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12/02/25]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과 관련해 김황식 총리께 보내는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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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과 관련해 김황식 총리께 보내는 항의서한


김황식 총리 귀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2. 22)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빠르게” 건설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전후해 총리실을 중심으로 국방부와 해군, 경찰의 막가파식 공사 강행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강정 주민과 제주 도민, 국민의 우려에 귀를 막은 채 힘을 앞세워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동북아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주민 공동체를 파괴하며,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낭비하게 될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공사를 강행할 때가 아니라 공사를 중단해야 할 때이며, 나아가 기지 건설을 전면 백지화해야 할 때입니다.
이에 다시 한 번 공사 중단과 백지화의 근거를 제시하오니, 그간의 불통의 자세를 버리고 소통의 자세로 우리 주장을 겸허히 수용하시길 바랍니다.
귀하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남방 해역과 해양수송로의 감시와 보호 활동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방 해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굳이 제주해군기지에서 출동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목포 3함대에서 출동하더라도 우리 함정이 먼저 남방 해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방 해역 보호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또한 해양수송로 보호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근거 없습니다. 지금까지 연안국들이 해양수송로를 위협한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잃을 것밖에 없는 해상수송로 봉쇄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해상수송로가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원양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우리 해군으로서는 연안작전을 수행할 봉쇄국가의 해군에 대해 타군 지원과 병참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어 봉쇄를 뚫을 수 없으므로, 제주해군기지에서 한 발 앞서 출항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편 해적의 선박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 역시 제주해군기지에서 한 발 앞서 출항한다고 해서 대응할 수 없으며, 이는 관련 해역에 우리함정을 미리 파견하거나 연안국의 지원을 받아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설령 백 번 양보해 귀하의 주장대로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면 이 항은 마땅히 군항으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항으로 건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강정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군항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결함투성이 불능항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귀하는 알고나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에 대해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해군의 <조사 및 실험보고서>(2010. 1)에 따르면 40노트(20m/sec) 바람이 불고 15만 톤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을 때 대형함(KDX-Ⅱ, KDX-Ⅲ)의 입항 난이도는 7(매우 어려움), 출항 난이도는 6(어려움)입니다. 30노트(15m/sec) 바람이 불 때 대형수송함 입출항 난이도는 5(다소 어려움)이거나 4(보통)입니다. 40노트 바람이 불 경우 대형수송함은 방파제와 충돌하거나 항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많아 입출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40노트 바람이 불 때는 대형함도 자력으로 입출항할 경우 협소한 선회장과 좁은 항로, 큰 변침각 때문에 방파제나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 서귀포 해역의 매월 10분 평균 최대 풍속은 12.3~26.2m/sec로 12월만 빼고 모두 30~40노트를 초과하고 있어 대형함과 대형수송함이 입출항시 겪게 될 어려움은 만성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설계·시공 일괄 입찰안내서>(2008. 12)에서 설계 풍속 자료로 제시한 10분 평균 최대 풍속 60노트(8월, 26. 2m/sec)를 적용하면 대형수송함은 물론 대형함도 입출항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게 되어 항만 가동률은 현격히 저하될 것입니다.
대형함과 대형수송함이 제주해군기지를 모항으로 이용할 기동전단의 주력 함이라는 점에서 이들 대형함과 대형수송함의 입출항이 어렵거나 입출항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게 되고, 자력으로 입출항하지도 못하고 예인선을 사용해야 한다면 신속하고 안전한 작전수행을 뒷받침해야 할 군항으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강정항은 15만 톤 크루즈선이 드나들 수 있는 민항으로서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불능항입니다. 강정 해군기지에 15만 톤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는 선회장과 항로 등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강정 해군기지의 선회장은 520m로 15만 톤의 크루즈선의 입출항에 맞는 690m에 크게 못 미칩니다. 항로 또한 곡률 반경이 345m로 적정 곡률 반경 1,350m에 크게 못 미치며, 교각이 사실상 77도(37도+40도)에 이릅니다. 이런 조건에서 현재 250m의 좁은 항로 폭은 15만 톤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해군은 강정의 입지 조건에 맞는 적정 풍속값(최소 27노트 이상)과 15만 톤 크루선의 적정 횡풍압 면적(13,224㎡ 또는 16,000㎡)을 적용하지 않고 15노트의 풍속값과 8,585㎡의 횡풍압 면적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실시함으로써 15만 톤 크루즈선이 강정 해군기지에 아무런 문제없이 입출항할 수 있는 것으로 조작했습니다. 해군이 적용한 풍속값과 횡풍압 면적은 정적 풍속값과 횡풍압 면적을 적용했을 때 크루즈선에 작용할 풍압의 각각 1/3과 2/3에 불과합니다. 제 값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할 경우 15만톤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올 것을 알고서 이를 은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15노트의 풍속값을 적용하여 건설한 항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같은 제주 지역에 건설한 제주외항 2단계 항은 30노트를, 애월항 2단계 사업도 27노트를, 서해안의 새만금신항도 25노트의 풍속값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
이렇듯 강정 해군기지는 대형함이 안전하게 드나들 군항으로도, 15만 톤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드나들 민항으로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항입니다. 이처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능 군항, 불능 민항이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애초에 대형기지, 대형항이 들어설 수 없는 협소한 입지의 강정에 무리하게 대형 기지를 짓고 있는 해군의 무모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국방부와 해군의 이와 같은 무리수를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 총리와 총리실은, 그럼에도 오히려 제주도 등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힘으로 억누르고 입에 재갈을 물리며 불능 군항 건설에 총대를 메고 있습니다.
총리실의 한 차관급 인사는 ‘크루즈 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최종 보고서 채택에 압력을 행사하여 그 내용을 해군의 입맛에 맞도록 왜곡·조작하는 등, 공공기관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짓마저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회의 권고로 구성된 기술검증위원회의 보고서 채택을 압력을 행사해 조작했다면 이는 국회, 나아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당장 총리는 최종 보고서의 조작을 주도한 차관급 인사를 공개, 징계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총리실은 국무차장의 주재로 제주도는 배제한 채 소위 ‘강정항 공사 재개 관련 관계부처 협조회의’라는 비밀회의를 개최하고 서귀포 서장을 경질하면서까지 공사 재개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의 국정수행은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방식으로, 국민을 오로지 통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독재적 발상입니다.
김황식 총리 귀하
귀하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15만 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제주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상정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일단 (제주도와) 약정이 체결된 이상 이를 이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고 했습니다.
15만 톤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제주에 들어오는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귀하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15만 톤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항(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약속한 약정을 제주도와 체결했다면 이는 제주도민과 국민을 기만한 것이거나 15만 톤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을 지어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하고서 사실상 군항으로 건설하려는 이명박 정권 특유의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22일자 특별기자회견의 제주해군기지 관련 발언에서도 확인되며, 총리실이 기술검증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조작하는 상식 밖의 무리수를 둔 것도 사실상 민항 건설을 배제하고 군항 건설을 위한 꼼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꼼수 부리기로 강정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해도 이 항은 우리가 앞에서 밝힌 대로 민항은커녕 군항으로도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불능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만 낭비되고 대림, 삼성 등의 토건업자들의 배만 불릴 뿐 국가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며, 주민·도민·국민의 가슴에 상처만 남길 암 덩어리로 될 뿐입니다.
정부가 대형 군함과 민함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없는 입지조건의 강정에 대형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한 것이 이후 모든 악순환의 근본 원인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애초의 잘못된 정부 정책을 철회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총리께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용단을 내린다면, 그것은 총리로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입니다. 더 큰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강정 주민, 제주 도민, 그리고 국민 앞에 강정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공표하십시오!

2012년 2월 2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렬,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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