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7]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방한에 즈음한 기자회견-한미당국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남북-북미-6자회담에 나서라!
평통사
view : 2366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방한에 즈음한 기자회견>
한미당국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남북-북미-6자회담에 나서라!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과 북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북미회담-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제안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방한하여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찬을 함께한 데 이어 17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다. 클린턴 장관은 남북대화 및 6자회담 재개방안, 대북 식량지원,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대응 등 한반도 안보 현안 등에 한국의 당국자들과 협의한다고 한다.
지난 3월 말 미국 전직 관료들과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재래식 무기 감축, 경제협력 및 지원,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제로 회담을 가진 리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양측은 대화를 통한 공동의 목표 달성에 이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는 "북한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접촉과 노력을 하고 있다"며 "1~2개월 내에 좋은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26~28일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예정되어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평화조약(peace treaty)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의 재개 시기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전협정 체결 이래 최대의 전쟁 위기를 겪은 2010년의 대결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징표들이다. 대화국면 전환의 가장 큰 동인은 북의 우라늄농축시설 공개다. 핵확산을 가장 우려하는 미국으로서는 북의 우라늄농축시설이 핵무기 원료 생산으로 전용되는 것을 시급히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대화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과 김성환 장관은 어제(16일) 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핵화 남북대화가 우선돼야 하며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도발행위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고 한다. 양국 장관은 이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것으로 국제사회가 이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한미당국은 북한 정권 제거를 노리는 대규모 한미연합전쟁연습을 60여일에 걸쳐 벌이는 데 이어 다음 달에는 북녘 땅이 지척에 있는 백령도에서는 처음으로 아파치 헬기 등을 동원하여 한미연합훈련을 벌여 북한을 위협하려하고 있다.
남북 관계를 파탄낸 이명박 정부는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방해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한의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에 대한 일방적 사과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사실상 모든 대화의 문을 틀어막고 있다. 북한 내란을 선동하는 대북 심리전도 직간접적으로 감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느라 매년 4800억 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대북 식량지원을 철저히 외면하는가 하면 북미 대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식량지원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는 제3국이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는 것조차 발 벗고 나서서 방해하는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당국의 대화 회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가 “2~3개월 후에도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매우 좌절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거나 "미국은 과거 북ㆍ미 간에 진행해온 '살라미 협상'을 더 이상 원하지 않고 있으며 대북 대화에 대한 틀과 격식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현재의 교착상태 타개를 절실히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14일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는 조건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이명박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만남이 또 한 차례 대화를 회피하는 구실을 찾는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만약 이번에도 한미당국이 북에 대해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다면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사실 이제까지 관계가 파탄나고 대화가 지체된 근본원인도 북이 핵포기 용의를 거듭 표명하는데도 한미당국이 북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대화의 의제에조차 올리지 않으려 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미당국이 더 이상 대화를 회피하지 말고 북한과 중국이 한미당국의 입장도 고려하여 제안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회담-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각급 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각급의 대화를 통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합의된 한반도 비핵화,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에너지·경제협력,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관한 협상을 진척시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으로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9`19공동성명에서도 보장된 북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인 UEP 문제도 유엔 안보리 논의를 고집하여 시간만 지체시키지 말고 중국이 제안한대로 6자회담에서 함께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각급 대화를 위한 출발로서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도 더 이상 미국과 제3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방해하여 국제적 비난을 자초하지 말고 스스로도 식량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1. 4. 17.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