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0/12/07] [성명서] 국방부의 무분별한 국방예산 증액 편성을 졸속심사로 의결한 국회 국방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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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무분별한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편성을
졸속 심사로 의결함으로써 예산심의권을
스스로 포기한 국회 국방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11월 30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정부가 애초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 31조 2,795억 원(일반회계)보다 7,332억 원을 증액한 국방예산을 의결했다. 이는 올해 29조 5,627억 원(일반회계)과 비교하면 무려 8.3%가 늘어난 것이다.   
애초 국회에 제출된 2011년도 국방예산(안)은 타당성이 결여되고 사업계획이 부실하고 법적 근거가 없고 과도하게 책정되고 예산집행률이 30%가 채 안 되는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허다하게 포함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국방위에 몇 차례에 걸쳐 예산편성의 최소한의 요건마저 갖추지 못한 43개 사업을 최우선삭감 대상으로 제시하고 그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내년도 국방예산(안) 편성이 갖는 이런 심각한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지적에 그쳤던 것이 아니며 국회 국방위 수석전문위원의 2011년도 국방예산 검토보고서와 국회예산정책처의 부처별 2011년도 예산 중점 분석도 같이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방위는 국민의 소리는 물론 국회 자신의 의견마저도 묵살한 채 졸속심사로 일관하여 정부의 주먹구구식 국방예산(안) 편성을 방조하고 말았다.
나아가서 국방위원회는 국방부가 서북도서 긴급전력 보강 명목으로 추가로 제출한 3,005억 원에 대해서도 그 타당성과 적법성, 효율성 등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채 그대로 의결함으로써 엄정한 심사를 통해서 국민 부담을 덜어주고 재정낭비를 막는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포기하고 시류에 편승하기에 급급해 하는 인기영합적 행태를 드러냈다.
이에 우리는 국방위의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의결의 부당성을 다음과 같이 밝히며 앞으로 예결위 등의 국회일정을 통해서라도 2011년도 국방예산(안)을 엄정히 심사하여 예산 편성 원칙에 위배되고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국방예산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예산 증액을 의결한 것은 국방위의 예산심의가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으며 국민의 부담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도 국방예산 결산 심사에 따르면 이월, 불용된 액수는 1조 2천억 원에 이른다. 쓰임새보다 과다하게 예산을 편성하거나 집행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편성했기 때문이다. 2011년도 예산도 마찬가지다. 2011년도 국방 인건비는 8조 8,556억원이 편성되어 있다. 불용이 예상되는 액수만 855억 원이나 된다. 또 2011년 국방예산에 편성된 사업으로 2010년에 예산의 집행실적이 10%에도 못 미치는 사업은 방위력개선 분야만 해도 총 35개 사업, 6,257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글로벌호크, K-2전차 등 25개 사업은 2010년도 예산 집행률이 10% 미만으로 극히 부진한데도 2011년 예산을 크게 증액 편성했다. 집행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예산을 많이 따내고 보자는 식의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국방부 관료들의 행태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다.  
둘째, 서북5도의 긴급 보완 전력을 명목으로 한 국방비 증액 의결도 전혀 타당성이 없다. 왜냐하면 설사 어떤 긴급한 이유로 전력보완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국방예산을 증액해야 할 이유로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 2011년도 국방예산(안)을 보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함으로써 얼마든지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고 전력보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2011년도 국방예산(안)을 보면 사업계획 자체가 부실해서 당장 집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들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군 골프장 건설(223억원)사업 등은 전혀 시급하지 않은 불요불급한 사업들이다. 또 2011년도 신규 사업 중에서 방위사업법에 규정된 사전 절차(선행연구, 사업추진 기본전략, 법률적 검토 등)를 밟지 않아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국회예산정책처가 밝힌 사업은 한국형 공격헬기 65억원, 연합군사정보유통체계 20억원, 울산급 Batch-Ⅱ(차기 호위함 사업) 312억원 등 모두 7개 사업 247억에 달한다.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시설개선비(2,583억원),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691억원)등은 예산편성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다. 이런 예산을 삭감한다면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고도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예산을 추가로 요구한 것은 국방비의 효율적 운용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는 것이다.
더욱이 연평도 포격 대응 예산을 긴급 증액하는 과정에서 연대급 이하 간부당직비 83억원, 한국국방연구원(KIDA) 직원 처우개선비 7억원, 중령급 단독 지위자 특정 업무비 14억원 등 국방비 절감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삭감 처리됐던 예산들이 대거 살아났다. 이는 군 기득권세력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안보상황을 제몫 챙기기를 위한 호재로 악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국회가 이런 국방부의 행태를 감시, 견제하기는커녕 이를 방조하는데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서북5도의 전력증강은 서해5도를 둘러싼 해상경계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기존 정책의 오류를 답습하고 더욱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한 국방비 증액은 타당성이 없다.
서해상에서 남북간 군사적 대치와 충돌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근본원인은 한반도가 아직도 정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과 북이 서로 적대관계를 지속하고 있는데 있다. 정전협정은 해상경계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못하고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미국은 제멋대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함으로써 서해를 분쟁수역으로 만들었다.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서해해상경계선은 이후 협의과제로 남겨져있다.
남과 북이 해상경계선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쪽은 NLL을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으로 간주하고 이를 힘의 우위를 통해서 기정사실화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을 배제한 군사적 우위와 압박을 통한 남쪽의 서해해상경계선의 해법은 서해상에서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와 빈번한 무력충돌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연평도 포격사태로까지 발전하였다. 서해5도의 무력 증강을 통해 힘으로 서해해상경계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기왕의 실패한 정책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으로 대결과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 연평도 주민과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치닫게 된 서해상 군사적 대치는 서해 해상 경계선 합의의 절박성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넷째, 서북5도의 전력증강은 군사적으로 보더라도 타당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한 국방예산 증액 의결은 정당성이 없다.
연평도 등 서북 5도는 그 면적을 다 합쳐봐야 울릉도 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으며 남쪽의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이다. 따라서 이 섬의 군사적 효용성은 제한된 군사력만이 주둔하여 방어 임무에 필요한 정찰, 감시 등의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치게 된다. 이 점에서 서북5도의 군전력과 군단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북쪽 서해안의 병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이를 단순 비교해 남쪽이 전력에서 열세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은 서해해상경계선 문제에 대한 타협을 배제한 국방부의 일방적인 대응에서 비롯된 문제를 마치 국방비의 문제인양 호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국방부의 ‘서해도서전력보강계획’에 따르면 서해 5도에 불필요한 사거리 200Km~300Km에 이르는 지대지 미사일은 물론 개발 단계에 있는 딜라일라 크루즈 지대지 미사일, 궤도형 탄약 운반차와 공군장비까지 긴급소요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런 서북5도의 전력증강은 단순히 방어개념을 뛰어넘어 북을 공격하기 위한 기지로 변화시키겠다는 발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공격적인 성격의 전력증강은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전면전의 위험성으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국방비 증액에 동의하는 국방위 위원과 언론에서도 즉흥적, 졸속적 사업계획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을 정도다. ‘서해도서전력보강계획’이 연평도 사건 이후 단 6일 만에 작성되고 국회 국방위는 보고 받은 지 하루 만에 증액예산안을 의결했다고 하니 국민혈세의 낭비도 불을 보듯 뻔하다. 사업 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전타당성 조사 및 재원에 대한 엄밀한 예측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어떤 위험과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군이 안보문제를 국방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의 호재로 삼는 기왕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반개혁적이고 호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기를, 군사적 억제(군사적인 압박과 봉쇄)로 일관해 온 그간의 대결적 대북정책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아울러 국회 또한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국방예산을 엄정히 심사하여 성역화 된 국방예산의 과도성과 비합리성을 시정시킴으로써 군이 더 이상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편향된 군사적 억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0년 12월 2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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