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6/12/25] [군 당국의 한국식 MD 추진 발표 규탄 성명] 북 핵, 미사일 위협 빌미삼아 ‘한국식 MD 구축’ 허울 쓰고 미국의 한반도 MD 구축에 나서는 정부와 군 당국을 규탄한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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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미사일 위협 빌미삼아 ‘한국식 MD 구축’ 허울 쓰고
미국의 한반도 MD 구축에 나서는 정부와 군 당국을 규탄한다!


지난 20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발간된 ‘합참의장 지휘지침서’에서 한국식 탄도․유도탄 방어체제를 구축키로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한국식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패트리엇(PAC-3) 요격용 미사일체계, 조기 경보레이더, 자동화된 지휘통제체계(C4I)로 구성되며 이 시스템은 고․중․저 3단계 고도 가운데 저고도 방어에 적용되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와는 무관하게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군 당국은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선행 연구개발비 1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PAC-3 요격체계를 중심으로 한 ‘한국식 MD'가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하는 MD에 비해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한반도 지형을 감안해 고고도-중고도-저고도의 3단계 가운데 저고도 방어체계”이며, 이는 저공으로 날아오는 북의 유도탄과 스커드, 노동미사일 등을 포착,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국민들이 MD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조차 없다고 판단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대국민기만이다.
국방부는 2003년에도 PAC-3 도입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MD체계와는 다른 한국의 독자적인 계획의 일환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종심이 짧고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PAC-3와 같은 무기체계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사일 방어는 발사 탐지에서 요격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요한다. 그런데 수도 서울은 비무장지대에서 불과 40Km 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1~2분 내에 미사일을 요격해야 하기 때문에 PAC-3와 같은 요격체계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더구나 PAC-3는 충돌파괴(hit-to-kill: 요격미사일 끝에 충돌파괴체 EKV가 적재되어 날아가다가 목표 미사일 근접지점에서 분리되어 탄두를 직접 충돌하여 파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대부분 대기권 밖에서 가장 잘 작동하도록 고안된 장치들인데, 북의 대부분의 단거리 미사일들은 대기권 밖으로 나갈 정도로 탄도비행거리가 길지 않다. 또 군 당국이 이번에 ‘한국식 MD 추진’의 명분으로 내세운 북 핵과 미사일 위협은 단거리 미사일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군 당국이 새삼스럽게 북의 단거리 미사일을 겨냥하여 MD 추진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다음으로 군 당국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한국식 MD’가 미, 일이 추진하는 MD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대미 종속을 은폐하기 위한 대국민사기극이다.
군 당국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MD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하는 PAC-3는 이지스 전투체계와 함께 미국이 동아시아에 구축하려는 MD의 핵심체계다. 일본이 MD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동일한 무기체계인 PAC-3와 이지스 체계 배치에 나서는 것은 미국이 북의 미사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여 동북아시아에 MD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PAC-3는 이보다 높은 고도와 넓은 지역에서 요격이 가능한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및 해상방어체제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설계된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저고도 방어체계이므로 미, 일이 추진하는 MD와 무관하다는 군 당국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PAC-3가 미, 일이 추진하는 MD와 달리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군 당국의 설명도 MD 추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PAC-3 체계는 미국이 구상하는 여러 가지의 MD 개발 프로그램 중 실전에 배치되기 시작한 요격시스템으로, 부시 정부는 실험평가를 마치고 200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 및 배치에 들어가 2003년부터 동아시아 지역에 배치한다는 계획에 따라 오산, 평택, 군산, 광주 등에 패트리어트 부대(PAC-2, PAC-3)를 배치했고,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여 한반도에서 MD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도입(SAM-X)과 한국형 구축함(KDX-Ⅲ)사업은 이와 같은 미국의 한반도 MD 체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주 화순항에 미군 함정이 드나들 수 있는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 역시 MD 참여와 무관하지 않다.
합참이 ‘한국식 MD' 체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PAC-3와 함께 C4I, 조기경보레이더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바로 MD 추진이 미국을 정점으로 한 정보, 인력, 요격체계―‘한미연합방위체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지스함이나 PAC-3를 통해 요격미사일을 보유하더라도 효과적인 탄도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요격미사일과 함께 고성능 레이더, 고성능 위성, 전투지휘통제통신본부(BM/C3) 등 최첨단 정보자산을 갖춰야 한다. MD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조차 이 같은 체계들을 만들어내는 기술력과 예산이 부족한 처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자체적으로 이를 생산하거나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수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PAC-3 MD 체계 추진은 군 당국의 발표처럼 ‘초보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도에 따른 ‘본격적’인 한반도 MD 구축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군 당국이 ‘합참의장 지휘지침서’에 MD 구축을 명문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의 MD체계에 전면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일방적인 선포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MD 무기체계와 연동하여 패트리어트 미사일 도입(SAM-X)과 한국형 구축함(KDX-Ⅲ)사업을 추진해오면서도 이를 미국의 MD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며 국민들을 기만하였다.
정부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자주국방, 국방개혁론을 내세워 MD 관련 무기체계를 슬금슬금 구축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MD 참여는 2001년에 미 공군 및 주한미군 고위 관료들이 “한국군과 함께 합동, 연합수준의 MD기구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한 ‘연합합동전역미사일작전기구(CJTMOC)’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기구의 활동을 본국에 보고한 데일 C. 에이크마이어 한미연합사 방공 및 미사일방어과장에 따르면 미국은 탄도미사일 위협 대처를 한미연합사의 중요한 연합교리로 보고, 한국에서의 MD 구축을 다른 지역의 모델로 삼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MD 구축 계획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기존의 미사일방어기구(BMDO)를 미사일방어국(MDA)으로 격상시켜 예산을 증액 할당하는 등 미사일방어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미국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한국의 MD 참여를 강요하였다. MDA가 후원하는 한반도 MD 구축을 위한 한미 양국 사이의 비공개회의가 매년 개최되었으며 지난 3월에도 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한국 정부가 MD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지난 5일에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지명자가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군사적 억지와 관련, 미사일방어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이번 합참의 발표는 미국의 MD 추진 압력에 굴종한 결과이자 정부가 이미 국민들을 속이고 암암리에 MD에 참여해온 것을 은폐한 채 미국의 동북아 MD의 하위체계로 편재될 것임을 공공연히 밝힌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의 MD 참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동되어 대미종속을 심화시키고 남북관계 뿐 아니라 대중국 관계 등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을 촉발시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선제공격을 포함한 호전적인 반확산 전략과 맞물려 있는 미국의 MD체계에 참여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미국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종속성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는 작전통제권 환수와 정면에서 배치되는 것이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결정적 걸림돌로 된다.
현재 한반도 상공의 탄도. 유도탄 방어작전은 명목상 한미 연합사령부 몫이지만 실제로는 주한미군 단독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군은 오산에 있는 공군구성군사령부의 '방공. 미사일 방어반'(AMD Cell)을 통해 한반도 전구(戰區) 내에서 탄도탄 방어 계획, 지시, 통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AMD Cell은 탄도탄 작전에 필요한 지침과 목표를 설정하고 주한미군의 모든 패트리어트 부대의 배치, 이동, 임무 변경 권한을 가지고 있다. 평시에는 소수의 인원으로 편성되어 있다가 유사시 미국 유도탄사령부에서 인력이 증파돼 작전을 펼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국군도 유사시에 패트리어트 부대를 지원하게 된다. 이는 주한미군이 작계 5027에 의거하여 서산, 광주, 김해 등의 우리 공군기지에서 패트리어트 대대의 훈련에 나서도록 한, ‘한국 공군과 주한 미 8군 간의 한국 공군 기지내 패트리어트 전개 훈련에 관한 합의서(2000.1.14)’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이 같은 MD체계가 북과의 첨예한 긴장을 초래할 것임은 명확하다. 북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한반도 MD 체계 구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미간 대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미국의 MD 구축은 자국만이 선제 핵공격 능력을 갖겠다는 세계유일 패권 전략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것으로, 우주까지 군사적으로 선점함으로써 지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고 정치, 경제, 군사적 측면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은 물론, 중국의 핵과 미사일을 견제하기 위해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상대방의 미사일을 아예 발사 이전에 요격할 수 있는 항공기탑재레이저(ABL) 등을 한반도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요격미사일 체계 외에도 미사일의 발사 감지 및 추적․식별 등 기능을 담당하는 고성능 레이더 건설 후보 지역의 하나로 한국이 거론되고 탄두 식별 기능을 갖춘 첨단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MD 전략의 중추기지로 삼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백km 거리에서 탄도탄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레이더를 해외기술 도입 방식으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합참의 이번 발표는 이 같은 미국의 의도가 관철되고 있는 또 하나의 징표일 뿐이다.
이는 최악의 경우 한반도 상공에서 중국이나 북의 미사일을 겨냥한 주한미군 및 한국군의 요격체계가 가동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여기에 최근 일본이 미국 등 제3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향으로 MD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은 한반도가 미국의 동북아 전쟁터가 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하는 소름끼치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군 당국과 정부가 한반도를 동북아의 화약고, 전쟁터로 만들 심산이 아니라면 이번 ‘한국식 MD 구축’ 발표는 즉각 철회해야 하며 MD 무기체계 도입 및 기지건설 사업 역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북 핵이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처, 동북아에서의 군사균형은 미, 일과 함께 MD와 같은 파괴력을 가진 군사력 증강에 동참하거나 같이 나선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군축만이 미국에 의해 촉발되고 있는 강대국들의 군비경쟁 속에서 우리 민족이 평화와 통일을 이루고 번영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한국에서의 MD 추진이 초래할 엄중한 결과에 대해 우리 군 당국과 정부가 숙고할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경고한다.
군 당국과 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MD 구축 동참 입장을 철회하고 관련 무기체계 도입 및 건설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2006년 12월 2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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