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4. 1. 3] [오마이 기사] '63만 군인', 절반으로 줄여야 경쟁력 생긴다 / 박기학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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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만 군인', 절반으로 줄여야 경쟁력 생긴다
[주장] 정예군화 한다며 거꾸로 가는 2014년도 국방예산




▲ 사열하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9월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최종 리허설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사열하고 있다.


2014년도 국방예산이 1월 1일 국회를 통과해 35조7057억 원(일반회계)으로 확정됐다.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 즉, 병력운영비(인건비+급식비+피복비)가 약 14조8000억 원으로 41.4%를 차지한다. 시설과 장비를 유지보수하고 장병을 교육 훈련시키는 전력유지비가 29.1%, 각종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방위력개선비가 29.4%(10조5097억원)를 차지한다.

병력운영비 즉, 순전히 인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국방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기 때문에 장병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 가령 장병의 복지와 교육, 시설 및 장비의 정비와 현대화를 위한 투자재원은 원천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2014년 군인인건비(법정부담금 제외, 2014년 예산)는 8조6000억 원인데 이 중 장교인건비가 3조7000억 원으로 43.0%를 차지하고 부사관이 4조2000억 원으로 48.8%를 차지한다. 병은 군인의 69.3%(43만8000명)를 차지하지만 인건비는 7000억 원으로 8.1%를 차지하는 데 불과하다. 장교 인건비는 비중도 크지만 1인당 인건비(1년 5206만 원)가 병사(1년 161만 원)는 물론 부사관(1년 3685만 원)보다 커 인건비를 팽창 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연간유지비가 일반 장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고급장교(중령 이상으로 약 1만명)는 정원이 크게 부풀려져 있다. 한 예로 대령은 1993년 당시 1881명이 정원이었지만 무려 358명이나 초과된 2239명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국방부는 대령 정원을 1800명 선에서 동결하겠다고 1993년 7월 7일 공표했지만 2010년 현재 대령정원은 244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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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관급 장교 정원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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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준장 이상)도 1964년 정원이 251명이었는데 1980년대에 380명으로 늘었고 2000년대에는 460명으로까지 늘었다. 또 영관급의 진급적기경과자도 20∼30%에 이르는 등 고급장교는 인건비를 압박하는 최대요인이다.

역대 정권의 국방개혁 논의에서 언제나 병력감축과 군조직의 슬림화와 함께 고비용 인력인 고급장교의 감축이 핵심과제에 속하였다. 국방부는 2011년 3월 7일 '국방개혁307계획'을 발표하면서 장성 30명을 포함하여 간부(장교) 1000~1500명을 줄이면 매년 인건비를 1000억 원씩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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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장교(준위포함) 정원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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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기본계획(2012∼2030)은 장교정원을 2012년 7만2000명(예산편성상 정원은 7만1701명이나 국방부가 이를 반올림하여 7만2000명으로 표현)에서 2025년까지 7만 명으로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장교정원은 2011년 7만1440명에서 2014년 7만1847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리고 장교인건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151억 원이 늘어났다. 2014년에도 746억 원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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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장교인건비(예산)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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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증원은 2008년 국방예산안 심사 때(2007년 10∼12월) "2013년부터 장교를 2718명 감축하겠다"는 국방부의 대국회 보고나 "2013년부터 장교정원 감축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국회의 지적을 위배한 것이다. 국방부는 장성 정원을 2020년까지 15%(66명)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는데(<한국일보> 2011년 3월 9일자) 2007년 장성 정원이 442명이었고 2013년 장성정원이 441명이므로 6년 만에 겨우 1명이 준 셈이다. 하지만 올해 장성감축은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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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장성정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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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장교 감축' 약속과 달리 장교인건비 매년 평균 1151억 원 증가

국방부는 '군구조개편에 따른 간부 중심의 정예군화와 부대의 증창설을 위해서' 간부(장교와 부사관)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왜냐하면 군구조개편은 비대한 군의 몸집을 줄이고 고비용인력을 감축하여 국가재정에 대한 국방비 압박을 완화하려는 국방개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방개혁기본계획(2012〜2030)은 장교의 수는 줄이고 부사관은 3만5000명을 증원하여 2025년까지 간부(장교와 부사관) 비율을 29.4%(2012년 18만7000명)에서 42.5%(22만2000명)로 높여 간부 중심의 정예군구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국방비의 경직성을 도리어 악화시킴으로써 정예군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부사관 3만5000명을 증원할 경우 연간 추가되는 인건비는 2014년 인건비(급여)기준으로 연간 1조2898억 원이다. 반면 병사는 2012년 이후 2025년까지 대략 15만 명 감축된다고 보면 1년간 절약되는 인건비(상병기준 월 13만4600원)는 연 242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병만 감축하고 간부를 늘린다면 우리나라 재정은 이를 감당할 수 없으며 국방예산의 경직성만 더 심해질 뿐이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시작된 유럽이나 대만 등 외국의 국방개혁을 봐도 병력을 삭감하면서 간부 특히 고급장교도 함께 줄이지, 이를 늘리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국방비의 심한 경직적(비효율적) 구조는 한국군이 63만 명이라는 대병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5년까지 병력수를 52만2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 해도 여전히 병력집약적인 구조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조중연합군에 대항한 유엔군은 50만∼52만 명이었고 그 중 한국군이 23만∼25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군이 전시도 아닌 평시에 63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조중연합군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 유엔군의 수보다 더 많다.

정전 뒤 한국군의 병력 상한은 1954년 한미합의의사록에 72만 명으로 잠정적으로 정해지고 이어 두 차례의 감축을 통해 60만 명(1960년 한미 합의)으로 감축되었다. 그런데 이 60만명 규모는 한국군이 조중연합군을 상대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조중연합군을 상대하는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 되었고 군에서도 폐기되었다.

그런데도 60만 명이 넘는 대군을 유지하는 것은 전쟁의 목표와 군사전략이 대북 방어에서 대북 공격과 점령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군사전략은 이전 정부에서는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사상 처음으로 '적극적 억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되고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보다 더 공격성을 띤 '능동적·선제적 억지전략'과 '맞춤형 억제전략'으로 공식화되었다.

이런 공격적 군사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병력감축을 통한 '정예군화'를 내걸고 있음에도 병력의 대폭적인 감축은 시도되지 못하고 오히려 감축목표치가 애초 50만 명(2006년 '국방개혁2020')에서 51만7000명(국방개혁기본계획 2009)으로 다시 52만2000명(국방개혁기본개혁 2012〜2030)으로 후퇴되고 있다.

이처럼 대병력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데다 고비용의 간부는 증원하기 때문에 인건비의 절대적 비중은 줄일래야 줄일 수가 없다. 또 공격적 군사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매년 몇 조원대의 공격용 무기도입사업들이 각군별로 경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방비는 해마다 증가를 거듭하여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있다. OECD가 발표한 '중앙정부지출의 기능별구조'()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중앙정부 지출 가운데 국방비 비중은 OECD 평균이 5.9%인데 한국은 16.0%로 무려 세 배 가까이 높다.

국방예산의 비효율적 구조는 63만이라는 대병력 유지 때문

대만은 228만 명의 중국군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 병력은 2012년 현재 27만5000명으로 중국군의 10% 남짓이다. 대만도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한국군 못지 않게 50만 명에 가까운 대군(1996년 45만2000명)을 유지하였다. 대만은 전체병력을 2014년까지 21만5000명으로 줄이되 장교와 부사관 또한 각각 4만 명(현재 5만5000명)과 8만 명(현재 11만 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만이 이처럼 병력을 절반 이하로 대폭 감축하고 국방비도 GDP의 2.2%(2012년 기준) 수준으로까지 낮출 수 있었던 것은 군사전략의 변화가 뒷받침된 때문이다. 대만은 본토수복을 목표로 하는 '공세작전'전략을 1950년대 이래로 채택하였지만 1991년에 본토수복노선을 공식폐기한다. 이후 군사전략은 대만 본섬 방어를 목표로 하는 '수세방위' 전략으로 바뀌게 된다. 그와 함께 군전력 구조도 수세방위전략에 맞춰 대규모의 보병 위주에서 신속대응능력이 뛰어난 해·공군과 경량화된 지상기동부대를 주축으로 하는 구조로 재편하였다.

국방부는 간부 중심의 정예군을 표방하지만 52만2000명이라는 대군을 유지하면 간부 중심의 군대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 간부 중심의 군대로 일컬어지는 일본(22만8000명 중 간부 18만7000명으로 간부비율 82%)이나 독일(병력 20만2000명 중 간부 14만3000명으로 간부비율 71%), 프랑스(병력 22만2000명 중 간부 13만6000명으로 간부비율 61%)를 보면 간부의 비중이 최소 61∼82%를 차지한다(2012년 기준 통계).

이런 간부비율이 가능한 것은 전체 병력이 대략 20만∼24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0만 명이 넘는 대군을 유지하면서 간부를 60% 정도로 유지하려면 간부만 30만 명 가까이 운영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장병을 유지하는 데 거의 모든 국방비를 지출해도 부족하게 될 것이다.

국내외의 군사전문가들은 한국군이 30만 명 수준이면 자력으로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고 본다. 1950〜1960년대 한국군 감축을 둘러싼 미국 및 한국 정부 내 논전을 보면 한국 경제가 지탱할 수 있고 독자적인 대북 방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한결같이 25만 명 선이 제시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영토나 인구, 경제력 등이 비슷한 중진국들을 보면 많아야 30만 명 적으면 2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공격 및 점령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 군사전략은 평화통일을 규정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에도 위배된다. 병력을 30만 명 이하로 감축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공격적인 무기도입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국가재정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또 남북간 군비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주변국의 한국에 대한 경계심리를 완화하여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데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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