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0/12/07] [공개서한] 연평도 포격을 빌미삼은 국방비 증액은 국방예산의 낭비성과 비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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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국방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드리는 공개서한 -
연평도 포격을 빌미삼은 국방비 증액은
국방예산의 낭비성과 비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2011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은 올해 29조 5,627억원 보다 5.8%증액된 31조 2,795억원에 이릅니다. 이는 올해 국방예산 증가폭(3.6%)이나 내년도 정부의 전체 예산증가율(5.2%)을 훨씬 웃도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방부는 서북도서 전력보강 긴급 소요분으로 모두 4,556억원의 예산(2011년도 예산 반영분은 3,123억원)을 증액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의 요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전액 삭감돼야 합니다.
첫째, 국방비가 남아돌고 있는데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습니다.
2009년도 국방예산 결산 심사에 따르면 예산 과다 편성, 집행부진 등의 사유로 쓰지 않거나 다음해로 이월된 국방예산은 무려 1조 2천억원에 이릅니다. 이는 국방예산의 낭비성과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2010년도 결산과 2011년도 예산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2011년도 국방예산 중 국회예산정책처가 제기한 문제는 집행실적 부진사업 8건을 비롯하여 무려 54건의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수석전문위원 역시 국방 인건비, 육군 GOP, 다목적 상용승합차 구입 예산의 과다 편성 문제를 비롯하여 총 69건의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방예산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낭비가 심하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긴급소요를 내세워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은 현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잘못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군사적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사업에 국민혈세를 쏟아 부을 수는 없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서해도서 전력 증강계획안에 따라 3,123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하면서도 ‘서북도서 전력이 얼마나 증강되고 북한 해안포를 어떻게 무력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는 서북도서 전력 증강계획이 치밀한 사전 타당성 조사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이는 군 상층부가 국방예산(국민혈세)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고가 결여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백번 양보하여 서해도서 전력 증강 계획의 타당성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국방예산에 포함된 낭비성/선심성예산, 탈법적 예산, 반인도적이며 반평적 예산을 삭감한다면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고도 소요비용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국방예산 가운데에는 군 골프장 건설(223억원)을 비롯한 낭비성예산,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시설개선비(2,583억원) 등 탈법성 예산, 확산탄(750억원)과 대인지뢰(38억원) 등 반인도적 무기 도입 예산은 총 43개 사업, 3조 8,338억원에 달합니다.(국회예결위원회에 드리는 2011년도 국방예산(안)에 대한 평통사 의견서, 2010. 11. 24)
그런데도 국방부가 국방예산을 감액조정하지 않고 오로지 증액조정만을 요구한 것은 국민부담은 안중에도 없이 현 상황을 악용한 ‘제몫 챙기기’ 식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드러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정부 정책의 실패를 국방비 증액으로 덮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근원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남북이 합의한 경계선이 아닌데도 정부는 그간 힘(군사력)으로 이를 강제해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화와 협상은 배제한 채 군사적 우위에 기초해 북의 굴복을 강요하는 정책이 연평도 사태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사적 대결 일변도의 정책은 서해 군사적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으며 남북이 함께 합의할 수 있는 서해해상경계선을 확정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만이 올바른 해결책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서해도서 전력 증강계획 및 이를 위한 국방비 증액은 명백히 실패가 입증된 대북 정책을 더욱 극단적 형태로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결코 허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서해도서 전력증강계획은 연평도를 대북 방어에서 공격기지로 삼으려는 도발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전면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대북 보복응징을 위한 무력 증강은 연평도 피해주민들의 요구와도 역행하는 일입니다. 연평도 주민들은 “남들은 북한을 응징해야하고 국방비를 더 써야 한다고 하나 그건 우리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막상 당하는 주민들한테 강력한 대응이 다 무슨 소용이냐…몇 년 전 만 해도 연평도에 해상자유공원을 만들겠다는 등 서해 5도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이런 계획들이 전부 백지화되더니 결국은 이런 일까지 터지고 말았다.”며 대북 강경책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방부의 예산증액요구는 정부 정책의 실패를 국방예산 부족 또는 국무기체계의 문제로 호도하는 것으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국방예산 효율화에도 전면 역행하며 군사적 타당성도 의심스러운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엄정한 예산 심의를 통해 서북도서 전력 보강계획에 따른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물론 2011년 국방예산(안)에 포함된 낭비성/선심성 예산, 탈법적 예산 비인도적/반평화적 예산을 대폭 삭감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2010년 11월 30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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