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6 ~ 29] "구럼비와 양윤모 선생 수난에 동참하는 2013년 예수고난 단식기도회”를 마치며 국민들과 제주도민들에게 드리는 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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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2013년 3월 26일(화) 오전 10시~29일(금) 오후 3시까지 제주교도소 앞에서 금식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오늘의 예수 고난의 현장에 찾아가 그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싶어 왔습니다.
낮에는 푸른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생명의 약동을 보았습니다. 한라산의 위용, 멀리 보이는 제주 바다의 푸르름은 평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니는 모습, 농민들의 봄 농사 짓는 모습, 한가롭게 풀 뜯는 말들의 모습 등은 여기가 교도소라는 생각을 잊게 할 정도였습니다. 봄기운을 받아 피어나는 동백꽃, 매화꽃, 수선화는 생명의 신비로 다가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면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초롱초롱한 별들, 무수한 생명들의 운동들이 세미한 목소리로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웅장하게 펼쳐지는 생명들의 기운으로 인간들은 살아간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평화로움은 이렇게 우리 곁에 늘 있습니다.
자연과 우주는 이렇게 평화롭게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데 인간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제주는 우리 조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섬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압박과 설움, 미제국의 패권 앞에 당한 상처, 분단 고착세력, 사대주의 세력들에게 당한 억압과 차별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픔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주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진행하고 있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공사. 이를 평화적으로 막아 낸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의 구소과 벌금 등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아 온 공동체가 파괴되어 신음하고 있는 현실을 이 시대의 십자가 고난이라 여기며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는 기독교(개신교) 목회자들입니다.
민중의 고난을 보듬어 안고 치유하며 해방세상을 열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
특별히 고난주간을 맞아 작은 몸짓이나마 동참하기 위해 구럼비의 아픔에 함께 하는 심정으로 52일간의 단식으로 사투를 결행하신 양윤모선생이 계신 제주교도소 고난의 현장 이곳에 왔습니다.
국민여러분, 제주도민여러분!
전쟁은 피를 먹고 사는 괴물입니다.
그 어떤 이유, 명분으로도 선이 될 수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의 전쟁터로 내주는 이 치욕적 행위는 평화, 발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부끄러운 짓일 뿐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연과 공동체를 파괴해가며 건설하는 해군기지가 자주국방이 아니라 전쟁물자 생산기업의 소비국이요, 쓰레기장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합니다.
오죽하면 “해군기지가 아니라 해적기지”라 외치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민중들의 지혜는 “하늘의 가르침과 같다”는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되새겨 보십시오.
해군기지 건설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구속된 사람들은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동시에 무거운 벌금형도 모두 철회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국민들의 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강정 해군기지 반대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싸워 갈 것입니다.
2013년 3월 29일
김홍술목사(부산 예빈교회 목사,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김희용목사(광주 넘치는 교회 목사, 광주시민센터 상임대표)
(이 글은, 두 분 목사님이 금식을 마치시며 발표한 글의 전문입니다.)
3일간의 단식을 마치신 김홍술, 김희용 두 목사님
양윤모선생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