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3. 1. 9] [기고] 국방예산에 대한 국민감시 시급하다.(프레시안)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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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예산에 대한 국민감시 시급하다
 안보 앞세운 복지요구 억압 당장 중단해야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
 
 
국회가 2013년도 국방예산을 정부안보다 2898억 원 삭감한 것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복지를 위해 안보가 희생"됐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의 요구안 중에서 감액된 사업은 계약체결 지연(차기전투기, 해상작전헬기, 대형공격헬기)이나 입법 불비(상부구조개편 C4I 성능개량), 사업계획 불비 등 예산편성의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부 사업에 한정된 것이며 이는 복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또 국방예산은 전체로 보면 전년도에 비해 4.2%(1조 3879억 원)나 늘어났고 액수로 따지면 보건복지, 교육에 이어 세 번째 순위의 증가다. 그러면 왜 정부는 사실을 왜곡하면서 복지 때문에 국방비가 깎인 듯이 말하는 것인가? 이는 '안보'를 내세워, 최근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확인된 복지에 대한 사회의 강한 요구를 억압하고 나아가 새 정부의 복지확장에 대해서도 미리 견제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국방부 요구예산의 일부 삭감은 복지예산과의 경합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복지 때문에 안보가 희생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또 '안보 없이 복지 없다'는 주장은 군부가 '안보'를 앞세워 국민들의 민생과 복지 요구를 억압하려는 군사독재시절의 권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안보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방예산은 다른 정부부처의 예산과 똑같이 국민적·법적 통제의 대상이며 결코 성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군의 반발은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정당한 예산심의권 행사를 문제삼는 것이다. 이는 군이 국방예산에 대한 민주적·법적 통제를 거부하고 '안보'를 집단이기주의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이다.

▲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 ⓒ로이터=뉴시스

국방부의 반발은 국방예산 편성의 졸속성과 불법성, 국방예산의 방만함과 과도성, 국방예산 집행의 불투명성 등의 일단이 드러난 데 대한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가령 차기전투기사업(4678억 원)의 경우 도입대상 기종 중 하나인 미국의 F-35에 대해서는 실제 비행을 통한 시험평가 대신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는 등 노골적인 미국 봐주기로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남한의 항공전력이 북보다 우위(106 : 100으로 남한 우위, 한국국방연구원, <2003∼2004 동북아군사력>)에 있고 FA-50(도태전투기 대체)사업이나 KF-X(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차기전투기사업은 감액이 아니라 마땅히 폐기되어야 할 사업이다. 또 현무 2차 성능개량(2158억 원)사업은 대북 선제공격을 위한 무기고 미국 MD체계의 공격작전 역할을 맡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선행연구에 관한 방위사업청법 17조, 방위사업추진위의 의결에 관한 방위사업법 13조, 긴급전력 결정에 관한 '방위사업관리규정' 등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편성된 예산이다. 이런 사업 타당성도 없고 불법적으로 편성된 예산을 국회가 폐기시키지 못하고 감액처리에 그친 것은 봐주기 심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방비는 경제규모에 비춰 지나치게 커 복지나 교육 등 사회의 다른 분야를 크게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방비 부담률(GDP 대비 국방비 비중. 2010년 기준)은 한국이 2.52%로 글로벌 군사대국인 영국(2.57%)과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1.0%)은 물론 중국(1.3%)이나 대만(2.08%), 독일(1.34%)보다도 훨씬 높다. 반면 2009년 한국의 GDP 대비 복지 비중은 9.4%(2009)로 OECD 국가 중 꼴찌이며 OECD 평균 22.1%에 한참 뒤진다. 북의 국방비(2011년 9.2억 달러)가 우리 국방비(2011년 308억 달러)의 3.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국방비는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북한의 2011년 국방비는 SIPRI 2012년 연감에 따르면 900억원이며 이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2011년 원 달러환율 1달러=98.00원으로 계산하면 9.2억달러가 된다)

또 우리 국방예산은 각종 군납비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집행이 불투명하고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해 있다. 국방예산의 방만함과 비효율성의 본질적인 이유는 병력과 군조직이 방만하고 또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군이 문민통제에서 벗어나 성역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만한 군조직과 병력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역대 정권은 국방개혁을 시도했지만 이조차도 국방예산을 늘리는 명분으로 작용하였고 그나마 군부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아니면 용두사미로 그친 바 있다. 이명박 정권 때도 국방경영의 효율화를 통한 국방예산 절감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군의 반발로 구호로 그치고 말았다. 민생이 도탄에 빠져있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국방예산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대폭 삭감, 국방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획기적 강화가 필요하다. 국방예산의 성역화를 깨트리기 위한 국민감시운동과 국회의 철저한 예산심사가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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