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국제민중법정 제2차토론회] 6/8 주제 3 (확장)억제의 불법성과 이의 한반도 동북아 평화와의 양립불가성 및 극복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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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폭피해자를 원고로 하여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2차 국제토론회
주제 3 : (확장) 억제의 불법성과 이의 한반도 동북아 평화와의 양립불가성 및 극복방안
- 2024년 6월 8일(토) 오후 4시 35분, 히로시마 국제회의장 코스모스홀 -
제2차 국제토론회의 주제 3은 “(확장)억제의 불법성과 이의 한반도·동북아 평화와의 양립 불가성 및 극복 방안”이었습니다. 사회는 강은지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가장 먼저 발표를 시작한 찰스 막슬리(Charles J. Moxley, Jr.) 포드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막슬리 교수”)는 (확장)억제 정책을 ‘무력위협’으로 규정하고, ‘사용이 불법인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1996년 권고적 의견에 기반을 두어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주제 3에서 발표하는 막슬리 교수 (사진 출처 : 평통사)
ICJ는 핵무기에 관한 1996년 권고적 의견에서 “예정된 무력행사가 그 자체로 불법이라면, 그러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한 공언된 준비태세도 유엔헌장 제2조 4항에 따라 금지된 위협”(47항)이며, “예정된 무기의 사용이 인도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용을 하겠다는 위협도 인도법에 위배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막슬리 교수는 미국이 미군 교리, 교범 등에서 ‘통제 불가능한 무기의 사용은 불법’이라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내용을 중심으로 핵무기의 불법성을 논증했습니다.
막슬리 교수는 “전술핵무기든 전략핵무기든, 저위력 핵무기든 고위력 핵무기든 통제 불가능한 영향을 야기한다.”라며 그 몇 가지 예시로 방사성 낙진, 전자기 펄스(EMP), 핵겨울 등을 들었습니다. 방사성 낙진 영향에 관해서는 “모든 핵무기는 폭발 시 방사선을 방출하고, 그 방사선의 확산은 통제되거나 예측될 수 없으며, 전투원이나 비전투원 또는 적국과 중립국을 구별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자기 펄스(EMP) 영향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전자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과 함께 식량, 물, 의료 제공 시스템이나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 금융 시스템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현대 생활을 중단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겨울 영향에 관해서는 “농작물의 생장 시기를 급격히 단축시키고 기온을 떨어뜨려 지구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막대한 기근과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라며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규모 핵전쟁이 50억 명 이상의 사상자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 핵겨울 영향 모델링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막슬리 교수는 위에서 서술한 핵무기의 통제 불가능한 영향과 함께 핵무기 운반의 정확성에 대한 위험의 통제 불가능성, 핵 대응 및 확전 가능성에 대한 위험의 통제 불가능성 등을 제시하며, 이는 “미국이 인정한 구별·필요성·비례성 규칙을 포함하는 무력충돌법에 따라 핵무기 사용을 불법으로 만든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통제 불가능한 핵무기의 사용은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확정)억제 정책도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막슬리 교수는 (확장)억제 정책이 불법적인 위협이라는 결론과 관련하여 주제 3의 다른 발표자인 애나 후드(Anna Hood) 오클랜드대학교 법학부 교수(이하 “후드 교수”)의 발표문 내용에 대한 본인의 견해도 밝혔습니다.
후드 교수는 발표문에서 위협을 ‘일반적 위협’과 ‘구체적(특정) 위협’으로 구분하고,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맹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일반적인 선언은 무력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제2조 4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막슬리 교수가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막슬리 교수는 반박 논리를 전개하며 영국 트라이던트(Trident) 사건에 대한 스코틀랜드 고등법원의 2001년 판결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스코틀랜드 고등법원은 억제정책이 “특정 ‘표적’을 향해 이뤄지는, 실행 가능한 특정 위협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보통 여겨진다.”(97항)라며 억제정책은 불법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판시했는데 후드 교수의 논리가 이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막슬리 교수는 억제정책이 ‘특정 위협’이 아니라는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 한 근거로 미국의 핵전략 관련 보고서인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를 들었습니다. 미국 국방부가 주기적으로 작성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제정책을 ‘특정 위협’과 구별하여 합법적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에 근거해 막슬리 교수는 (확장)억제 정책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법적인 위협에 해당한다는 본인의 결론을 재차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다음으로 후드 교수가 일본과 한국에서의 확장억제 개관을 소개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주제 3에서 발표하는 후드 교수 (사진 출처 : Nakaoku Takeo)
후드 교수는 “일본의 경우 1951년 미일구안보조약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갔으며 1960년 미일신안보조약 체결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 하에서 일본의 입장이 더욱 강화되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되면서 처음으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갔다.”라며 그 근거 조항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조약의 적용 범위 및 발동 요건 관련 조항)를 들었습니다. 후드 교수는 이 3조가 “미국이 필요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라고 서술했습니다.
다음으로 후드 교수는 확장억제를 둘러싼 국제법적 문제 중 하나로 무력위협과 무력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제2조 4항을 제시했습니다. 후드 교수는 유엔헌장 제2조 4항에 따라 금지되는 위협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①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속 포함해야 한다. ② 위협을 당하는 실체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③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④ 그 성격이 구체적이어야 하며, 즉 명시적 실체 또는 실체들을 지명해야 한다. ⑤ 위협하는 무력이 제2조 4항에 따라 불법이어야 한다. 등을 꼽았습니다.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후드 교수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자국의 핵우산 아래 있고 또 이들 국가가 공격받으면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선언을 하는 경우는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위협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 이러한 위협은 위협에 관한 유엔헌장 2조 4항의 금지에 위배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후드 교수는 확장억제를 둘러싼 국제법적 문제 중 다른 하나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제6조(핵군축 의무)를 제시했습니다. ICJ에 따르면 NPT 제6조는 핵군축 교섭을 성실히 추구할 의무와 핵군축에 이르는 교섭을 타결할 의무를 담고 있는데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이 위와 같은 NPT 제6조상의 의무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후드 교수는 핵억제 정책으로 인해 핵군축을 위한 신의성실한 교섭이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운 시기가 도래하는 경우 “한국과 일본은 타협하여 확장억제 정책을 포기할 의지를 보여주든가 아니면 제6조의 신의성실 요소를 위반하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후드 교수는 국제법적 문제 외에도 확장억제가 폐기되어야 하는 정책적 문제로 핵억제가 핵공격을 방지한다는 핵억제론의 논리적 결함, 핵억제의 불안전성이 국제안전과 안정에 제기하는 심각한 위협, 확장억제에 대한 대중의 낮은 지지 등을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후드 교수는 위와 같은 내용에 근거해 “지금이 한국과 일본이 확장억제 의존을 재평가하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다른 더 탄탄한 형태의 안보를 탐색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음으로 주제 3의 첫 번째 토론자로 군축 연구자인 존 키룰프(John Kierulf) 변호사가 발표했습니다.
주제 3에서 발표하는 존 키룰프 변호사 (사진 출처 : Nakaoku Takeo)
존 키룰프 변호사는 후드 교수가 발표한 내용 중 NPT 제6조 관련 내용에 주로 의견을 더했습니다. 존 키룰프 변호사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의 행동은 NPT 제6조가 명시한 핵군축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라며 한일 양국이 군축회의(CD)나 유엔총회에서 핵군축 관련 결의안에 반대표 또는 기권표를 던진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존 키룰프 변호사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아닌 한일 양국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동북아시아 비핵지대(NWFZ: Nuclear-Weapon-Free Zone) 구축을 제언했습니다. 비핵지대란 “특정 지역 내에서 국가 간 조약에 의해 핵무기의 생산, 보유, 배치, 실험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NPT상의 5개 핵보유국들이 비핵지대 조약 당사국에게 핵무기 사용 및 위협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소극적 안전보장(NSA: 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제공하는 핵 군축 방식”(외교부, 2021 군축·비확산 편람)입니다. 존 키룰프 변호사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동북아시아 비핵지대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한국과의 평화조약을 통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는 것”을 꼽았습니다. 또 평화조약에는 미국과의 확장억제 폐기를 필요로 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군·한국군·일본군이 참여하는 군사연습을 중단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비핵지대의 또 다른 전제조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으로 주제 3의 두 번째 토론자로 고영대 평통사 공동대표(이하 “고영대 대표”)가 발표했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후드 교수의 발표문에 대한 몇 가지 이견을 제시하는 것을 중심으로 토론문을 작성했습니다.
주제 3에서 발표하는 고영대 대표 (사진 출처 : 평통사)
쟁점 중 하나는 후드 교수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두고 “미국이 필요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라고 서술한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토론문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포함해 미국이 맺은 동맹 조약이 “미국에 핵무기 사용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 이유는 “각 조약이 초기에는 재래식 조약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대 대표는 각 조약의 체결 과정 및 이후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과정을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사전 의견 교환 과정에서 후드 교수가 한미동맹이 재래식 동맹으로 시작했다는 것, 다시 말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에 핵무기 사용 권한을 주지 않았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당일 발표에서는 생략되었습니다.
다른 쟁점과 관련해 앞서 후드 교수는 ‘일반적 위협’과 ‘구체적(특정) 위협’을 구분하고,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자국의 핵우산 아래 있고 또 이들 국가가 공격받으면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선언을 하는 경우는 제2조 4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당일 발표에서 주로 이에 대한 이견을 제시했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유엔헌장 기초자들은 무력 위협 또는 사용에 대해 아주 제한된 예외만 갖는 절대금지를 창설하고자 했다.”라고 했던 저명한 국제법 학자인 이안 브라운리(Ian Brownlie) 교수의 저술 내용을 인용하며 “유엔헌장 제51조(자위권)와 제42조(안전보장이사회의 강제조치)에 따른 것이 아닌 그 밖의 모든 무력위협 또는 무력사용은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1996년 ICJ 권고적 의견도 “예정된 무력행사가 그 자체로 불법이라면, 그러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한 공언된 준비태세도 [유엔헌장] 제2조 4항에 따라 금지된 위협”(47항)이라고 판시하며 무력위협을 ‘일반적 위협’과 ‘구체적(특정) 위협’으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고영대 대표는 “군사동맹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그 작전계획을 숙달 이행하기 위한 연합연습을 실시한다.”라며 “남한을 미국의 핵우산 하에 둔다는 일반적 선언과 위협이 작전계획에 따른 특정 위협으로 구체화되어 북한에게 위협으로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고영대 대표는 “핵무기를 보유한 또는 핵우산 하에 있는 국가들의 억제정책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사용 의사가 신뢰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2조 4항에 반하는 위협인지 여부는 예정된 특정 무력행사가 어떤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 또는 유엔의 목적에 반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방어수단으로 의도된 경우에는 필요성과 비례성을 위반한 것인지에 달려 있다.”(48항)라고 판시한 ICJ 1996년 권고적 의견을 소개하며 이 내용은 "핵우산, 확장억제의 제공은 이미 특정 국가를 겨냥한 특정 위협임을 함의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내용에 근거해 "미국과 같은 선제공격을 표방하고 있는 나라의 핵우산은 그 자체로 특정 국가에 대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라며 그 이유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위협, 곧 특정 위협을 하지 않는 억제와 선제공격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상의 내용에 근거하여 고영대 대표는 “일반 위협과 특정 위협을 구별하는 것이 동맹적 대결 구도 하에서 구체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한미와 북한이 억제정책을 폐기하는 것만이 한반도의 핵대결을 걷어내고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확장억제의 극복 방안과 관련해서도 앞서 NPT 제6조의 이행을 통해 확장억제가 폐기될 것이라고 전망한 후드 교수의 발표에 이견을 제시하며 토론문에서 "NPT 6조가 미국과 동맹국들에 의해 법적 구속력이 무력화되어 있는 조건에서 신의성실한 교섭과 핵군축 의무 위반 우려에 따른 확장억제 포기 가능성 주장은 전세계 비핵화를 통한 확장억제 폐기 주장과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서술했습니다. 또한 토론문에서 "휴전협정 60항이 규정한 대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한국전쟁의 법적·정치적 해결은 한반도에서 동맹 해소와 확장억제 폐기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라고 서술했으며, 이에 더해 당일 발표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은 북한의 체제 보장에 있고, 그 체제 보장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있다.”라며 “이와 함께 법적 구속력 있는 소극적 안전보장 제공에 이어 북미불가침조약이 체결된다면 그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동시적으로, 단계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후드 교수는 사전 의견 교환 과정과 당일 토론에서 직접적으로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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