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4/06/29] [국방부장관께 드리는 서한] '협력적 자주국방'을 빌미로 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철회하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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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차 국방부장관께 드리는 서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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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께 드리는 서한
―'협력적 자주국방'을 빌미로 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철회하라!―


조영길 국방부 장관님!

귀 부는 2005년도 국방예산안으로 2004년의 18조 9,412억 원에 비해 무려 13.4%나 증가된 21조 4,752억 원을 편성해 기획예산처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내년도 국방비의 대폭 증액은 어려운 나라 살림에 비춰보나 북한에 대한 남한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 비춰보더라도 전혀 타당성이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내년도 국방예산의 무리한 증액 편성을 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국방부가 전체 예산 증가율 5%보다 무려 두 배가 넘는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것은 어려운 국가경제를 도외시한 채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3.4%의 내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16년만의 최고 증가율로서 제한된 재원으로 경제 회복과 민생안정에 힘을 쏟아야 하는 내년의 나라 살림 운용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이자 그 사이 남북 간 군사력의 격차가 더욱 가속화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무리한 예산 편성입니다. 이에 우리는 전체 나라 살림을 도외시한 무리한 국방비 증액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다음으로 현존 및 미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의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이 전혀 타당성이 없으며 국방비를 늘리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지금 국방부가 현존 위협 즉 북한 위협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도입 중이거나 새로 도입하려는 무기들은 F-15K, K1A1전차, 대구경 다련장, 대형 수송함, KMH, 패트리어트 미사일, 에이왁스, KDX-Ⅲ, 214급 잠수함 등입니다.
그러나 이들 무기들은 대북한 선제공격용 무기들로서 단순히 대북한 방어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대북 정보전력 차원에서 추진 중인 조기경보기통제기만 하더라도 대북 종심 타격력을 갖는 F-15 전투기 등 전투기들을 공중에서 지휘통제하는 공중지휘사령부로서의 기능을 갖습니다.
남한 군사력이 단순히 억제력을 넘어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조건에서 대북한 선제공격용 무기들을 대량으로 도입하는 것은 미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대북한 선제공격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과잉전력이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에 기여할 뿐인 이들 대북 선제공격용 무기 도입의 즉각 중지와 예산 전액삭감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등 불요불급한 무기들의 도입도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기동 헬기와 공격 헬기를 통합해서 개발한다는 명목의 KMH 사업은 헬기전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이미 700 대 200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도 극히 희박하다는 점에서 결코 타당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국회 및 정부 내에서도 그 타당성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KMH에 관한 KDI 보고서와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를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국민적 합의가 충분할 때까지 사업 중단을 거듭 강력히 촉구합니다.

미래 위협을 대비한다는 명목의 KDX-Ⅲ, 에이왁스 등도 그 도입이 즉각 중지되어야 합니다. 이들 무기체계는 작전반경이 한반도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겨냥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을 직접 겨냥한 무기체계 도입을 통해서 우리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사고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군비경쟁으로 몰아넣고 우리의 주변국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미래 위협 대비 운운하며 작전반경이 한반도를 뛰어넘는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미국의 대동북아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역행하고 우리 국민에게 부담만 지우는 에이왁스, KDX-Ⅲ 등의 무기 도입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내년 신규로 착수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도입을 추진 중인 이지스함 등의 MD 무기도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에의 편입을 의미하므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합니다.
이지스함과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불필요한 초과잉전력이므로 도입되어서는 안 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의 MD체제 편입을 의미하므로 그 도입이 중단되어야 합니다.
귀 부는 차기유도무기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MD와 연계되어 있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가 지난 4월 1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 국방부의 국방중기계획에는 MD체계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 것을 보더라도 이 같은 귀 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귀 부는 노후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차기유도무기도입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조차도 장거리(나이키)와 중거리(호크) 대공미사일을 패트리어트 단일체제로 교체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나이키를 패트리어트로, 호크는 한국형 중거리대공미사일(K-MSAM)로 교체하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결국 MD 체제 편입을 가리우기 위한 억지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MD무기들은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이나 북한에 대한 남한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로 볼 때 전혀 불필요하고 과도한 무기들입니다. 우리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동북아 패권전략에의 편입을 의미하며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불러오는 이 같은 MD무기의 도입 중지와 관련 예산의 전액삭감을 촉구합니다.

또한 주한미군이 1/3이나 감축되는데도 오히려 주한미군 주둔비로 16.2%를 올려 책정한 것 자체가 내년도 국방예산이 나라살림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미국 위주로 편성된 예산임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국방부는 8,116억 원을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고용원 인건비지원과 군수지원, 군사시설지원 등의 용도로 지불되어 왔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크게 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이 예정된 속에서 주한미군 주둔 지원비를 깍지는 못할 망정 무려 16.2%나 올린 것은 국방부의 전형적인 대미 굴종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협상을 하기도 전에 엄청나게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 책정함으로써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국방부의 사대매국적 태도를 엄중히 규탄합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소파에도 위배되는 불법이므로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더구나 주한미군 재배치계획에 의해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대북 방위에서 대동북아 패권강화로 바뀌고 있고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므로 주한미군에 대한 한푼의 지원도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매년 터져 나오는 각종의 대규모 국방비리는 국방비의 낭비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국방비의 대폭 증액이 전혀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18일 총 6조4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군 고등훈련기(T-50) 사업과정에서 주요 날개부분 생산권을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넘겨받는 대가로 지불하기로 한 배상금 성격의 1억1천만 달러를 국방부 예산으로 책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고등훈련기 양산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방산업체가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국민의 혈세로 대신하기 위해 국방부가 앞장서서 업무상 배임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지난 4월에는 고등훈련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군납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국국방연구원과 국방부 획득정책국의 영관급 군인들이 구속된 바 있습니다.
국방부는 군납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획득사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축소하기에 급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마저 거부하는 뻔뻔스런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방부가 말뿐이 아닌 철저한 국방개혁에 나서겠다면 그 증거로 우선 고등훈련기를 비롯한 F-15K, K-9 자주포 등 부정로비의혹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편 우리는 국방비 증액을 정당화하고 있는 '협력적 자주국방'에 대해서 그것이 군비증강 노선이자 대미 종속 노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면서 군축과 진정한 대미 자주적인 국방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한미연합전력 증강과 대북한 방위 역할의 확대라는 이름 아래 각종의 대북한 선제공격용 무기, MD무기, 작전범위가 한반도를 뛰어넘는 무기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대북한 선제공격과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한 해 국방비의 7∼8배에 이르는 110억 달러를 투입해 2006년까지 대북한 선제공격용 무기들인 JDAM, 벙커버스터 등 정밀폭격 무기와 MD무기들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미연합 전력증강을 구실로 한국군의 전력증강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작년 5월과 6월, “한국도 미국에 상응하는 보완적 투자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 구매를 강요하였고,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4차 및 5차 회의에서도 미국은 “방공능력과 정밀타격 능력 분야 등 약 10개 분야에서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미연합 전력증강 계획을 수립하자"고 하면서 이의 문서화까지 강요하였습니다.
이는 미국이 대북선제공격과 주한미군의 동북아로의 역할 확대를 추진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전력증강을 우리나라에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나아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국방부는 미국과의 대북한 전쟁 공조나 대중국 포위동맹에 나서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국방예산부터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편성해야 합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을 국방부는 평화군축의 더 없이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은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남북 장성급 회담이 성사되어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였습니다.
이제야말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동북아 군사패권전략을 뒷받침하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과 민족이 사는 길은 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을 적으로 돌리게 하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남한이 먼저 군축에 앞장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04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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