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9/12/23][기고] 국방비 더 타내려는게 아니라면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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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 || [기고] 국방비 더 타내려는 게 아니라면 / 오혜란
 
 2009.12.06 (일) 오후 9:45
국방부가 51만7000명으로 연차적으로 줄이기로 한 병력감축을 늦추고, 18개월(육군 기준)로 줄이기로 한 의무병 복무기간도 21~22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0년 국방예산이 국방부 요구(7.9%)에 비해 적게 올라(3.8%) 전력증강과 간부인력 확보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국방부는 “선 전력증강, 후 병력감축”을 외쳐왔다. 그런데 국방예산 부족으로 전력증강이 지체되니 병력감축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 국방예산에서 병력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8%다. 이처럼 ‘예산 잡아먹는 하마’ 같은 대병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첨단전력 구축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들처럼 ‘선 병력감축, 후 전력화’가 바람직한 방향이며 적어도 양자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러시아·일본·중국·대만 등 주요 국가들은 냉전 해소를 계기로 병력 규모를 40~50%씩 감축했다. 우리 군도 병력 규모를 30만명 안팎으로 감축해야 한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나아가는 정세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또, 국방예산이 모자라 장기복무가 가능한 간부인력을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현역소요가 증가하는데, 출산율 저하로 이를 충당할 수 없으므로 불가피하게 복무기간을 애초 계획보다 연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군은 병력 및 장교 대비 장성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법적 근거도 없는 정원 외 장교인력까지 운용하고 있다. 또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의무병은 36%를 감축하는 반면 장교는 거의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국방부가 장성 인건비의 3분의 1~8.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부사관이나 유급지원병 인건비가 부족하니 의무병 복무기간을 다시 늘리겠단다. 이는 국민에게는 부담을 가중시키고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고급장교 ‘철밥통’은 깨지 않겠다는 군의 이기주의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병역자원 부족’ 주장은 국방부가 국방예산 소폭 증액을 빌미로 병력 수 감축을 늦추려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국방부 스스로 여러 차례 밝혀왔듯이 병력수를 50만 규모로 줄이면서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출산율 저하에도 불구하고 병역자원은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병역자원 부족 논란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병력수를 획기적으로 감축하여 병역소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국방부는 또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 병사들의 전투·기술 및 장비 숙련도가 떨어져 전투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한다. 그런데 이는 복무기간 단축 결정 때 이미 검토된 문제로서 국방부가 이제 와서 ‘전투력 저하’ 운운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일 뿐이다. 또 징병제를 시행하는 76개 나라 중 36개 나라가 복무기간을 18개월 이하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적절한 교육·훈련제도 등을 통해 숙련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무기간을 단축하면 전투력이 저하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국방부의 병력감축·복무기간 단축 후퇴 주장은 국방비 소폭 증액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보인다. 즉, 국방부는 정치권과 국민에게 국방비를 늘려주든지 병력감축·복무기간 단축 후퇴를 감수하든지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방부가 병력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문제를 볼모로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반개혁적이고 이기주의적인 행태다.
국방부는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복무기간 재연장과 병력감축 후퇴 기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군 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획기적인 국방예산 삭감과 병력감축을 포함한 진정한 국방개혁에 나서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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