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 28] 제22차 평화군축 집회 국방부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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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준 국방부 장관은 정녕 민족의 공멸을 바라는가!
이준 국방부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상황이 있으면 한반도 전쟁이 불가피하다"며, "북한은 분명한 주적"이기 때문이라 발언하였다.
이러한 이준 장관의 발언은 미국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국제질서와 전쟁을 강요했던 구시대적인 냉전의식의 발로로서, 호혜평등의 한미관계와 평화의 21세기를 갈망하는 국민적, 시대적 염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에 우리는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이준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작년 12월 5일 제3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대북 선제핵공격을 상정한 소위 '우발계획'을 받아들인 데 이어 20일 한미군사위원회에서 올 7월까지 '우발계획'을 수립하자는 합의 뒤에 나온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우발계획'이란 북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작전계획 5027-98'에 이어 대북 공격적 속성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시정권의 호전성과 군사적 모험주의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한미 군사당국이 '우발계획' 수립에 합의했다는 것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소원하고 있는 우리 국민과 세계평화애호인들을 비웃는 것이자 겉으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내세우며 속으로는 대북 전면전을 획책하는 기만이 아닐 수 없다. 대선 직후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때맞춰 미국에서 대북 선제공격설이 제기되었다는 것은 '우발계획'이 곧바로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리라는 우리의 우려를 사실로 확인해 주고 있다.
이준 장관의 발언은 다음으로 우리 민족에게 분단과 고통을 강요했던 적대적인 민족대결의식의 발로로서,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민족적 염원에 대한 배반이기에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갈등을 끝장내고 우리 민족끼리 공존과 공영을 추구해 나가려는 우리는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같은 핏줄인 북한을 여전히 주적으로 규정하고 전쟁 불가피성을 운운하는 이준 장관의 발언을 보면서 그가 과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장관인지, 아니면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의 첨병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주한미군이 낡아빠진 정전협정을 앞세워 남북간 교류협력의 획기적인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이준 장관의 대북 주적 규정이 남북 화해와 남북관계의 진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이해에 더 부합하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화해와 교류의 큰 흐름을 타고 있던 91년 4월에도 당시 이종구 국방장관이 북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주장하여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던 전례를 보더라도 이준 국방장관의 발언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국방부와 역대 국방장관들의 찌들대로 찌든 냉전의식과 민족대결의식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이렇듯 이준 장관의 우발계획 수용과 전쟁 불가피 발언은 한반도 전쟁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고 민족의 공멸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이준 국방장관은 국민과 민족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2. 국방부는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F-15K 도입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
국민 세금 5조 5천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역대 최대의 무기도입 사업인 F-15K 도입 사업은 미국의 압력과 이에 굴종한 청와대와 국방부에 의해 우리 국민의 뜻이 철저히 묵살된,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의혹 사건이다.
F-X 사업은 평가방안 자체가 이미 F-15K를 선정하기 위한 국방부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작용한 방안이었다. 1단계 평가 결과 1, 2위 기종의 격차가 3% 이내일 경우 한미연합작전과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기준으로 2단계 평가를 실시한다는 평가방안은 차기 전투기로서의 요건을 결여한 F-15K를 구제하고, 선정하기 위한 각본에 지나지 않았다.
국방부의 대미 추종적 자세는 작년 3월 하순에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서 통일부가 "F-X 사업 추진이 남북대화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연기하자"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김동신 국방장관은 "대북 포용정책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의해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 기회에 F-15K라도 사주면 미국의 강경정책이 조금 완화되지 않겠는가?", "만약 F-X 사업을 연기하면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부시정권의 F-15K 구매 요구에 철저히 굴종하는 자세를 보였다.
국방부의 대미 추종적 자세는 보잉사에 대한 협상 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는 F-15K 선정 후 보잉사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서 라팔 이하로 가격을 인하하고, 절충교역의 규모를 확대하였으며, 후속 군수지원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F-15K의 가격 인하는 보잉사가 최초 제시한 가격으로 되돌아 간 것에 지나지 않으며, F-15K 도입 가격을 라팔 이하로 낮췄다는 것도 라팔의 달러 환산 기준 시점을 조작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절충교역 의무비율 70%도 90∼100%를 제시한 다른 기종에 비해 훨씬 낮을 뿐 아니라 액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등 절충교역 규모는 속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보잉사의 회계 조작과 부실 은폐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F-15K 도입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고 국민 세금만 축내게 되리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
이렇듯 F-15K 도입 사업은 김대중 정부와 국방부가 철두철미 미국 정부에 굴종하고 보잉사에 농락 당한 사업으로서, 국민과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국방부는 새 정부의 출범을 맞아 F-X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국가 주권과 국익을 지키고 남북화해 시대의 주역으로 거듭 태어나기 바란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문규현, 변연식, 서경원, 임종철, 홍근수, 이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