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방예산 문제점 6화] 장사정포 요격체계 구축,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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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정포 요격체계 구축,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은 부풀려져 있어
[오마이 뉴스 기고] 장사정포 요격체계구축,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다
[의견서] 2023년 국방예산(정부안)에 대한 평화통일연구소·평통사 의견서
국방부는 지난 2022년 12월 28일 발표된 국방중기계획(2023~2027)에서 2026년 말까지 장사정포 요격체계 중요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요격체계를 구축해 "국가 중요시설 및 군사보안 시설 방호와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 또 어떤 측면에서도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나 효용성을 찾기 어렵다.
부풀려진 북한 장사정포 위협
북한 장사정포는 통상적으로 서울을 사거리 내에 두고 있는 170mm 자주포 150여 문, 240mm 방사포 200여 문을 가리킨다. 170mm 자주포는 갱도 진지에서 나와 1회 10발 포격에 약 18분이 소요되고 갱도 진지로 이동해 재장전한 후 재발사하는 데까지 약 28분이 소요(육군본부, 2008)되며, 240mm 방사포도 갱도 진지 밖으로 나와 1회 포격하는데 7분 40초, 갱도 진지로의 재진입하는 데까지 17분이 소요(육군본부, 2008)되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남한군의 탐지와 대화력전으로 사실상 1회 이상 포격이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 장사정포의 1회 포격으로 서울에 도달할 수 있는 탄수는 얼마나 될까? 170mm 자주포 150문은 적재탄수(12발)를 고려하면 1800발이지만 서울까지 도달하는 사거리연장탄은 그 절반인 900발 이하가 될 것이다. 240mm 방사포 200문은 22연장으로 최대 4400발이다. 이에 서울에 도달하는 장사정포 탄수는 최대 5300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교전 시 실제 동원되는 장사정포는 통상적으로 보유 문수의 2/3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북 장사정포가 1회에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실제 탄수는 약 3500발로 줄어든다. 여기에 북한산 등 자연 지형에 따른 차단과 불발탄까지 고려하면 서울에 도달할 수 있는 탄수는 더 줄어든다. 또한 공터나 건물 옥상 등에 떨어질 가능성이 커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탄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에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장사정포는 5000발 이내로 추산된다며 "그 가운데 3000발은 도로나 공원 등 빈 공간에 떨어지고 2000발 정도가 건물에 맞는다. 그 2000발 가운데 절반 이상은 콘크리트 빌딩 옥상에 떨어져 큰 피해는 없다. 나머지 1000발 이하가 건물 벽체 또는 창문을 맞힌다. 연평도 포격 당시 탄흔을 보면 북한 포탄은 아파트 벽체를 제대로 뚫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지하철과 지하 주차장, 심지어 안방으로 신속하게 대피만 하면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중앙일보, 2022.5.20.)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북 장사정포가 서울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탄수는 1000발 미만에 불과하다.
서울에 도달하는 북한 정사정포 탄수
그런데 장사정포 탄의 위력은 170mm 장사정포 탄이 수류탄 약 10개 정도, 240mm 장사정포 탄은 수류탄 한 개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고 한다(황일도, 신동아, 2007). 170mm 자주포의 사거리 연장탄은 유효사거리가 36km(최대 사거리 54km(육군 교육사령부, 2002)의 3분의 2)에 불과해 서울을 유효사거리 밖에 두고 있다. 240mm 방사포도 최대 사거리가 65km(육군 교육사령부, 2002)로 유효사거리가 43km(황일도, 신동아 2007)에 불과해 서울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은 북 장사정포 탄이 서울에 떨어진다 해도 그 위력이 매우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을 타격하는 북 장사정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40mm 방사포 탄 대부분이 수류탄 한 개의 위력에도 못 미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개전과 함께 장사정포로 수도권 시민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할 것이며, 그 탄수가 1~2만 발에 달해 국민 생명과 자산 피해가 클 것이라는 주장은 북한의 위협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해 국방예산 확보와 군비증강을 꾀하려는 군과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장사정포 요격체계 구축의 필요성, 효용성 찾기 어려워
국방부와 군은 장사정포 요격체계 구축 사업의 목적을 '주요 국가/군사시설의 방호'에 두고 있다. 이는 패트리엇이나 사드 등 다른 미사일 방어 체계를 도입하면서 국민생명과 자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11곳에 배치(세계일보, 2021.7.14)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실제로 대통령실과 주요 관공서, 군사시설 등을 방호하기 위한 것으로 다수 서울 시민에 대한 방호를 임무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요격체계 배치 지역 부근에 거주하는 일부 서울 시민들은 장사정포 요격체계의 방호 혜택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은 방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정부종합청사, 국방부와 군 시설 등은 북 장사정포가 타격을 주기 어려울 만큼 견고하며 지하 벙커 등 대피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정작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통한 방호의 필요성이 거의 없는 곳이다. 장사정포 공격에 가장 취약한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포기하고 방호와 대피 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정부와 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라는 것이 장사정포 요격체계의 목적이다.
기대하기 어려운 요격 실효성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포탄은 속도가 마하 2.5~3으로 대체로 1분 이내에 서울에 도착한다. 따라서 이 장사정포를 요격하려면 1분 이내에 북한의 장사정포 탄을 탐지, 추적하고 요격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아무리 탐지, 추적, 요격 과정을 자동화한다고 해도 1분 이내에 탐지에서 요격까지의 과정을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패트리엇, 사드 등 탄도미사일 요격체계가 표적 미사일을 탐지, 추적, 요격하는 데 최소 약 2분(최관범, 2013 ; 장영근, 2017)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탐지·추적에 드는 90여 초를 대포병 레이더를 상시 배치해서 10여 초로 단축한다고 해도 이 정보가 요격체계의 지휘·통제체계에 전달되고, 요격체계의 레이더에 의한 표적의 추적과 요격미사일 발사에 최소 30초 이상이 소요되며, 요격미사일이 비행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1분 이내에 탐지, 추적, 요격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탐지, 추적, 요격이 조금의 지체도 없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대부분의 장사정포 탄은 요격당하기 전에 서울에 도달할 게 될 것이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탐지, 요격이 순조롭게 수행되더라도 수천 발의 장사정포 포탄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수백 대의 발사대와 수천 발의 요격미사일이 배치되어야 하나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장사정포 요격체계의 발사대는 16발의 요격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4000발의 장사정포 포탄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50%의 요격률을 가정했을 때 8000발의 요격미사일, 84개(포대 당 발사대 6개 배치 시)~125개 포대(포대 당 발사대 4개 배치 시)를 배치해야 한다.
북한 장사정포의 일제 사격에 드는 시간(약 2~6분)을 고려하면 요격체계의 재정전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국방부의 발표대로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11개 포대만 배치할 때 50%의 요격률을 가정했을 때 11개 포대가 요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 포탄은 352~528발로 나머지 3500여 발은 요격되지 않는다.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서울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장사정포 요격체계의 요격미사일이 언론 보도대로 해궁(함대공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된다면, 해궁 1발 가격이 10억 이상의 고가인 사실에 비춰볼 때 그 가격은 양산에 다른 인하를 고려해도 최소 5억 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사정포 포탄 가격이 불과 수십만 원(하마스 로켓탄 기준, 중앙일보, 2021.5.20)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에서 비용 대비 효용성도 너무나 낮다.
부풀려진 이스라엘 아이언 돔의 요격 실효성
한국의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갖게 될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다. 아이언 돔이 국내 언론에는 90%의 요격률을 자랑하는 신화적 장비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아이언 돔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와 가까운 이스라엘 남부의 스데롯, 아스켈론, 네티봇 지역을 공격했을 경우 방어가 어렵다. 이들 지역은 가자 지구로부터 각각 2km, 12km, 12km 떨어진 지역으로 하마스가 이들 지역을 사거리 12km인 카삼-3이나 사거리 20km의 그래드 로켓으로 공격하면 30초~1분에 도달한다.
아이언 돔의 반응시간이 15~25초(아시아경제, 2022.1.18)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지역이 하마스 공격에 뚫리는 것은 그만큼 아이언 돔에게 요격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 자문위원 야콥 아미드로 소장은 아이언 돔은 방호에 틈새가 있으며, 특히 국경에서 수 km 이내에 떨어지는 단거리 로켓은 더욱더 요격이 어렵다며 "우리는 요격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다"(예루살렘 안보전략연구소, 2019.5.8)라고 밝힌 바 있다.
둘째, 하마스 등이 일제 집중사격으로 대량의 로켓과 박격포탄을 발사했을 때 아이언 돔은 요격미사일(타미르)의 부족으로 이를 방어하지 못한다. 아이언 돔은 인구 거주 지역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위협 로켓이나 박격포에 대해서만 대응한다. 나머지 로켓과 박격포탄은 요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언 돔의 요격미사일의 수량이 하마스의 로켓과 박격포탄의 수량을 따라잡을 수 없어 요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이스라엘군 전 정보참모 메어 엘란 준장은 "아이언 돔의 포대 수는 이스라엘 종심에 대한 산발적인 포격에 대해서조차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서 충분하지 않으며, 전면적인 분쟁에서 아이언 돔은 주로 군 시설이나 주요 국가 기반시설을 보호하도록 요구될 것"(이스라엘 타임즈, 2019.5.8)이라며 거주 지역 보호는 후순위(사실상 포기)라고 토로한 바 있다. 결국 아이언 돔이 이스라엘 국민을 지키기 위한 요격체계라고 하기에는 현실은 한참 거리가 멀다.
셋째, 아이언 돔의 요격률 90%는 이스라엘 군 당국의 발표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먼 신화에 불과하다. 항공우주공학 박사이자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인 모티 세퍼는 라디오 103(2014.7.14)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언 돔은 지금까지 본 가장 큰 허세 중 하나"라며 "아이언 돔은 오로지 이스라엘의 여론을 요격하려는 소리와 빛의 쇼다. 실제로 당신이 하늘에서 본 모든 폭발은 자폭이다. 아이언 돔은 단 하나의 로켓과도 충돌한 적이 없다. 넓은 우주는 아이언 돔의 현 요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안된 신화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미국의 MIT 포스톨 교수도 2012~2014년에 걸친 아이언 돔의 요격률은 "5% 이하"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포스톨 교수는 그런데도 이스라엘의 피해가 작은 이유를 하마스 로켓의 파괴력이 약하고 이스라엘의 조기경보와 대피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테크놀로지 리뷰, 2014.7.15.).
국방부와 군도 인정하고 있듯이 북한의 장사정포 전력은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로켓과 박격포 전력을 훨씬 능가한다. 장사정포 포탄의 속도는 하마스 로켓의 2~3배에 달하고 단위 시간에 발사할 수 있는 로켓과 포탄의 수는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수백 배에 달한다. 따라서 현재 아이언 돔이 드러내고 있는 요격체계로서의 결함―낮은 요격률, 시민 방호 포기, 낮은 가성비 등―이 남한의 장사정포 요격체계에서 훨씬 더 확대되어 나타날 수 있다.
설령 북한 장사정포를 요격한다고 해도 그 잔해가 고스란히 서울 시민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부수적인 피해도 발생한다. 방호가 잘 되어 있는 주요 관공서와 군 시설을 지키기 위한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도리어 서울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구축해야 할 그 어떤 필요성이나 효용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2023년 예산 770억 원을 포함하여 총 2조 8900억 원을 투입해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구축해야 하나?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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