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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나 트럼프나 한국은 '봉이로소이다' (오마이뉴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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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결정된 힐러리 클린턴 역시 '안보무임승차론'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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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안보무임승차론'이 때 아닌 호황을 만났다. 트럼프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도 뒤질세라 '공평한 분담론'에 가세했다.

"우리의 친구들(동맹)은 공평한 분담금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그 얘기를 하기 오래 전부터 나도 그런 주장을 해왔다."(2016년 6월2일)

이런 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말은 대중영합주의의 전형이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7일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의 대외정책 연설에서 "동맹국들은 공평한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안보무임승차론을 공식화한 바 있다.  

나라마다 달리 적용되는 '공평한 분담'?

'공평한 분담'이란 대체 그 기준이 무엇일까? 미국은 나라나 시기에 따라 공평한 분담의 기준을 달리 적용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말할 수 없다"(<애틀랜틱>, 2016년 4월호)고 경고하였다. 오바마의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2.4%(2015년)이므로 안보무임승차국이 아니다. 그런데 이 2% 기준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게만 적용된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적용하는 기준은 '주한미군 비인적주둔비의 분담률'이다. 여기서 '비인적주둔비'(Non-Personnel Stationing Cost)란 미군과 군속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미군이 현지 주둔국에서 지출하는 운영유지비를 뜻한다. 그러면 '비인적주둔비 분담률'이라는 것이 비용분담의 공평성을 재는 잣대가 될 수 있을까?

답은 '될 수 없다'다. 왜냐하면 한미소파 제5조1항에 따르면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모든 미군유지비를 부담해야 할 책임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소파 상 한국이 부담할 의무가 없는 '주한미군의 비인적주둔비를 얼마가 됐든 한국에게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미국 자신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는 것이며 불공평한 것이다.

비인적주둔비 분담률이 애초에 공평한 분담의 기준이 될 수 없지만 설사 그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미국이 '몇 %가 공평한 분담이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힘들다. 미국은 1993년 2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는 ⅓분담을 요구하였다. 미국은 2006년(7차 특별협정) 및 2013년(9차 특별협정) 협상 때는 50%를 공평한 분담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공평분담률이 시간이 가면서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더 많이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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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방식에 따른 주한미군의 비인적주둔비 지원비율 계산방식에 따라서 한국의 미군 비인적주둔비 지원비율을 비교한 그림입니다.
ⓒ 박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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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신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의 인준청문회 때(2016년 4월 19일) 한국이 연간 8억8백만 달러를 지불하는데 주한미군의 비인적주둔비의 약 50%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미국이 한국의 분담률이 50%가 된다고 인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지금(2016년)으로부터 2년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는 아마도 미국은 한국의 분담비율이 일본 수준인 70%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트럼프 후보는 한국이 100%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방위비분담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누가 집권해도 50%를 넘는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분담률을 인상하기 위한 다른 논리가 개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2006년 7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비인적주둔비 50% 분담' 요구와 병행하여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미국은 3.89%인데 반해 한국은 2.8%에 불과한 만큼 방위비 분담을 증액할 여력이 있다"(<연합뉴스> 2006.10.24)는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대한 차기 미국정권의 요구가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과연 한국이 미군주둔비의 몇 %를 분담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특히 이런 작업이 필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비인적주둔비 분담률을 자의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계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3년 9차 특별협정 협상 때 한국의 분담률이 50% 미만이라고 주장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당시 협상 때 한국의 비인적주둔비 분담비율이 65%(2010년기준)에 이른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50%가 안 된다는 미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적이 있다.

미국 계산 방식의 문제점

미국의 계산방식이 갖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미국은 한국의 분담률을 계산할 때 방위비분담금 이외의 다른 직접지원 및 간접지원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7904억 원(6억8358만 달러)÷1조6749억 원(14억5688만 달러, 방위비분담금 + 미국부담 주한미군 비인적운영비)×100=46.9%와 같이 계산함으로써 한국의 분담비율이 50%가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산 방식은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을 다 포함해서 동맹국의 비용분담으로 정의하는 미 국방부의 '동맹국의 비용분담' 개념에 위배된다. 미국방부의 '2004 동맹국 방위비분담 보고서'는 동맹국의 미군주둔비지원에 직접지원 및 간접지원을 다 포함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직접지원은 미군이 고용한 현지 근로자의 인건비 지급이나 개인 사유지 및 시설에 대한 임대료 보상 등과 같이 동맹국(한국)의 국방예산에서 직접 지출된 지원을 뜻한다고 돼있다. 간접지원은 정부소유 부지에 대한 임대료 평가나 각종 세금 및 요금의 면제 등을 뜻한다고 돼있다.

한국의 분담률은 이미 70% 넘어

미국방부의 보고서 정의대로 하면 한국의 분담률(지원율)은 (한국의 직간접 지원액)÷(미국의 비인적비용지출액+한국의 직간접지원액)×100%로 계산된다. 2010년도 기준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직간접지원 총액(한국 국방부 집계)은 방위비분담금 7904억 원을 포함해 1조6749억 원(14억4855만 달러, 1달러 당 1156.26원 기준)이다. 2010년에 미국 정부 예산에서 지출된 주한미군의 비인적주둔비는 7억7330만 달러다.

이 수치에 따라서 계산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14억4855만 달러(한국부담)÷22억2185만 달러(한미지출 합계)×100=65.1%다. 이미 한국은 2010년에 분담률이 50%를 훨씬 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 계산방식은 국방부의 집계(1조 6749억 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한국의 비용분담 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집계에는 미군기지이전비용이나 미군탄약저장관리비용이 빠져 있다. 또 공시지가의 5%(전용공여지의 경우) 및 2.5%(전용공여지 외 지역공여지, 임시공여지 등)를 적용한 토지임대료 평가는 저평가된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1998년까지는 토지임대료를 공시지가의 10%로 계산해 왔는데 1999년부터 미국을 의식해 현재(2010년) 방식처럼 5%로 낮췄다. 토지임대료 저평가 부분 5648억 원(전용 공여지는 공시지가의 10%, 기타 공여지는 5% 적용으로 계산할 때의 차액), 2010년 미군기지이전비용 6967억 원(6.03억달러), 미군탄약 저장관리비 1250억 원(부대운영비는 제외)을 합치면 1조3865억 원(11억9912만 달러)이다. 이 세부분을 포함해 한국의 분담률을 다시 계산하면 26억4767만 달러(한국부담)÷34억2097만 달러(한미지출 합계)×100=77.4%다.  

일본 분담률보다 더 높은 한국

한국의 분담비율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일본의 경우에 비춰 봐도 불공정하기 짝이 없다. 미국은 일본의 경우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부동산 임대료 평가액이나 미군기지이전비용 등을 인정한다. 한마디로 한국에 대한 태도 다르고 일본에 대한 태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일본의 주일미군 비인적주둔비 분담률을 계산해보자. 방위비분담금 1920억 엔, 미일소파에 따른 비용부담액(기지주변대책비 등) 1852억 엔, 일본 미군기지이전비 1707억 엔, 국유지임대료면제 1658억 엔 등을 합쳐 일본의 직간접지원은 7541억원(61.9억 달러, 미국방예산 1달러 121.8300엔 환율적용)이다.

미국정부가 자기 예산에서 지출하는 주일미군의 비인적주둔비는 27.05억 달러다. 일본의 지원율은 61억9천만 달러(일본부담)÷88억 95백만 달러(미일 지출 합계)×100=69.6%다. 한국의 분담률 77.4%(2010년)는 일본의 분담률 69.6%보다 더 높다. 즉 주둔미군에 대해 한국이 일본보다 더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군의 비인적주둔비 분담률은 그것 자체가 애초에 불공정한 개념이다. 그런데 그것을 계산하는 방식도 미국 제멋대로라 공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주한미군 비인적주둔비 분담은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제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적용하는 불공정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트럼프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도 동맹국이 공평한 분담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에 가세하였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왜 공평하지 못하고 미국 일방적 주장인가 또 얼마나 자의적 주장인가를 밝히는 글입니다. 특히 미국의 차기정권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 게시물은 평통사님에 의해 2016-08-12 15:21:06 연구자료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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