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5] 한미 외교 차관보 전략대화 및 외교·국방 차관보급 회의에 대한 평통사의 입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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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 차관보 전략대화 및 외교·국방 차관보급 회의에 대한 평통사의 입장
한미 외교 차관보 전략대화 및 외교국방 차관보급 첫 번째 회의가 2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이는 작년 7월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와 지난 4월 16일 개최된 외교장관회담의 후속조치 논의를 위한 것이다.
한미 외교 차관보 전략대화에서는 △양자문제, △동북아, 아·태지역 등 지역 이슈 및 △범세계적 차원에서의 한미 협력 강화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한미 외교·국방(2+2) 차관보급 회의에서는 △대북 정책 및 한·미 동맹, △지역 협력,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한 협의가 있을 예정이다.
우리는 한미당국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민족의 장래에 백해무익한 침략적 한미동맹의 폐기를 요구하고자 한다.
제재와 압박 그만두고 대등한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해결하라!
한미당국의 이번 회의들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의 방북(26~28일)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하는 기간(26~29일) 내에 열린다.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고비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이들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협의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북한 붕괴론에 기초하여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이면서 일방적인 북핵 포기를 강요해 왔다.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와 비상계획 부흥 작성, 잇따른 대북 공격적 전쟁연습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및 한반도 해역 훈련,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및 전력증강, 남북관계 전면 차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오바마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편승하여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앞세우면서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의 굴복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미당국의 이 같은 대북 강경책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북의 우라늄농축 시설 공개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한 중미정상회담, 평화를 원하는 우리 민족의 요구 등으로 이제 더 이상 한미당국이 시간을 무작정 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대화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 밟기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하면서 북에 대해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 진정성 확인을 요구하는 등 대북 강경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제3국의 식량지원마저 발 벗고 방해하는 반인륜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를 벌이고 있다.
사실 한반도 핵문제의 근원은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북 핵위협에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핵위협을 비롯한 대북 적대정책이 청산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북에 대해 일방적 또는 선제적인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북에 대한 사실상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어서 북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북은 핵무기 보유국 중 유일하게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한미당국은 이를 무시하면서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는 한미당국이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로 인한 기득권 침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된 책임은 북이 아니라 바로 한미당국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미당국이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책임을 더 이상 북에 뒤집어씌우지 말고 자신들도 합의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에너지·경제협력,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관한 협상을 진척시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으로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북과 중국이 한미당국의 입장도 고려하여 제안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회담-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각급 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조건없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 참여해야 하며 이 회담을 6자회담을 지연 또는 파탄내는 기회로 삼지 말아야 한다. 또 9·19공동성명에서도 보장된 북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에 속하는 우라늄농축(UEP) 문제도 유엔 안보리 논의를 고집하여 시간만 지체시키지 말고 중국이 제안한대로 6자회담에서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대화 분위기 조성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조속히 개시할 것을 촉구한다.
한반도의 자주·평화·통일에 역행하는 침략적이고 종속적인 한미동맹 폐기하라!
이번 회의에서는 작전통제권과 전략적 유연성, 미군 재배치 등을 포함하는 전략동맹 2015, 아프간 전쟁과 한일군사협력 등 양자, 삼자 및 범세계적 국방협력, 한미FTA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포괄적인 전략동맹에 합의한 한미정상의 ‘한미동맹공동비전’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작전통제권 환수를 2015년으로 연기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신속기동군화)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주한미군 재배치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군작전통제권은 미군이 더욱 확고히 틀어쥐는 등 작전통제권 환수는 더욱 빈껍데기가 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태국에서 열린 코브라골드 훈련 및 필리핀에서 전개된 발리카탄 훈련에 참여하는 등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면화로 한반도의 평화는 더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 또 우리 국민은 총비용 16조원에 이르는 주한미군기지이전비용 대부분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미당국이 협정을 통해 합의한 미2사단이전비용을 한국민 혈세인 방위비분담금 등으로 불법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지방재건팀(PRT)이라는 명분으로 아프간에 파병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군경 치안역량 강화와 경제사회개발 명분으로 5년간 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미국의 침략전쟁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일물품서비스상호제공협정(ACSA)과 한일정보보호포괄협정(GSOMIA), 나아가 한일안보공동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오랜 숙원인 아시아판 나토(NATO) 구축을 위해 배후에서 한일군사협정과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다그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을 정점으로 하여 한국과 일본을 묶는 MD체제를 구축하여 중국과 북한을 포위 압박하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자본과 국내 재벌 등의 이해를 반영하여 한미FTA를 강행하고 있다. 기존의 한미 FTA협정(안)에는 ▲광우병위험 쇠고기 수입을 비롯한 대부분의 농산물 개방,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서비스 개방, ▲개방 폭의 역진방지조항, ▲투자자-정부제소 조항,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조항 등 국내 농업과 서비스업, 국가 공공정책의 기반을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독소 조항이 가득하다. 여기에 더하여 작전통제권 환수연기 대가로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되어 자동차시장의 추가 개방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이 눈앞에 닥쳐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과 관련하여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지난 1일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산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하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바꿀 의도가 없다"면서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한국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처럼 미국의 군사패권적 요구와 경제적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통해 안으로는 친미반북세력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밖으로는 아류제국주의의 길을 열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쇠락해가는 자국의 패권을 동맹의 자원을 동원해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군사적·경제적으로 더욱 예속화하는 한편, 침략적 한미동맹을 통해 북을 압박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요구에 적극 영합하고 있다.
우리는 침략적이고 종속적인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망치는 이명박 정부와 그 배후에 있는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우리 민족에게 백해무익한 전략적 한미동맹 강화를 즉각 중단할 것을 한미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
2011. 4. 25.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