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12. 11. 29] 해군기지 건설 공사에 종사했던 어느 가정의 아빠가 사라졌습니다.(강정마을 홈페이지에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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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참으로 찹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 27일(수) 제 여동생의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서울에서 들었습니다.
    "오빠 빨리와"라는 동생의 외침에 부여잡은 일을 모두 놓고 일단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정황을 확인한 결과 제 매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하는 도중 사망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제 매부는 정승해운이라는 회사의 항해사였고, 그 회사는 2차 하청업체입니다.
    원청은 삼성물산이었으며, 하청회사는 태화건설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사고 당일 얘기를 들어보니, 제 매부는 태화건설의 예정되지 않은 작업 일정을 받고 일에 투입된 것이었습니다. 제 매부는 바지선을 끄는 견인선이었습니다. 당일 강정마을에서 화순항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돌아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사고는 화순항에 정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제주의 소리 기사에 따르면, 견인선과 바지선을 연결하는 로브(선장에 말에 의하면 와이어입니다)로 인한 인명사고 였습니다. 와이어는 약 18센티미터의 두께랍니다. 제가 추정하기에 와이어의 타박으로 인해 즉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주변에는 유람선이 있었고, 거기에 승선한 많은 관광객이 그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이상이 제가 당시의 사고에 대해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제가 참 아이러니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주가 고향인 사람으로서 강정마을에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입니다. 물론 강정마을 투쟁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심정적으로 동조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제 여동생이 그 해군기지의 건설과정에서 한 식구를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다니요.
    제 매부는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습니다. 중학생 딸아이와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아빠가 이 세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보니 기특하다고 해야할 지, 아빠를 자주 못보아왔던 선원의 자식들이라 대수롭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오감이 교차합니다.
    저는 제 매부의 사건이 한국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 매부는 국가의 반 평화적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피해를 입게된 한 평범한 시민입니다. 평평화기념관과 군사기지가 공존하는 제주가 우리의 '제주'일 수는 없습니다.

    제 매부는 대기업에 종속된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상당히 불공정한 계약이 이루어졌을 것닙니다. 예정되지 않았던 과업을 수행했던 제 매부가 적절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면서 지금과 같은 끔찍한 일을 당했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이 이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접하면서 제가 제 여동생의 오빠로서, 외삼촌으로서 제가 도와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많이 듭니다.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희생을 당한 소시민은 그냥 법과 제도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자신이 겪은 아픔을 치료해야 하는 것인가요.

    '사회'적 차원으로 강정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분들에게 '개인'의 아픔을 호소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 일은 '평화'와 '인권'의 가치는 공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2의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에 두 아이는 엄마 옆에서 새곤새곤 자고 있고, 엄마는 남편을 잃은 상처로 잠을 못이루고,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평화가 공존하는 내 고향 제주였으면 합니다. 온갖 이기와 탐욕이 제주에 머물고 있습니다. "두럼비 지키기"와 "강정마을", 그리고 "올레의 제주"가 있는 이유입니다.

    '사람', '평화', '인권', '행복'의 제주가 우리가 원하는 제주입니다.
    다시는 제 여동생과 같은 일이 제주에서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제주다운 제주를 지킬 수 있을까요.
    제 여동생의 가족이 행목하게 되기 기원합니다.
     
    작성자: 김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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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링크: 12 월 3일 선장 입건?: 무리한 불법 해군 기지 공사가 불러온 인명, 환경 사고, 문제의 근원은 정부, 해군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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