북 적대적 관점에서 이 협상에 임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WRSA-K는 애초 그 목적이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대북한 군사작전을 위해 한국에 도입, 저장된 것으로 한반도에서 군비경쟁과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설사 WRSA의 일부가 성능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당연히 폐기되고 미국으로 회수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WRSA-K를 일부라도 인수하기로 한 것은 여전히 우리 국방부가 남북 대결의식에 고착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성능이 검증된 WRSA-K를 유상으로 인수한다는 것도 우리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혈세를 퍼주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WRSA-K는 그 거의 전부가 장기간 저장으로 인해 수명 연한이 지난 탄약이어서 사용할 수 없는 탄약이며 설사 사용가능한 탄약이 일부 있다하더라도 사용을 위해서는 정비 등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며 안전사고의 위험을 동반한다. 재래식탄약의 경우 한국은 완전히 자급이 가능하고 또 한국군의 무기체계가 WRSA가 저장되기 시작한 30년 전과 달리 현대화되었기 때문에 WRSA-K를 사용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WRSA-K는 애초에 미국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는 고물 또는 도태 탄약을 한국에 반입한 것으로 이를 공정가격 운운하며 인수한다는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굴욕적 협상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기만적 언사에 불과하다. 또 60만 톤이 넘는 WRSA-K를 수십 년 동안 저장관리하면서 우리 국민이 허비한 돈이 WRSA-K 가치-국방부는 그 가치를 2조 8천억 원 또는 4조 원 등으로 들쑥날쑥 평가해 왔는데 어느 액수나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은 마찬가지다-를 국방부 주장대로 인정한다 해도 이를 훨씬 능가한다는 점에서 공정가격에 인수한다는 것도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방부는 당연히 WRSA-K를 종료하는 마당에 이른바 과거지원비(지금까지의 저장관리비)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것이다. 
국방부가 그 동안 2년 가까이 협상을 진행해 오면서 심지어는 WRSA-K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밀실에서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WRSA-K 협상이 얼마나 사대굴욕적인 협상인가를 스스로 입증해 주는 것이다.   
인수물량의 비용을 산정하되 그 가격만큼 미인수 물량(잔여물량)의 처리에 따르는 미국 쪽 비용(가령 반출에 따르는 수송비나 국내 비군사화 처리 시 미국 쪽 부담 비용)을 대신 치러주기로 한 합의 또한 굴욕적인 협상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물량의 공정가격을 미국에 치르는 대신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받지 않고 인수가격과 동등한 범위 내에서 우리나라가 부담토록 한다고 해서 한국의 부담이 없어지거나 덜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런 WRSA처리 방식은 미국에게 또 다른 혜택을 주는 반면 우리나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상계처리 방식에 따르면 미국의 미인수 WRSA처리비용을 한국이 지불하기로 한 것이 되는데 미인수 물량의 대부분이 미국으로 반출되지 않고 한국 내에서 비군사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에 개정된 ‘한국 내 탄약 비군사화 처리시설의 건설, 운영 및 유지관리에 관한 한미합의각서’에 의하면 “한국에서 비군사화될 수 없는 탄약은 단일탄약보급체제 합의각서와 의정서의 조항에 따라 비군사화를 위해 한국으로부터 반출이 허용된다”(제3조 아항)고 되어있다. 이 규정에 따라 한국에서 비군사화될 수 없는 극히 일부 탄약만 미국으로 반출되고 WRSA-K의 대부분은 한국 내 비군사화처리 시설에서 처리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에 따르는 비용은 이 비군사화 합의각서의 규정에 따라 대부분 한국의 부담으로 된다. 즉 미국이 자국으로 회수해 자신의 비용으로 폐기처분해야 할 WRSA-K를 우리나라가 우리 비용으로 국내에서 처리하게 됨으로써 영동 주민들의 생존권을 짓밟으면서 비군사화 처리시설을 유지, 운영해야 하며 또 비군사화 시설 가동과 폐기탄약의 비군사화 처리를 위해 소요되는 각종의 비용을 앞으로 장기간 계속 부담해야 한다.
WRSA-K는 미국 소유로 미국으로 회수되어야 하고 그 수송비는 물론 비군사화 처리 비용 또한 당연히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WRSA-K의 미국 처리 책임(미국으로의 반출 및 미국 내 처리)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국이 필요도 없는 WRSA-K를 공정가격에 인수한다는 것에서도 한미관계의 일방성과 불평등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이제라도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는 굴욕적인 WRSA 인수 협상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국방부가 굴욕적인 협상을 즉각 중지하고 WRSA 탄약을 모두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두 번째 및 세 번째 의제 또한 지금까지 진행된 WRSA-K 처리 협상으로 미루어 볼 때 그 논의가 우리의 주권을 제약하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며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고 또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적인 불평등 협정인 SALA-K 협정을 전면 폐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려는 것은 종속적인 한미관계를 유지, 강화하려는 기도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둔다.
또 전쟁의 장기화를 구실로 한 전시탄약지원능력 향상 방안 문제도 현재 한반도에서 조성되고 있으며 온 민족의 염원인 평화협정 정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또 전시탄약지원능력 향상이란 다름 아니라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선제공격과 전격전을 위한 첨단 정밀탄약, 전자유도탄약을 미국으로부터 지원받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첨단 정밀탄약은 북한을 초토화하고 선제공격하기 위해서나 필요한 탄약으로 우리를 방어하는 데에는 불필요한 탄약이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만을 고조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다. 미국이 개발하고 생산한 첨단 정밀탄약을 구입하고 지원받겠다는 것은 탄약에 대한 대미 종속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기체계, 작전계획, 군사전략에서 대미 종속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대미 종속을 심화∙확대시키는 SALS-K 합의각서 개정과 전시탄약지원능력 향상 방안을 반대하며 SALS-K 합의각서의 즉각 전면 폐기와 전시탄약지원능력 향상 방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

2008. 5. 26.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렬,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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