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0/03/30][99차 평화군축집회]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확산탄을 폐기하고 확산탄금지조약에 가입하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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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 보내는 요구서한>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확산탄을 폐기하고,
확산탄금지조약에 즉각 가입하라!


오는 200년 8월 1일 비인도적 무차별 살상무기인 확산탄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전세계 10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정식 발효되게 됩니다.
큰 폭탄 안에 수십~수백 개의 작은 폭탄이 내장되어 있다가 공중에서 흩뿌려져 광범위한 면적을 초토화시키는 확산탄은 1960~7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1억톤 이상을 쏟아 부으면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1년 걸프전, 1999년 코소보 사태, 2001년 아프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그리고 최근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대량 사용되어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많은 민간인에게 끔찍한 재앙이 되어 왔습니다. 5~40%에 이르는 예측불가능한 불발탄은 곧 지뢰화되어 어린이와 민간인을 노리는 무기로 변해 지금까지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폭탄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사지가 잘려나가는 고통을 겪었으며 지금도 전 세계 4억 명의 인구가 이 비열하고 통제 불가능한 무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확산탄금지조약은 1997년에 체결된 대인지뢰금지조약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무장해제조약으로 평가되며 인류 인권역사의 중대한 진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례로 대인지뢰금지조약의 경우, 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1년에 2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뢰에 의해 죽거나 다쳤으나 조약이 발효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지뢰에 의한 사상자는 5,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부끄럽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확산탄의 생산국이자 수출국입니다. 지난 2008년 3월, 확산탄금지조약 체결을 위해 세계 인권활동가들이 막바지 노력을 기울일 때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풍산과 한화는 파키스탄에 대량의 확산탄을 팔아먹고 있었습니다. 특히 풍산이 수출한 155밀리 DP-ICM탄(이중목적개량고폭탄)은 확산탄금지조약 체결 운동의 발원이 되었던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레바논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 투하하였던 것과 같은 종류의 확산탄으로 확인돼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경악시켰습니다. 이 두 기업은 현재 세계 인권단체의 요주의 대상 기업으로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올렸고, 비윤리적인 사업행위로 이윤을 얻는 기업에게는 투자를 금하고 있는 노르웨이연금펀드의 투자 금지 대상 기업으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특수한 군사·안보적 상황이라는 궁색한 이유를 들어 이 조약에의 가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수한 군사안보적 상황’의 이면에는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의한 압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둘도 없는 우방이라는 미국은 이 조약의 탄생과정에서 철저히 방해자로서의 존재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세계 최대의 확산탄 보유국이자 사용국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확산탄 주요 피해국에 대해 미국은 전투지역, 민간인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탄을 대량 투하하였고,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때는 이스라엘에 집중적으로 확산탄을 제공하여 국제사회의 커다란 비난에 직면하였습니다. 이런 미국에게는 한반도 역시 주요 확산탄 사용 대상 지역입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이 생산하는 모든 종류의 확산탄을 수입하는 국가라는 점, 미군 훈련시 확산탄 투하 훈련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 미국의 대한반도 전쟁예비물자로 8469발의 확산탄을 저장해두고 있는 점 등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전쟁예비물자로 한국에 비축중인 확산탄과 지뢰의 경우 한국이 계속 보관을 요청했다고는 하나 한미 간의 협정에 의해 한국군의 전시예비탄약의 비축량과 종류를 미국이 결정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강요된 요청’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우리나라의 탄약에 관한 주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반인륜적인 군사전략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한국에 확산탄과 지뢰를 비축해두고 있는 것은 한국이 확산탄금지조약에 참여하려 하여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헌법상 규정된 국제조약에의 가입권을 유린하는 중대한 주권의 침해에 해당합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차원의 국제지뢰 제거활동 지원을 위해 2006년 5만 달러, 2007년 이라크 지뢰제거에 1백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습니다. 반면 확산탄을 계속 생산·수출하도록 하고 미군 소유의 지뢰와 확산탄을 우리 부담으로 계속 저장해 주면서 확산탄금지조약 가입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시 정권도 2004년에 시한장치가 없는 지뢰를 2010년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도 한국은 예외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태도는 한미당국의 대북 적대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지뢰보다도 공격성이 강하고 무차별적인 확산탄을 ‘대북 억지력 유지’라는 명분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북에 대한 무차별 살상을 전제하는 비인도적이고 반민족적인 태도입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한반도 정세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방부와 이명박 정부이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영국도 조약에 참여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 역시 확산탄금지조약에 가입하고 저장 중인 확산탄의 폐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아무리 강대국인 미국이 반대한다 해도 보편타당성에 근거한 세계인의 인도주의적 요구는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주무부서인 국방부와 이명박 정부는 한국민과 세계인의 염원을 받아들여 비축중인 확산탄을 모두 폐기하고 확산탄금지조약에 즉시 가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2010. 3. 30.

제99차 평화군축집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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