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12/04/16] 강정마을 소식 - 눈물겨운 공사장 앞 지킴이들의 인간 사슬 행동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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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강정마을 투쟁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구럼비 발파 중단, 불법공사 중단 투쟁에 많은 지킴이들과 주민들이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부터 경찰과 해군의 교묘한 심리전이 가중되면서 그 스트레스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어제 평화센터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한 어린 여성지킴이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경찰과 해군의 불법 행위에 분노하고, 비상식 비도적인 일들에 항의하다보면,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니 너무 마음이 안 좋다. 무엇보다 마음의 평화를 내 스스로 굳게 세우고 저들에 대항하는 평화행동을 진행하지 않으면, 내 마음의 평화가 파괴되는 것 같다.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아서 스스로의 마음을 굳게 다잡자" 고요.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성인이 하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아침 일곱시,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앞에서 평화백배를 하는데, 지킴이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꿋꿋이 명상 백배기도를 하려는데 역시 사업단에서 군가를 틀어댑니다. 군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평화백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사업단 정문과 공사장 정문앞에서 불법 공사 규탄 활동 에 들어갔습니다.  레미콘 차량에 엎드려 절하면서 공사중단을 호소하기도 하고, 공사장 오염물질을 그대로 달고 나오는 차량에 대해서는 강력히 항의하면서 세척을 제대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건설업체 직원들과 이들이 고용한 건장한 용역들은 지킴이들을 툭툭치고 다니고, 비아냥 거립니다. 경찰들은 건설업체의 명백한 불법 행위(공사장 오염물질 확산) 문제에 대해서는 구경만 하고 팔짱끼고 있다가 건설업체 직원이 '밀어붙여'하면 지킴이들을 한쪽으로 몰아 고착시키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찰의 상관은 건설업체 직원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까지 지나고 난 후, 공사장 정문과 사업단 정문쪽에서 인간사슬을 한 지킴이들의 평화행동이 기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후 2시가 조금 안된 상황이었습니다. 사업단 쪽 인간사슬은 채 완성이 되지 못해 곧바로 수 명이 연행되었고, 공사장 정문 쪽에서는 다섯명의 인간사슬이 차량을 이용한 사슬연결에 성공해서 대치가 시작되었습니다.

▲ 공사장 정문앞을 막아선 평화 인간사슬과 그 평화를 깨트리려는 경찰과의 대치
지난 번 화약고 앞 인간사슬 행동에서 망치를 들고 사슬역할을 한 PVC 통을 깨부셔서 망치 구슬환이라는 별명을 얻은 서귀포 경비과장은 "이번에는 사슬이 높이 있어서 망치로 부술 수도 없겠네. 한번 밤새도록 있어보자구요" 하면서 비아냥 거리더니, 두 시간 쯤 후에 에어톱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한편, 그 사이 3시 반 정도부터 사업단 쪽에서 천주교 월요 집중 미사가 시작되었고, 사업단 쪽으로 들어가려던 레미콘차량에 신부님 한 분이 올라가 차량을 저지시켰습니다. 또다른 지킴이는 차량 앞을 막어서고 차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구요.

문규현 신분님과 몇 몇 신부님은 인간사슬 쪽으로 와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형사 한명이 문규현 신부님께 계속 '이러면 안된다. 언제까지 할꺼냐'고 하면서 신부님을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신부님이 절 기도를 하시는데, 바로 그 에어톱이 들어왔습니다. 사슬을 보조하고 있던 지킴이들을 밀어내고, 취재기자도 못 들어오게 하고, 사방에서 방패들이 핸드폰 카메라를 막아서고 나서 전기톱을 들이댄 것입니다.
사슬은 단단한 PVC 통에 팔을 넣어 서로의 팔을 등산용 클립으로 고정시킨 것으로 사슬에 참여한 지킴이 스스로 클립을 열어야만 해제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팔이 들어있는 PVC 통을 전기톱으로 썰어 사슬을 끊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것도 앞 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들어와 '위잉~'거리며 전기톱을 틀어 PVC를 절단하기 시작하자 신부님들과 지킴이들, 주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수 명이 연행되었고, 몸싸움 중 문규현 신부님이 심장 발작을 일으켜, 심장에 부착했던 '페이스메이커'가 작동하며 쓰러지셨습니다.

▲ 국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경찰의 무모한 행동에 문규현신부가 쓰러져있다(사진 : 이명익기자)
거의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신부님은 페이스케이커의 충격으로 경련이 일어나 119 구급차를 불러야 할 지경이었고, 경찰들은 인간사슬을 옥죄고, 전기톱은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인간사슬에 참여한 지킴이들은 거의 다 어린 여성 지킴이들였습니다. 전기톱이 PVC를 잘라내기 시작하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또 다른 인간사슬 참여 지킴이는 "경찰들이 해군과 건설사의 불법 공사 행위를 방임하고,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불법 공사를 막아내려 하는 이 행동은 명백한 정당방위이다. 분명히 경고한다. 야만적인 전기톱으로 우리의 사슬을 절단하려 하면 우리는 PVC 통 안에 들어있는 우리의 팔을 전기톱이 들어오는 위쪽으로 갖다 댈 것이다. 우리의 팔도 잘라봐라!"

신부님들과 지킴이들,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와 인간사슬 지킴이들의 단호한 의지 등으로 경찰은 전기톱 절단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쓰러지신 문규현 신부님은 119 구급차량을 대기시켜 놓고도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인간 사슬 지킴이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오후 5시 경, 공사책임자로부타 오늘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지킴이들은 서로 협의하여 자진 해제 후 경찰에 출두하기로 하고 상황을 정리하였습니다.
무려 세시간 넘게 뙤약볕에 사슬이 되어 공사저지를 이뤄낸 인간사슬팀은 당당히 스스로 연행되었습니다. 취재했던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는 트윗에 "오늘 내가 본 것은 인간 사슬이 아니라 십자가 그 자체였다"라고 소감을 썼더군요.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이십 여 명의 주민들이 투쟁현장에 나와 격려하며 함께 했습니다. 총선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해 실망했던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이 투쟁을 통해 큰 힘을 얻고 공사 저지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마무리된게 아니었습니다. 인간 사슬 지킴이들이 연행된 후 사슬을 지탱했던 차량을 경찰이 압수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충돌이 있었고, 차량은 결국 압수되었습니다. 마무리는 공사장에서 나오는 레미콘 차량을 막아서 개신교 기도회로 하였습니다.

저녁 6시 공사장 정문 앞 마무리 기도회


저녁 촛불에는 늦봄학교 8박 9일간의 강정평화기행에 참여한 전교생 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열렸습니다. 주민들은 회의를 열어 앞으로 투쟁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총선에서 이겼으니 밀어부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공사 저지를 위한 투쟁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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