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8. 19] [한겨레]'병력감축 통한 전력증강' 세계적 추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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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감축 통한 전력증강’ 세계적 추세
군 구조개편 적극 나서야
② 병력유지 왜 급급하나
방위력을 높이려면 국방비 중 경상 운영비를 줄이고 전력 투자비를 늘려야 한다. 정보와 군사기술의 발달로 병력 수는 이제 전력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에서 경상 운영비는 67.1%로 전력 투자비 32.9%의 두 배가 넘는다.
국방부는 10여년 전부터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한 번도 병력 감축을 시도한 적이 없다. “실익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올해 국방부가 발행한 〈미래를 대비하는 한국의 국방비〉라는 책에서는 “현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병력·부대 감축은 안보역량의 약화를 초래한다”며 “1개 보병사단 운영비는 연간 622억원에 불과해, F-15K 전투기 1대 가격은 2개 사단 운영·유지비와, 7000t급 한국형 이지스급 구축함 가격은 17개 사단 연간 운영·유지비와 상응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운영·유지비만을 단순하게 계산한 수치에 불과하다.
운영비 67% 전력투자비 2배‥향토-동원사단 통합 등 필요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3개 사단(약 4만명)을 감축한 효과는 단순 계산으로 1조원 수준이 된다”고 조금 더 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사단 전력증강 투자, 시설 투자, 복지 관련 투자 등 투자 요소 감소분을 포함시켜야 하고, 기존시설과 토지 재활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지금 ‘병력감축을 통한 전력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냉전 종식과 함께 외형적 규모를 줄이는 대신 질적 능력을 강화하는 국방개혁에 따라 1989년 213만명 상비군을 단계적 감축 과정을 거쳐 34% 감소시킨 138만명 수준으로 낮췄다.
러시아는 체첸 사태에 30만명을 투입하고 있으면서도 2000년 당시 120만명이던 병력을 2005년까지 3분의 1을 감축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85만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현재 육군 150만명 등 모두 230여만명에 이르는 병력을 줄여 내년 초에는 200여만명으로 줄인다. 중국의 감군은 군의 정예화와 현대화를 위한 여유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다. 대만도 군 현대화 계획에 따른 정예군 유지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의 38만5천명에서 2012년까지 병력 규모를 30만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최근 공식 확정했다.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면 구식 무기는 도태된다. 그에 따라 전시 대비체계가 바뀌고, 당연히 관련 부대의 조직도 새로 짜야 한다. 군사 선진국들이 군 구조를 자주 바꾸는 데는 이런 까닭도 있다.
방위력을 증강하려면 국방비 가운데 경상운영비를 줄이고 전력투자비를 늘려야 한다. 정보와 군사기술의 발달로 병력 수는 더 이상 전력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에서 경상운영비는 67.1%로 전력투자비 32.9%의 두 배가 넘는다.
국방부는 10여년부터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번도 병력감축을 시도한 적이 없다. “실익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올해 국방부가 발행한 ‘미래를 대비하는 한국의 국방비’라는 책자는 “현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병력·부대 감축은 안보역량의 약화를 초래한다”며 “1개 보병사단 운영비는 연간 622억원에 불과해, F-15K 전투기 1대 가격은 2개 사단 운영유지비와, 7000t급 한국형 이지스급 구축함 가격은 17개 사단 연간 운영유지비와 상응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운영유지비만을 단순하게 계산한 수치에 불과하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3개 사단(약 4만명)을 감축한 효과는 단순 계산으로 1조원 수준이 된다”고 조금 더 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사단 전력증강투자, 시설투자, 복지관련투자 등 투자 요소 감소분 등을 포함시켜야 하고, 기존시설과 토지 재활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지금 ‘병력감축을 통한 전력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냉전 종식과 함께 외형적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질적 능력을 강화하는 국방개혁에 따라 1989년 213만명 상비군을 단계적 감축 과정을 거쳐 34% 감소시킨 138만명 수준으로 낮췄다.
러시아는 체첸 사태에 30만명을 투입하고 있으면서도 2000년 당시 120만명이던 병력을 2005년까지 3분의 1을 감축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85만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현재 육군 150만명 등 모두 230여만명 선에 달하는 병력을 감축해 내년 초에는 약 200여만명 선으로 줄인다. 중국의 감군은 군의 정예화와 현대화를 위한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다. 타이완도 군 현대화 계획에 따른 정예군 유지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의 38만5천명에서 2012년까지 병력 규모를 30만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최근 공식 확정했다.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면 구형 무기는 도태된다. 그에 따라 전시 대비체계가 바뀌고, 당연히 관련 부대의 조직도 새로 짜야 한다. 군사 선진국들이 군 구조를 자주 바꾸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한국군은 그동안 병력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부대 구조조정을 소홀히 했다. 한국군이 병력감축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군 고위직의 ‘자리’ 때문이다. 군 조직 내부를 들여다 보면 ‘낭비 요인’을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육군의 후방을 지키는 부대로 향토사단 이외에 동원사단이 있다. 동원사단은 유사시 향토사단과 마찬가지로 지역 동원예비군을 소집해 부대를 구성하는 사단이다. 평상시 향토사단의 충원율은 10여%, 동원사단의 충원율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들은 “향토사단과 동원사단을 통합해 중복 인원을 줄이고 충원율을 높여야 한다”며 “동원사단은 과거 총만 쏠 줄 알면 전쟁터로 보내던 병력충원 방식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일반 사단의 사단장에는 소장이 임명되는 것과 달리 동원사단장에는 소장 진급 기회를 놓치고 전역을 앞둔 준장이 임명된다. 이에 따라 “동원사단은 준장들의 마지막 예우를 위해 유지되는 부대”라는 비아냥도 있다.
각 군 본부와 육군 1, 2, 3군사령부에는 비능률적인 조직과 인원이 수없이 존재한다. 국방부는 조영길 장관 취임 이후 ‘국방개혁 과제’를 마련해, 육군의 전력개발관리단, 지휘통신(C4I)개발단, 해군의 조함단, 전투발전단, 공군의 항공사업단, 전투발전단 등 직제에 반영되지 않은 조직을 정비하기로 했다. 육군의 경우 이들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정식 조직으로 돼 있는 기획관리참모부, 지휘통신참모부가 있다. 군 관계자는 “육군본부의 참모부마다 있는 대령급 행정과장은 중·소령급이 자신의 고유업무를 하면서 겸무할 수 있는 자리”라며 “참모부에 영관급 장교가 지금처럼 많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육군 군사령부에는 준장급 처장 아래 과장들이 있는데도 대령급 차장이 있으며, 심지어 2명이 있는 곳도 있다. 이들 차장 가운데 일부는 처장보다 임관 선배인 경우도 있어 지휘에 어려움까지 주는 실정이다.
한국군의 비정상적인 구조는 육·해·공군의 비율(81:10:9)에서도 나타난다. 기술군인 해군과 공군의 비율이 지나치게 취약하고 육군은 비대한 이런 구조에서는 과다한 경상운영비에 시달리는 것이 당연하다.
군 병력을 감축하면 잉여 자원이 사회노동력으로 환원돼 경제성장을 촉진시킴으로써, 국방예산 증액을 자연스럽게 이끌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국방인력 10만명을 줄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0.7%포인트 높아진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 민주당 의원은 “선진국의 경상운영비와 전력투자비의 비율은 5:5 수준이지만 우리는 7:3이어서 지나치다”며 “군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군구조 개편에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야 국방비 증액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60년 이후 전력증강에 박차를 가해 왔으나 최근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현대전을 위한 군 구조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