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7] [프레시안] 미군기지이전사업, 밑빠진 독에 물붓기 / 유영재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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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 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기고] MB 정부,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이 없다
기사입력 2011-10-27 오후 2:14:41
[기고] MB 정부,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이 없다
기사입력 2011-10-27 오후 2:14:41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자 <한겨레>에 '국민을 속이지 않았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중 한국 측 부담액을 축소해 발표한 사실이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의해 드러나면서 노무현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이 일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지내면서 이 문제를 총괄했던 이로서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관련 글 바로 보기)
이종석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돌려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압박을 가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 책임자도 국방장관도 청와대도 모르는 (방위비분담금 전용에 대한) 한-미 간 양해가 무엇인지 미국 쪽에 묻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의 전용을 2000년부터 미국 측에 '양해'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2007년 1월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외신기자클럽 강연에서 "서울 북부의 미 2사단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돈의 절반은 방위비분담금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힌 때부터다. 그 때까지 방위비분담금 전용 사실을 감춰오던 국방부는 이를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아주 오래 전부터 방위비분담금 전용을 양해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은 주한미군이 2002년부터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방위비분담금을 쓰지 않고 축적해왔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축적된 방위비분담금이 2008년 10월 현재 1조1193억원에 이른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보면 2000년부터 양해했다는 국방부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진실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전용하도록 허용한 주범은 바로 국방부라는 점이다.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2004년까지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주무 부처인 국방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밝힌 대로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해 한국이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93%를 부담하는 것은 미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 협정 위반이자 한미 양국이 이전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어긋난다.
국방부는 자신들의 이같은 불법·부당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방위비분담금은 미국으로 넘어가는 순간 미국 돈이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실제로는 한국 부담분인데 이를 미국 부담분으로 계산함으로써 한국 부담분을 축소했다는 것이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인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주장하는 방위비분담금 전용에 대한 한미 간 양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이와 관련된 한미 사이의 조약이나 협정, 양해각서 등 양측 당국자가 합의 서명한 어떤 문서도 확인된 바 없다. 특히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 전용에 대해 2007년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국회나 국민에게 정확히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범이 국방부라 하더라도 이종석 전 장관을 비롯한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이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금을 축적해온 사실을 몰랐다면 그것은 누워서 침 뱉기일 뿐이다. 청와대의 통제 관리능력이 없었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만약 알았다면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한 책임이 따르며, 국방부가 국민을 속이는데 묵인·방조한 것이다.
한편 국민을 속였다고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수구세력은 그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국회에서는 방위분담금 전용은 불합리하고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으니 시정하라는 부대 의견이라도 달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기의 2009년 국회에서는 2~3년을 주기로 체결하던 방위비분담금 협정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주면서 방위비분담금 전용을 아무런 조건 없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4년부터 방위비분담금 전용의 불법·부당성을 알리고 시정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한 그 어떤 기관도 사안의 중대성에 걸맞게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93%를 우리가 부담하는 부당하고 굴욕적인 사태를 맞게 되었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민간 투자에 의한 주한미군 가족 임대주택의 임대료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지불할 것이 확실시된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가족 동반 사업을 위한 주택, 학교, 병원 등의 비용 부담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는 방향으로 한미 간에 밀실협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미군기지 이전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한국인은 '봉'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