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3] [원주] 달려라 촛불! 힘내라 강정! 지키자 평화! 촛불이어켜기(19) 해군기지, 핵발전소, 골프장을 막는 것은 미래 세대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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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23_원주] 달려라 촛불! 힘내라 강정! 지키자 평화! 촛불이어켜기(19) 해군기지, 핵발전소, 골프장을 막는 것은 미래 세대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강원도는 지금 온 마을이 골프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미 49개의 골프장이 운영중인데 34개나 더 개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발 면적이 여의도 면적 80만평의 18배, 축구장 약 70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연환경 파괴, 마을공동체 파괴에 맞서 지난 8년간 주민들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척에는 원전건설 추진에 맞선 주민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날 원주에서 켜진 강정 촛불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주민들을 만나게 하고, 강정과 강원도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이하 골프장 공대위)를 비롯한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날 행사를 한 달 이상 준비해왔습니다. 매 주 점검회의를 통해 참가자 조직과 행사 기획을 다듬었지요. 원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강정을 매개로 투쟁하고 있는 강원주민들이 연대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신이 나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먹튀자본과 싸우고 있는 깁스 노조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와 이 날 행사는 그야말로 원주지역의 민중투쟁집회가 되었습니다.
농민탑이 있는 단구동근린공원에는 그 동안 촛불이 켜진 곳마다 만들어진 응원 메시지 깃발이 내걸렸습니다. 열 여덟 장의 깃발이 행사장을 호위하는 것 같은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원주지역 천주교 사제와 교인들, 깁스 노동자 등 17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행사장에 가득 찼습니다. 행사장 뒤에는 강정 뿐 아니라 골프장 공대위, 깁스 노조에 줄 응원 메시지 깃발이 마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깃발에 응원 메시지를 쓰며 행사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오후 7시, 강성택 기아차노조 원주정비지회 교육위원의 사회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순서는 서곡동 주민들로 구성된 풍물패의 길놀이입니다. 풍물공연이 막 시작되었을 즈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폭우가 쏟아집니다.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 참가자들이 당황해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폭우입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참가자들은 그래도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사회자와 스탭들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행사를 강행할 의지를 다집니다.
일정이 있어 먼저 일어서야 한다며 삼척 주민이 원전건설 반대와 강정에 대한 연대 발언을 진행했습니다.
발언을 마치자 폭우가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비는 잠깐씩 강하게 내리다가 멈추어서 행사를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연세대 학생들이 노래공연을 했습니다. "노래를 잘 못하는 노래패"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학생들은 강정에 다녀온 적이 있다며 이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이 영광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어 양윤모 선생이 마을 주민을 대표하여 청사초롱에 든 촛불을 무대 앞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골프장 공대위 반경순 대표가 촛불을 받았습니다. 원주 지역 주민들은 강정마을에서 주민들이 온다는 소식에 선물로 자신들이 농사한 감자를 열 박스나 준비했습니다.
촛불이 원주에 이어켜진 후 원주 지역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동훈 신부가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이 신부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는 우리나라 동북아 평화에 대한 문제다. 우리와 미래 세대의 안녕과 평화가 달린 문제이다. 또한 우리 강원지역 삼척 핵발전소 건설 계획의 문제도 미래 세대에 방사능의 위험을 전가시키는, 도덕적 문제이자 미래의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다. 골프장, 올림픽 시설로 망가져가는 강원도의 문제는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를 불행으로 이끌어갈 것이다."며 강정과 강원도가 하나의 몸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이동훈 신부는 또한 "해군기지, 핵발전소, 골프장 등의 문제들은 그 곳에 살고 있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오늘 이 집회를 통해 우리는 평화를 위해 애쓰고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폭력이 모두 사라지고 우리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세상이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이날 집회의 취지를 분명히 말씀해주었습니다.
민예총 소속 이강훈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습니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바위가 우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로 시작된 이 시인의 시는 강정 구럼비가 파괴되는 아픔이 모두의 아픔인 것을 노래했습니다.
영화 아바타를 각색한 강정 영상 상영이 있은 후 양윤모 선생과 문규현 신부 두 분이 앞에 나와 원주시민들께 인사했습니다.
먼저 주민을 대표하여 양 선생이 인사했습니다.
양 선생은 "오늘 더 많은 주민들이 참가하여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옳으나 바로 며칠 전에도 마을 주민이 구속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고 한 뒤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군과 경찰의 무도한 행태를 소개했습니다. 양윤모 선생은 이어 "우물안 개구리처럼 강정에만 있다가 이번에 전국을 돌아보니 강정처럼 수 많은 곳에서 주민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강정과 강원도가 다르지 않은, 하나의 몸이기에 함께 싸웁시다!"고 호소하여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또한 양 선생은 "오는 대선에서 평화대통령을 선출하여 우리들의 고통을 해결해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7월 30일부터 제주도에서 전개될 평화대행진에 참석해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문규현 신부는 "이 자리에 서니 여러분들의 투쟁에 고개숙여 인사하고 싶다."며 양윤모 선생과 함께 참가자들을 향해 삼배를 하였습니다.
문 신부는 "이미 앞에서 양 선생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하셨다. 나와 양 선생은 일 당 천이다. 그 이유는 강정 주민이 2천 명인데, 그 주민들 대다수가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그 주민들을 대신하여 여러분과 하나가 되기 위해 왔다."며 강정과 강원도의 뜨거운 연대를 소망하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골프장 공대위가 준비한 영상이 상영되고 주민이신 반경순 대표가 발언했습니다. 반 대표가 "8년 동안의 긴 투쟁과정에서 잘 생긴 내 얼굴이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하자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고 시작했는데 40대였던 나이가 50대가 넘어버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강정마을처럼 우리도 공동체의 파괴가 가장 가슴 아프고 가진자들의 오만과 횡포에 진저리가 쳐진다. 연대하고 끝까지 투쟁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며 투쟁의지를 뚜렷이 세웠습니다.
70~80이 되신 촌로들까지, 5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은 반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합니다. 그 모습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마을 지도자를 향한 마을 주민들의 신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쟁의 자리를 지켜온 주민들. 이 분들이야말로 이 나라를 진정으로 지키는 분들입니다. 자신의 삶과 생활과 가족과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을 지키지 않는 국책사업이 무슨 소용이며 안보가 어디에 있습니까!
녹색연합 오카리나 동아리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넬로 판타지아 오카리나 독주는 수준급이어서 언제 한 번 꼭 서울에 초청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음으로 깁스 노조 투쟁 영상 상영과 지회장의 발언이 진행되었습니다. 해외 먹튀자본에 의해 일터를 강탈당하여 노조원들과 투쟁에 나선 그는 강정과 골프장, 깁스가 공통점이 있다며 그것은 "미국과, 가진놈들에 의한 민중에 대한 수탈이다"며 강고한 연대로 반드시 승리하자고 힘차게 외쳤습니다.
다음으로 강정 주민을 대표하여 양윤모 선생, 골프장 공대위 반경순 대표, 깁스 노조 홍기상 지회장이 나와 연대의 정을 나누는 순서가 진행되었습니다. 골프장 공대위는 준비한 감자를 내놓았고, 양윤모 선생은 강정 티셔츠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서로 얼싸안으며 격려하고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어 농협노조 조합원들의 노래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뒤에 앉아있던 노동자들 십여명은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그 노래를 따라불렀습니다.
이미 시간이 상당히 흘러 9시가 훌쩍 넘어갔는데도 사회자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지역 공동체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참가자들은 발언 하나 하나에 모두 집중하며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은 풍등을 만들어 하늘로 날렸습니다. 그 사이 또 한 분의 시민이 자원하여 하모니카와 키타 연주를 겸한 노래공연을 하네요.
풍등이 소망을 안고 날아갑니다. 강정에 평화를. 강원도에 생명을.
비가 갠 맑은 밤하늘, 강원도의 하늘에 풍등에 담아 올린 우리의 소망은 한반도 하늘 전체에 퍼지겠지요.
이날 발표하지 못한 문규현 신부의 연설문을 소개합니다.
반갑습니다. 문규현입니다.
제주 강정에서 시작된 평화의 촛불이 전국 곳곳을 밝히고, 이제 마침내 강원도 원주에서 피어올랐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로 넘실대는 듯, 정말로 기쁩니다. 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 원주는 정의구현 운동과 생명운동이 태동하고 자란 성지이며, 정신적 고향입니다. .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유신독재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님께서 감옥살이를 하셨습니다. 천주교 주교가 구속되는 일은 전 세계 어딜 봐도 드문 사건인데, 그런 일이 박정희 때 일어났습니다. 지학순 주교님 구속을 계기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만들어졌습니다. .
또한 원주는 한국 사회에서 생명운동의 발상지요, 인큐베이터였습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이곳 원주 사람입니다. 그분께서 ‘나락 한 알에 우주가 들어있다’며 생명운동을 주창하시어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셨고, 한살림이 생겼습니다. 원주시민들께서 ‘힘내라 강정“을 외치며 격려하는 이 시간은 바로, 원주가 그와 같은 생명운동과 정의구현 운동의 정신적 뿌리요, 구심점이라는 자기 위상을 새롭게 확인하고, 굳건히 세워가는 자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거기, 국가와 공권력에 의해 쫓겨나는 죄 없는 농민들이 있습니다. 생명의 땅과 바다가, 폭력과 살상으로 생존하는 군사기지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소수를 위한 탐욕의 놀이터로 오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고향이 사라지고, 삶의 진정한 가치가 부서지고, 인간다움이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압니다. 수많은 이들을 먹여 살리는 농민들, 숲과 농토가 몇몇이 차지하여 놀이하는 골프장보다 소중합니다. 온 생명의 근원이고 생태계의 보고인 바다와 구럼비가 생명을 죽이는 군사기지보다 존엄하고 중요합니다. .
64년 전 제주는 남북분단과 극한적 좌우 대립 정국 속에서 3만여 명의 무고한 양민이 빨갱이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대학살을 당했습니다. 인종대청소라 할 만큼 세계사에 기록되는 참극입니다. 이 4.3 비극을 절대 잊지 말고 반복하지 말자며 노무현 정부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됐습니다. 그런 곳에 해군기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대부분의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이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의 중요거점이요, 중국을 겨냥하는 미군기지라고 말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 들통 난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도 바로 이와 같은 미국의 군사정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군국주의를 강화하며 유사시에 한반도에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놨습니다. 한반도와 제주 앞바다는 다시금 동북아 화약고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도민이 또 다시 양민대학살을 경험해야 할지도 모를,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국가안보를 빌미로 자국민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입니다. 박근혜는 ‘해군기지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말을 해서 우리를 웃겼습니다. 그가 요즘 계속 “빠꾸해, 빠꾸해” 합니다. 정치를 아버지 박정희 시대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갑니다. .
농자천하지대본 세상이 다시 오는 그날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평화천하지대본 세상이 정착되는 그날이, 바로 우리의 미래입니다. 국민천하지대본 세상이 바로, 우리의 진짜 미래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정치도, 법치도, 공권력도 결코 생명과 평화, 정의의 편이 아닙니다. 우리는, 스스로 더 힘내고, 스스로 싸워 이겨야 합니다. .
우리가 손에든 이 작은 촛불, 촛불들은 평화를 향한 뜨거운 횃불이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높이 올리는, 구국의 봉화입니다. 민주화 운동의 원조, 생명평화 운동의 본산인 이곳 원주 시민들께서 온 나라, 온 세상에 더 크게 외쳐주십시오. 강정아 힘내라, 평화야 와라, 정의가 이긴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