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3. 27] 국방부 회신에 대한 제2차 질의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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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2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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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국방부장관
참조 : 지상전력과
발신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제목 : AH-X를 비롯한 무기도입에 관한 질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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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질의서(2월 9일자)에 대한 귀 부의 회신(3월 21일자)을 보고 큰 실망과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어 대형 공격용 헬기(AH-X)를 비롯한 일련의 무기도입과 관련하여 재차 질의하오니 성실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2. 국방부는 대형 공격용 헬기 도입의 부당성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주장과 언론 보도, 국민 여론 등을 철저히 외면한 채 전혀 설득력 없는 자신들의 도입 근거만 되풀이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회신에서 "한반도와 같은 산악 지형에서 헬기는 지형의 제한을 극복하고 생존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기체계"라고 주장하면서 "(산악지대가 많은) 코소보전에서 대형 공격용 헬기를 운용하지 않았던 것은 NATO군의 근본적인 작전 개념이 지상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무인정찰기와 정밀유도무기 등을 이용한 원거리 정밀 타격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동 통로가 제한되어 있는 산악지형에서, 더욱이 비행고도가 낮은 헬기는 어깨 발사 지대공 미사일과 보병의 화망(火網)에 의해서도 쉽게 격추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코소보전에서 대형 공격용 헬기를 전투에 참가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휴즈 쉘턴 미 합참의장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대형 공격용 헬기의 전투 참가) 이익이 결코 예상되는 위험보다 많지 않았다"(한겨레신문 1월 25일자)고 밝힘으로써 국방부의 주장을 근거 없는 것으로 일축하고 있습니다.
3. 한편 국방부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3,800여 대의 전차 중에서 주포 구경이 100미리 이상인 전차는 3,120여 대(T-62/천마호 350여 대, T-54/55/59 2,770여 대)로서 보유수가 2,400여 대에 불과한 남한에 비해서 전차 전력이 우위에 있으며, 이에 "1400여 대의 부족한 전차를 (북한과) 동일 숫자로 전력화할 경우 전차 대 당 가격 47억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조 6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반면 공격용 헬기는 2조여 원으로 전력화할 수 있으므로 획득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경제적 전력 증강"이라며 공격용 헬기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의 대부분은 70년대(64%)와 80년대에 도입된 것으로서, 그나마 최근 10년 동안은 새로 도입한 전차가 거의 없다는 것은 신문지상을 통해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한 남한이 보유하고 있는 1000여 대의 K-1 전차는 열상장치까지 갖추고 있어 북한의 낡은 전차가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세계적 수준의 전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남한이 숫적으로는 비록 열세라고 하더라도 전차 전력 자체는 북한보다 단연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족 분의 전차를 도입하는 것보다 대형 공격용 헬기를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은 남한의 전차 전력이 북한보다 열세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아무런 의미 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차를 도입하는 대신 대형 공격용 헬기를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이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갖기 위해서는 대형 공격용 헬기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전차의 추가 도입이나 그 개량에 더 이상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미 1조 1,145억 원을 들여 K-1 전차의 개량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공격용 헬기의 도입이 더 경제적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즉 국방부는 전차개량 사업을 벌임으로써 그것대로 국방비를 낭비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대형 공격용 헬기도 도입함으로써 그것대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T-54/55/59/62/72 등의 대부분의 전차가 방호력이 취약하여 남한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대전차미사일로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아직 생산 단계에 들어가지도 않은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 방식의 최첨단 미사일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은 불요불급의 무기를 도입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하는 전형적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이와 같이 대형 공격용 헬기의 도입은 그 효용성으로 보나 북한의 전차 전력으로 보나 그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국민 여론에 등을 돌린 채 대형 공격용 헬기의 도입을 강행하려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 동안 미국 정부가, 특히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더욱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에 무기도입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 한 언론의 발표는 우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부시정권이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을 지지해 주는 대가로 무려 1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도입하도록 요구했다는 보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부시정권이 각종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한국 정부에 자국산 무기도입을 강요해 왔던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전혀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과학자연맹이 입수하여 공개한 미 국방부의 무기수출자료에 따르면 99년도에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미국산 무기구매액수는 42억 4,000만 달러로, 이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96년도의 21억 9,000만 달러의 무려 두 배에 달합니다(3월 21일 MBC 9시 뉴스 보도). 99년도라고 하면 IMF 고통으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때입니다. 김대중 정부는 바로 그러한 때 국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무려 5조 4천억 원의 예산을 미국산 무기구입에 쏟아 부었습니다. 2000년도에는 이보다도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시정권은 그것도 모자라 1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자국산 무기도입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국방부가 설득력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형 공격용 헬기의 도입을 강행하려고 하는 데는 바로 이러한 미국 정부의 무기 도입 강요를 달래기 위한 데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국방부가 미국 정부의 무기 도입 강요에 편승하여 대형 공격용 헬기를 비롯한 미국산 무기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이는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지적해 두는 바입니다.
5. 1980년대부터 남한이 재래식 전쟁수행능력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결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는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 맞는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며, 이를 더욱 굳건히 할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대형 공격용 헬기를 비롯하여 F-15K, PAC-Ⅲ, 이지스함 등을 도입하는 등 무한군비경쟁을 꾀하면서 북한을 무력으로 압도하려는 냉전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민족통일의 호기를 무산시키게 된다면 국방부는 민족 앞에 큰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국방부가 부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아닌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책 결정을 내려주시길 부탁하면서 우리의 질의서에 다시 성의 있게 답변해 주시길 바랍니다.
2001년 3월 27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공동대표 : 신법타· 임종철· 홍근수· 이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