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1] [군축] [퍼옴] 한반도 군축의 가능조건
평통사
view : 1389
이 글은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논문 [한반도 평화군축의 과제와 방향]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군축이 실제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군축에 유리한 대내외적인 환경을 만들어 가고, 아울러 군축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과 장애요인들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군축을 가능케 하기 위한 대내외적인 조건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가능조건들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다. 하나는 주변정세와 주변국들과의 관계 그리고 국제적인 군축조약들과의 관계와 같은 대외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한의 내부적인 변수들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 측면이다.
1. 대외적 측면
1) 대미 군사적 의존성의 극복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취하고 있는 정책 및 전략이 결코 군축지향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이 미국의 정책 및 전략의 틀 속에 편입되어 있는 한, 남북한 군축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군축은 상당부분 한국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성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은 1995년에 발표된 [동아시아전략보고서](EASR)를 통해, 한국의 지상군 위주 개편과 해공군력의 미국 의존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군 지상전력의 강화와 공격용 무기의 보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같은 지상전력과 공격용 무기들은 남북 군축시 1차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 군축을 어렵게하고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케 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한반도에서 군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 및 전략틀에서 벗어나고,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성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한국의 안보정책과 관련해 두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미국에 대한 안보적 군사적 의존성 내지는 종속성을 극복하고 안보관계를 다변화 균형화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미 안보관계를 재정립하고, 주변의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안보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북아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와 같은 다자안보기구의 설치를 통해 동북아의 안보질서를 다자화 다변화하는 것이다.
2) 북한의 대미 군사적 위협감 해소
북한을 군축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븍한으로 하여금 군축을 통해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북한이 느끼고 있는 군사적 위협은 남한군사력으로부터 제기되는 위협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제기되는 군사적 위협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과 상호 군축협상에 임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으로 제기되는 군사적 위협을 해소 시켜 주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제기되는 군사적 위협은 두가지 면에서 제기되어 왔다. 하나는 미국의 핵위협이며,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으로부터 제기되는 위협이다. 그런데 미국으로부터의 핵위협은 남한내에 배치되었던 미국 전술핵무기의 철수와 1994년 10월 북미간에 체결된 [북미기본합의문]을 통해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 및 사용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보보장'(NSA: 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받아냄으로써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남한내에 주둔하고 있는 3만6천명가량의 주한미군으로 제기되는 위협이다. 이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북한의 정책 목표는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 보다는 "자신에 위협적이지 않은 주한미군"으로 주한미군의 성격을 변화시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한은 세가지 점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주한미군전력의 일부 감축과 주한미군의 후방철수이며, 다른 하나는 UN사령부의 해체이며, 또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상설적인 군사채널 확보이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미국의 입장 및 정책 방향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상호 타협과 묵인을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유연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군축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부분적 단계적 감축에 동의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형식 뿐인 유엔사의 존속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유엔사 해체를 과감히 수용하여 주한미군의 법적 성격과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3) 대외적인 군사적 위협의 극복
주변국들로부터 제기되는 대외적인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되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전제될 때 남북의 상호군축은 보다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남북의 군축이 한반도의 안전을 저해하고 한민족 전체의 생존권 보장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의 군축은 주변의 잠재적 적국로부터 제기되는 군사적 위협의 극복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제기한다. 첫째, 주변국들로부터 제기되는 한반도에 대한 안보 위협을 감소시키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주변강대국들의 보장과 지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주변국들의 한반도에 대한 무력개입의 가능성을 방지하며, 특히 통일과정에서 주변국들의 방해나 무력개입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통일후 "통일코리아"의 입장에서 적정 수준의 군사력을 유지하케 함으로써 안보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넷째, 주변 핵보유국들로부터 한반도비핵화 상태에 대한 실질적인 존중과 보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한반도내의 군축이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균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이같은 과제들은 동북아에도 유럽의 [유럽재래식군비감축조약](CFE Treaty: Treaty on Conventional Armed Forces in Europe)과 같은 지역차원의 군축이 행해져야 하며, 아울러 한반도비핵화를 지역 차원의 동북아비핵지대로 확대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들을 다시 제기하는 것이다.
2. 대내적 측면
1) 공세적 안보정책 및 군사전략의 방어적 성격으로 전환
한반도의 군축은 남북 모두 현재의 공세적인 안보정책 및 군사전략을 방어적 성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가능조건으로 한다. 남북한이 지금과 같이 '억지론'과 '공세적 전략'을 기초하고 있는 한, 남북간의 첨예한 군사적 대립과 군비경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대안적인 정책 및 전략으로서 [헬싱키선언] 이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한 유럽에서 다자안보협력의 이론적 배경이 된 '협력안보론'(cooperative security)과 [유럽재래식군축조약](CFE)의 전략적인 배경 역할을 한 '비공세적 방어'(non-offensive defense)전략에 대한 한반도 적용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억지론에 대한 대안으로서 모색되어 온 협력안보론은 어떤 국가도 더 이상 안보를 상대방의 희생을 통해 추구할 수 없으며 단지 협력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비제로섬'(non-zero-sum) 논리에 기초한 협력안보론은 군사력에 의한 억지에 의존하기 보다는, 상호간 군비에 대한 통제 및 감축을 통해 무력사용이나 사용위협에 직면하지 않도록 안보상 보장을 확보하는 '재보장'(reassurance)에 의존한다.
협력안보론은 한반도에서 군축을 가능케 하는 군사안보정책의 이론적 배경으로서 고려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협력안보론에 입각한 남북한 군사안보정책의 재정립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반도 군축의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첫째, 보다 방어적인 군사전략과 군사태세로의 전환을 가능케해 한반도에서 군비의 안정화와 군축의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즉, 대규모 군사력의 필요성과 지상군비에 대한 의존성을 약화시킬 것이다. 둘째, '안보의 상호의존성'과 '상호생존'에 대한 인식에 기초한 협력안보론은 남북한간의 극단적인 대결과 불신구조를 완화시켜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데 이바지 한다. 셋째, 예상되는 한미군사동맹관계의 약화 및 성격 변화에 따른 대북 억지력 약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군사전략체제에의 종속에서 탈피해 한국의 독자적인 안보정책 수립을 가능게 할 것이다. 넷째, 협력안보론은 대주변국 안보정책과 통일을 대비한 안보정책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해 준다. 이는 기존의 대북 위주 안보에서 대주변국 전방위 안보로의 전환을 통한 미래지향적 안보정책으로의 재정립과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적정군사력 유지의 정책적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남북 각기 '공지전 교리'와 '전격전'에 기초한 기존의 공세적 전략에 대한 대안적 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세적 전략에 대안 대안으로 유럽에서 모색돼 온 것이 바로 '비공세적 방어'(non-offensive defense) 개념이다. 1950년대 독일의 통일과 재무장에 대한 논란 속에서 잉태된 '비공세적 방어' 개념은 1986년 고르바초프에 의해 '방어적 방어'(defensive defense)라는 용어로 구소련의 전략개념으로 채택되면서 공식적으로 현실화 되엇으며, 1989년 1월 10일 [유럽재래식군축감축](CFE) 협상을 위한 [기조합의서]에 등장하면서 유럽재래식군축의 이론적 배경이 된 바 있다.
'비공세적 방어'는 전체적으로 공격에는 충분치 않으나 방어에는 충분히 신뢰할만한 능력을 보유한 군사전략(military strategy) 및 군사태세(military posture)를 의미한다. 이것은 상호 방어적 우월성과 방어적 잇점의 논리에 기초하여 군사전략 및 군사태세의 방어지향적 재편을 추구한다. 즉, 공격적 능력을 제거하거나 최소화시키고 반면에 방어적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한반도 군축의 실행이 현재의 공세적 전략과 군사태세의 방어적 성격으로의 전환을 조건으로 할 때, '비공세적 방어' 개념의 한반도 적용은 매우 큰 논리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현 한반도 상황은 '비공세적 방어' 개념의 탄생을 가져왔던 1989년 이전의 유럽상황과 매우 유사함이 지적되고 있다. 즉, 양측이 어느정도 균형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명확한 전선이 존재하며, 상호 기습공격과 대규모공격에 대한 공포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2) 군부반발 억제
군축은 군장성 및 고급장교들의 대규모 감축을 포함한 군에 대한 대폭적인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군부의 영향력 감소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 군부의 반발과 저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남북한 정권이 군부의 반발을 어떻게 잘 무마하고 억제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군축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군부의 반발을 억제하면서 군축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남북 양 정권의 안정화이다. 남북의 김대중정권과 김정일정권의 안정화는 군부에 대한 장악력과 통제력을 높임으로써 군부의 반발을 억제하고 군축을 가능케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소수 여당의 취약한 권력 기반에 의존하고 있는 김대중정권의 입장에서, 대규모 군사비 삭감과 과감한 군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또한 북한에서 김정일정권의 약화와 혼란은 오히려 군부의 입지와 영향력 강화로 이어져 군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김일성주석 사망 이후 김정일 만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군부를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 앞으로 북한에 등장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남북한의 군축 협상과 실행을 위해서는, 남쪽에서는 김대중정권의 안정화와 더불어 북쪽에서 김정일정권의 안정화를 조건으로 한다. 또한 김정일정권하에서 북한과 군축협상을 서들러야 한다. 김정일 이후에 북한의 정권은 집단지도체제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될 경우 군부는 권력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어 군축은 사실상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 모두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하고 발언권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남한내에서 군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는 군부와 수구세력들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개혁세력을 육성하고 참신한 인물들을 등용해야 한다. 또한 북한내에서 강경파를 대표하는 군부의 영향력을 감소 시키고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고려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보다 유연하고 광범위한 대북포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3) 반대여론 극복
군축에 호의적이지 못한 국민 여론과 언론을 설득하고, 또한 사회적 냉전기류에 기생하는 수구세력들의 반발 극복하는 것 역시 군축을 위한 조건이다. 국민여론의 지지와 언론의 지원 없이 군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냉전의식과 냉전적인 안보관에 사로잡혀 있어 냉전에 비우호적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군축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대대적인 평화군축운동이 필요하다.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평화군축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나, 좀더 조직화되고 이론적인 무장화를 통해 국민들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어느 때 보다도 국민들을 설득하고 군축에 호의적인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3. 남북관계 측면
1) 남북간 상호 신뢰감 조성
군축협상을 위한 출발점은 무엇 보다도 상호 신뢰감의 조성이다. 특히 지금처럼 남북간에 깊은 불신과 적대감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신뢰감 회복이 급선무이다. 이같은 신뢰감 조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세가지 조치들이 필요하다.
첫째,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남북의 정상이 분단이래 최초로 서로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김영삼정부이래 남북간에 깊어진 불신의 골을 매우고 남북간의 신뢰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간의 빅딜(Big deal)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기본틀을 마련하고, 현안문제들에 대한 대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남북간 다방면에 걸친 교류협력의 확대와 활성화는 상호 신뢰감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남북간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정경분리원칙을 적용하고, 또 다방면에 걸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남북 당국의 의지가 필요하다.
셋째,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실행할 수 잇는 몇가지 군축조치들을 시행한다면, 대북 신뢰감 조성과 남북 상호군축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인 군축조치로는 국방비의 삭감, 공격용 무기의 도입 중단, 10만명의 병력 감축 단행, 주한미군의 부분적 단계 감축 동의 등이 고려될 수 있다.
2) 상호체제 보장
군축은 상호 체제유지의 보장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문제이다. 특히 현실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전이 보장되야만 북한을 군축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최대 목표는 체제의 생존이며, 그 길은 바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북한체제의 생존을 보장 받는 것이다. 즉, 북한의 대미정책 목표는 "자신에 적대적이지 않은 미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미관계에서 두가지를 달성해야 한다. 하나는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법적인 측면에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과 수교 등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북한체제의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우선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는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은 남북한 당사자론을 주장해 온데 비해, 북한은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의 당사자임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 받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 다. 결국 이 문제를 푸는 길은 남북한간 협정과 북미간의 협정, 즉 두개의 협정을 동시에 체결하는 것이다. 남북간의 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의 성격을 지니며 남북한이 서명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형태이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과 미국간에 협정을 체결하며, 이 협정은 북미관계의 기본틀을 규정하는 성격을 지니며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을 내용에 포함시키면 될 것이다.
한편 북미간의 관계개선은 제네바에서 1994년에 체결된 [북미기본합의문]상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미국과 북한은 아무리 늦어도 경수로가 완공되는 2003년까지는 대사금 수교를 하기로 합의 한 바 있다. 그동안 남한 정부는 남북관계와의 이른바 '조화와 병행의 원칙'을 내세워, 사실상 북미관계 개선을 방해해 왔으며, 이것은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거부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북미관계를 풀어 주는 것이야말로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이자 실마리이다.
3)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로의 복귀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불가침' 부분,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제12조는 남북간의 군축을 실천적 과제로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로의 복귀는 바로 남북간에 군축을 위한 협상과 실행의 출발점을 의미한다.
남북은 이미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군축문제를 논의하고 실행한다는데 합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축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도 대체적인 합의를 이루어 놓고 있다. 더욱이 군축문제를 협의하고 추진하며 검증업무를 담당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까지 설치된 상태이다.
역으로, 남북간 군축의 제안은 사문화돼 있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복원시키고, 한반도문제 협상구도의 중심축을 현재의 북미 축에서 남북 축으로 바뀌어 놓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상은 한국이 배제된 채 [북미기본합의문]의 틀과 내용에 따라 북미간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나,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를 복원시키고 중심축을 남북관계로 옮겨가기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한국이 한반도문제 협상구도에서 주도권을 잡고 남북관계를 중심축으로 복원하고,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로 복원하기 위한 방책은 군축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군축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재가동될 수 있다면 이는 [남북기본합의서] 체제 복원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글은 평화네트워크에서 퍼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