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4/08/24] 기획예산처 장관 면담(8월 19일) 보고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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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면담 보고

19일(목)오후, 3시30분 기획예산처 김병일 장관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날 면담에는 평통사에서 홍근수 상임대표, 유홍 평화군축팀장, 공동길 부팀장, 이경아 부장이 참석하였고, 기획예산처에서는 김병일 장관과 국방예산을 담당하는 김대일 사회예산심의관이 배석하였습니다.

날 면담은 국방부가 민생과 나라살림을 도외시한 채 올해보다 무려 13.4%나 증액한 21조 4,752억 원을 내년도 국방예산안으로 올린 것을 규탄하고, 불요불급한 국방예산을 삭감할 것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홍근수 상임 대표는 "국방비 대폭증액은 6.15 공동선언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동북아에 끊임없는 군비경쟁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국가의 안보와 세계평화를 해치는 국방비 인상 요구는 철회되어야"한다며 "나라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합리적인 길은 군비증강이 아니라 남북이 군축하는 것"이라고 역설하였습니다.

이에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방분야에 조예가 깊은 평통사에서 이렇게 찾아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넨 후, "기획예산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돈을 더 달라고 하는데 돈을 덜 주라고 찾아온 단체는 처음이다"며 평통사의 활동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활동이라고 본다"며 평통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습니다.

이어 유홍 평화군축 팀장은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에 반영된 한국형다목적헬기사업(KMH)에 대해 "KMH 사업은 국회의 의결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는 불법적인 사업이며, 감사원의 감사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없음이 밝혀졌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그 기술성 가능성을 의문 시 하고 있는 점" 등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년도 KMH 예산안 200억 원을 전액 삼각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공동길 부팀장은 "국방부가 내년도 예산요구안에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으로 8,202억 원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내년 말까지 12,500명의 주한미군 감축이 예정된 상황에서 올해보다 16%나 증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예산소요 근거도 없이 제출한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 요구안은 예산회계법 시행령 제11조를 위반한 것임을 지적하며 우리나라가 주한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비는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 이외에도 소파에 근거한 여러 간접비용 부담, 용산기지이전비용의 전액 부담 등 수조원 대에 이르므로 주한미군경비분담금 예산을 전면 삭감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면담에 배석한 김대일 심의관은 평통사의 요구를 잘 경청하였고, 담당 심의관으로서 주신 서한을 잘 검토하고 꼼꼼히 따져봐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어 김병일 장관은 "80년대 초 GDP 대비 6%였던 국방예산을 정부가 나름의 노력을 해서 현재는 2.8%대로 내려왔다"며, "앞으로도 문제가 있으면 면밀히 검토해서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겠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끝으로 홍근수 상임대표가 "평통사가 요구서한으로 준 내용을 잘 반영하여 국방예산이 삭감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면담과정에서 기획예산처 국방담당 심의관도 평통사가 지적한 국방예산안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통사는 앞으로도 정부의 국방예산 심의절차와 국회 예산 심의절차를 예의 주시하며 불요불급 국방예산 항목을 삭감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한 무리한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십시요!

-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께 드리는 서한 -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귀하!

귀하도 알다시피 국방부는 올해 18조 9,412억 원에 비해 무려 13.4%나 증가된 21조 4,752억 원의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이 같은 증가율은 국방비 그 자체로서 보면 16년만의 최고 증가율이며 올해 전체 예산 증가율 5%와 비교해서는 무려 세 배 가까이 되는 증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국방비의 대폭 증가가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국방비 증액의 구체적 내역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증액은 그 타당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귀하께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국방부는 국방비 대폭 증액의 명분으로 '협력적 자주국방'이니 '군의 사기복지 증진'이니 '현존 및 미래의 위협 대비'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들 명분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국방부의 주장처럼 증액 근거로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는 내년도 국방비의 대폭 증액이 우리 나라가 처한 경제적 현실과 경제정책의 방향에서 보더라도 무리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귀하께 지적하고자 합니다.
지금 민생경제, 서민경제는 생활고 때문에 속출하는 가족동반 자살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의 경기 양극화에서 드러나듯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어렵습니다. 또한 귀하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듯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을정도로 나라 살림이 어렵습니다.
국방비를 증액해야 할 타당한 명분도 없는데 국방부가 유독 국방비만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이 같이 어려운 민생과 나라살림을 도외시한 독선적이고 이기주의적인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기획예산처 장관님!

내년 국방비 가운데서도 보다 큰 증액 요인은 16%가 오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 전력투자비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불요불급한 사업이거나 남북화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사업, 미국의 무기강매에 따른 사업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국방비 삭감이 가능합니다.
내년 국방예산안을 보면 국방부가 자주국방의 핵심전력을 확충한다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도입 중이거나 새로 도입하려는 무기들은 KMH, 패트리어트 미사일, F-15K, 공중조기경보통제기, KDX-Ⅲ, 고속상륙정, 대형수송함, K1A1전차, 다연장로켓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무기체계들은 하나 같이 대북 선제공격용 무기이거나 중국 등 한반도 주변나라들을 겨냥하는 것으로서 남북 간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을 촉발함은 물론 동북아 평화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김 장관님!

우리는 국방비 증액 요구의 구체적인 내역에 대해서 몇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 살펴봄으로써 국방부의 내년도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국회의 의결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다목적헬기(KMH) 사업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야 할 대표적인 무기도입 사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내년도 국방예산에 200억원이 계상되어 있는 KMH사업은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릴만큼 무려 40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향후 3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이 사업은 다른 어떤 무기도입 사업에 비해서도 타당성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토를 통한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이미 지난 해 큰 의혹을 자아냈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국회, 감사원에 의해서도 그 타당성과 절차 등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 받아왔습니다.
작년 11월 6일 열린 제 243회 국회 제9차 국방위원회에서 2004년 국방예산을 확정하면서 "KMH 사업은 추후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종료된 이후 국회의 보고절차를 거친 후 사업을 집행하기로" 결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아직 국회에 정식으로 보고되기도 전인 올해 1월 10일 KMH개발사업단을 발족시켰는가 하면, 3월 16일 해외업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7월 9일 협상대상업체를 선정하는 등 KMH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히 국회결의를 위반한 불법입니다.
또한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의 KMH 사업 감사보고서는 "방위산업체의 임금수준 등을 고려하면 국내 개발비용이 38조 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국내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따지더라도 전체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감사원의 지적은 국방부의 그간 10조원 소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KMH 사업에 대한 국민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용을 축소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30조 7천억원으로 비용을 추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보고서가 방산업체 재무비용 대신 그보다 원가가 훨씬 싼 국내산업 재무비용을 적용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비용을 축소하고 그럼으로써 경제성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평가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로써 국방부와 산자부가 유일하게 근거해 온 KDI보고서가 공정성을 원천적으로 결여하고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그간 문제제기가 정당함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타당성 결여', '소요비용 산출 오류' 등을 지적한 2003년 감사원 결과에 비추어 KMH사업은 근본적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합니다.
KMH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경제기획원의 용역의뢰에 따른 KDI보고서조차도 우리 기술수준을 '조립에 불과한 수준'으로 파악하며 'KMH사업의 타당성을 높이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기동 헬기와 공격 헬기를 통합해서 개발한다는 명목의 KMH개발사업은 헬기전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이미 700 대 200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대북한 방위 차원에서도 그 명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KMH개발사업은 모든 측면에서 타당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사업으로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사업이므로 내년 예산 전액이 삭감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KDX-Ⅲ,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의 MD 무기도입 사업도 불필요한 사업으로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에의 편입을 의미하므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KDX-Ⅲ는 대북한 방위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초과잉전력으로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므로 도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남북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이나 북한에 대한 남한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로 볼 때 전혀 불필요하고 과도한 무기입니다. 작전반경이 수백Km에 달하는 KDX-Ⅲ 도입 사업도 북한에 대한 남한의 절대 우세한 해군력으로 볼 때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사업입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KDX-Ⅲ는 북한의 군사적 열세를 더욱 강요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비대칭적 억지력 강화의 명분만을 주는, 그럼으로써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하며 다른 한편 이 무기체계의 운용을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미 군사적 종속 심화를 불러올 뿐입니다.
우리가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KDX-Ⅲ 무기체계 관련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또한 그들 무기도입이 미국의 MD체제 편입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차기유도무기사업이 미국의 MD와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려는 얕은 잔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이지스전투함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북한을, 궁극적으로는 대중국 포위를 겨냥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동북아 패권전략에의 편입을 의미하며 동북아에서 무한군비경쟁을 불러오는 이 같은 MD무기의 도입 중지와 관련 예산의 전액삭감을 촉구합니다.

국방부가 올해보다 무려 16%나 증액 요구한 내년도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 8,202 억 원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국방부는 이른바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경비 분담금)으로 내년 예산안에 8,202억원을 계상해 놓고 있습니다.
우선 이 같은 예산책정은 예산소요에 대한 각목명세서와 산출근거를 제시하게 되어 있는 예산회계법 시행령 제11조를 위반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 요구안을 제출하면서 그 각목명세서와 산출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한미소파 상으로 모든 미군유지 비용을 미국이 지불하도록 되어있고 아직 미국과의 사이에 내년도 주한미군 경비 분담에 관한 아무런 협정도 체결된 바 없는 지금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미리 예산으로 책정한 것은 명백히 예산회계법을 위반한 편법이고 불법입니다.
또 올해보다 무려 16.2%나 방위비 분담금이 증액된 것은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으로 마땅히 줄어들어야 할 방위비가 오히려 턱없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아무런 설득력이 없습니다.
미2사단 3,600명의 이라크 차출 등 올해에만 6천명의 주한미군이 감축될 예정입니다.
또한 미국은 2005년 말까지 총 12,500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한미군이 대폭 줄면 2004년 기준으로 주한미군 고용원 인건비43.2%, 군사건설 31.6%, 군수지원13.6%로 되어있는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줄어들어야 맞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주한미군 경비 분담 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올려 책정한 것은, 특히 미국과의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방비 증가율보다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것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전형적인 대미 굴종적인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동안 매년 우리 나라가 주한미군 주둔경비 때문에 치러온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차마 이 같은 부끄러운 짓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미소파 5조에 대한 특별조치협정'으로 처음 내기 시작한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은 91년 1억 5천만 달러에서 그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에는 6억2천만달러(7,469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91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이 119%인데 반해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 증가율이 무려 634%였다는 사실은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이 국방비는 물론 우리 국가재정에 얼마나 부담을 가중시켜 왔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특별협정에 따른 직접비용 분담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외에 올해 책정된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3,401억 원, 이라크 파병비용 2,877억 원을 합치면 올 한해에만 주한미군을 위한 비용은 정부예산에서만 무려 1조 3,747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에 공짜로 쓰고 있는 수 천만 평의 기지에 대한 임대료와 각종 면세 및 사용료 면제 등의 간접비용까지 계산한다면 우리 나라는 한해에만 2조원을 훨씬 넘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용산 이전이 완료되는 2007년까지 매년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과 별도로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 국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어왔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토지공여를 제외한 주한미군 유지에 드는 모든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한 한미소파 5조에 비춰 보더라도 더 이상 지불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주한미군 재배치계획에 의해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대북 방위에서 대동북아 패권추구로 바뀌고 있고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므로 주한미군의 경비를 우리가 분담할 어떠한 이유도 없습니다.
따라서 국방부의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 요구안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또한 F-15K 도입을 위한 내년도 예산 1조 22억원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감사원이 국방부의‘2002년 방위력 개선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차기전투기 사업에 대해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함으로써 ‘기종평가(F-15K 선정)가 부적정’했다”고 판정한 사실을 장관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8월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월16∼25일 미국과 인도가 벌인 공군합동훈련에서 인도가 보유한 수호이30 전투기(Su-30MK)와 미 공군의 에프15 전투기(F-15C)가 모의공중전에서 맞붙은 결과, 수호이30 전투기가 에프15기에 대해 90%의 승률을 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보도는 차세대 전투기로서의 국방부의 F-15K선정이 처음부터 잘못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일본 방위청 역시 미국으로부터 도입해오던 차세대지원 전투기 F-2의 구매를 앞으로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차세대 전투기로서의 F-15K 도입의 타당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내년도 예산을 유보하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김 장관님!

국방부는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위한 명분으로 '현존 및 미래 위협 대비'나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전력공백 메우기' 따위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명분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허구적인 주장이거나 아니면 미국의 군사전략에 호응하기 위한 주장, 국방부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줄줄이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한해 국방비가 북한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남한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한지 오래입니다. 주한미군은 대북한 전쟁억지력으로서의 명분을 잃었으며 초과잉억지력입니다. 따라서 전력투자비의 증액 요인이 되고 있는 수많은 대형무기도입 사업들은 불필요하며 남북 간 군사적 격차를 더욱 벌임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데 기여할 뿐입니다.
전력공백 메우기나 한미연합전력 증강을 이유로 한 국방비의 대폭증액은 "한국도 미국에 상응하는 보완적 투자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 구매를 강요한 리언 라포트 주한 미군사령관의 작년 5월과 6월 발언이나 "방공능력과 정밀타격 능력 분야 등 약 10개 분야에서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미연합 전력증강 계획을 수립하자"고 하면서 이의 문서화까지 강요하였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4차 및 5차 회의에서의 미국의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로지 미국의 압력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자국의 군수산업체의 배를 불리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한 선제공격력 및 대중국 봉쇄전략 강화라고 하는 자신의 패권적인 신군사전략을 강행하기 위해 우리 나라에 무기도입과 국방비의 대폭 증액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협력적 자주국방은 바로 이같은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에 응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이처럼 '협력적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한 국방비의 대폭 증액은 우리 나라 안보의 자율성을 확대·강화하고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증진하는데 기여하기보다는 남북간 군비경쟁 가속화, 동북아 나라들과의 관계 악화, 감당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의 부담 증대, 대미 군사적 종속 심화만을 불러올 뿐입니다.

김병일 장관님!

국방비의 무리한 증액은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한반도 평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며 온 민족의 염원인 6·15공동선언의 실현에도 배치됩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은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고 얼마 전에는 남북 장성급회담이 성사되어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이제야말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동북아 군사패권전략을 뒷받침하는 국방비 증액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과 민족이 사는 길은 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을 적으로 돌리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이 파탄지경의 국가경제를 살리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해내며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성역화된 국방비 속에서 자기이익 지키기에 골몰하는 국방 관료들을 감싸면서 과감한 군개혁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을 또 다시 수포로 돌릴 것인가, 미국의 요구대로 더욱 예속적인 한미관계를 보장해주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장관님의 애국적 충정과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기획예산처와 김병일 장관께서 국민들의 피와 땀이 배인 세금이 단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여지지 않도록 국방예산 자체와 전체 예산 속에서의 국방비의 비중을 엄격히 따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4년 8월 19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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