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핵전쟁 방지 넘어 평화 이루려면?
관리자
view : 1414
[인터뷰] 핵전쟁 방지 넘어 평화 이루려면?
지난 4일, 평통사 청년팀은 ‘핵전쟁 방지와 군비 경쟁 회피에 관한 5개 핵보유국 공동성명’에 대한 논평을 발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1/14) 이기은 평통사 청년활동가는 CPBC(가톨릭평화방송) 뉴스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기은 청년활동가는 이번 5개 핵보유국 공동성명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짚어 말했고, 무엇보다 "한국원폭피해자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남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평통사 등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핵무기금지조약 가입 촉구 국제서명운동'에 대한 관심도 환기했습니다.
[ 인터뷰 전문 ]
▷ 핵보유국 정상들이 핵전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낸 것, 이례적인 일로 보이는데요.
성명을 발표한 배경은 뭐라고 보세요?
▶ 현재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국제 정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중 대결도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정세를 반영하여 핵보유국들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죠. 이 성명을 이번 달로 예정돼 있었던 NPT재검토 회의 때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 공동성명에서 핵보유국의 책임을 강조했던데요. 이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 핵보유국이 핵전쟁과 핵군비경쟁을 방지하는 데 가장 우선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핵전쟁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고,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핵보유국들은 이번 성명에서 선언했습니다. 즉,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핵전쟁이 발생하면 자국을 포함해서 모든 문명과 지구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절멸을 가져오는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핵보유국들이 핵군축과 군비경쟁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공동성명이 안고 있는 모순과 한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요?
▶ 핵무기보유국들은 핵전쟁과 군비경쟁을 방지하겠다고 하면서도 핵무기가 방어적 목적에서는 사용될 수 있다는 모순적인 선언을 했습니다. 여전히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핵억제정책과 핵우산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죠. 하지만 핵억제정책은 군비경쟁을 지속시키고 인류가 핵위협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무차별적인 살상력을 가진 핵무기의 사용은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더라도 국제인도법의 주요 원칙을 위반하게 됩니다. 이 불법적인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핵보유국들의 핵억제정책과 핵우산이 폐기되어야만 진정으로 핵전쟁과 군비경쟁을 방지할 수 있고, '핵무기 없는 세계'로 향하는 길이 열립니다.
▷ 핵보유국 정상들이 천명한 선언 내용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구체적 행동이 뒤따라야 할 텐데, 핵보유국들이 과연 핵무장 강화 의지를 꺾을까요? 어떻게 내다보세요?
▶ 이번 선언이 말 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핵무기보유국들은 핵능력 강화하라고 할 수 있는 핵무기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핵보유국들이 실제로 안보정책에서 핵무기의 의존을 줄여나가면서 전면적인 핵군축에 나설 지는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핵군축과 핵무기 폐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인류의 확신이 되었다는 점에서 마냥 비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습니다. 작년도에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과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도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인류의 확신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죠.
▷ 핵보유국들은 물론이고 남북한과 일본도 TPNW라고 불리는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걸로 압니다. TPNW, 핵무기금지조약은 NPT라고 부르는 핵확산방지조약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 핵비확산조약인 NPT는 핵군축과 핵비확산 의무를 각 국가에게 부과해서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조약입니다. 하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은 핵군축 의무 이행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핵비확산조약의 핵군축 의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시한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염원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 국제시민사회단체와 비핵국가들이 함께 핵무기금지조약을 고안했습니다. 작년 1월에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사용 또는 위협을 금지한 최초의 조약입니다. 핵비확산조약은 핵무기의 사용 또는 위협을 금지하는 데에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핵무기의 사용 또는 위협의 금지는 핵무기 제거를 촉진시키는 근본적인 역할을 하기에 매우 중요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핵무기보유국가는 물론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일본과 한국 또한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진정으로 핵전쟁과 군비경쟁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국가가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해야만 합니다.
▷ 핵전쟁 방지를 넘어 핵무기 확산을 막고 평화를 이루려면 각 국 정부와 시민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핵무기 없는 세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한국정부의 태도를 보다 강조할 수 밖에 없는데요. 한국정부는 한국원폭피해자들이 75년 넘게 핵피해의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고, 판문점/평양선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 했으면서도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평통사 등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국제 서명을 통해 한국과 모든 나라의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분들이 국제서명에 함께 동참하여 핵무기 없는 세상을 여는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촉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