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3. 8. 30] 26일 기획예산처 앞 집회 촉구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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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기획예산처촉구서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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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터무니없는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민생복지예산을 대폭 확충하라!

-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께 드리는 촉구서한 -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님!

우리 제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확정을 위해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는 박봉흠 장관께 타당성도 명분도 없는 무리한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는 애초 제출한 예산안 22조 3,495억원(GDP 3.2%) 보다 1조 8,000억원이 줄어든 20조 5,119억원(GDP 3.0%)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하였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무려 5조원에 이르는 국방부의 애초 예산 증액안이 불요불급하고 터무니 없는 것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방부의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대한 철저하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아울러 국방부가 수정 제출한 예산안도 지난 해 국방 예산안보다 무려 3조원 이상이나 증액된 것으로 내년도 증액 가능한 정부 예산안 3조원을 독차지하려는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이자 어려운 나라 경제를 도외시한 독선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 장관님!

국방부의 터무니 없는 국방예산 증액 요구는 주로 미국의 강요에 따른 것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미국 무기 구입과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를 위한 주한미군의 재배치 비용, 주한미군 지원금(방위비 분담금)에 쓰여지기 때문에 단호히 거부되어야 합니다. 국방부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PAC-3와 AWACS, 공중급유기 등의 미국산 첨단무기의 도입을 내년도 신규사업으로 편성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특수임무의 한국군 이양을 명분으로 AH64 아파치 헬기, 다연장 로켓(MLRS), M109A6 팰러딘 자주포 등의 첨단 무기와 장비 구입을 우리 나라에 강요하고 있으며 이 또한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의 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 산 무기 도입은 대북 선제공격용 무기로서 남한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정당성도 없으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만을 불러올 뿐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또 지금 미국은 미 2사단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150억달러 이상을 우리 나라에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 경우 우리 나라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30억∼50억불(4조2천억원∼6조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전비용은 불평등한 한미소파에 따르더라도 불법이고 또 주한미군 재배치가 미국의 대북한·대동북아 패권전략 강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혈세를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국방부는 그 동안 불요불급한 미국산 무기 도입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여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지난 해 F-X 사업만 해도 온 국민이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보잉사 비리 의혹을 수없이 제기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묵살하고 F-15K 도입을 강행했습니다. 최근 감사원의 자체감사 결과 "국방부의 기종 평가가 부적정"했으며 "엔진 구매 계약이 원가보다 높게 체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렇듯 투명성도 공정성도 없는 미국 산 무기도입에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입니다.

박봉흠 장관님!

지금 국방부는 국방예산 증액이 '자주국방'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자주국방'론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패권전략에 복무하기 위한 것일 뿐 우리의 군사자주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귀하도 잘 아시다시피 주한미군의 역할재조정과 기지이전, 재배치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이해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은 향후 대북한 전쟁에 있어 지상군의 임무를 한국군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해·공군 위주로 재편하며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보다 안정적인 조건에서 대북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며 동북아 전략군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보장받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군은 미국의 군사전략에 더욱 철저히 종속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른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에서 이 같은 미국의 정책에 굴복하여 국방예산 증액에 앞장서면서 '자주국방'이라는 기만적 논리로 이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더 철저히 군사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과연 참여정부식 '자주국방'이란 말입니까? 국방예산 증액은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사실은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강화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박 장관님!

국방부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는 어려운 나라 경제와 민생을 위해서도 결코 수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경제는 산업전반에 걸친 생산과 가동율의 저하, 재고 급증 등으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IMF보다 더한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이 오래 전에 내려진 가운데 민생파탄은 생계형 자살이 줄을 이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회복지부문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여 빈곤층에 대한 복지와 기초생계보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나라 살림의 기본일 것입니다.
그러나 2003년도 보건복지예산은 10조 8,963억원으로, 국방예산의 2/3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내년도 보건복지 요구 예산에서도 평등한 의료접근을 위한 공공의료시설 및 인력확충을 위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으며 최소 320만 명에 달하는, 기초급여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생계비 지원 예산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기획예산처는 보건복지비의 동결 방침을 언급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료보장제를 강화해 전 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나간다"는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 실현 5개 년 계획'을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안보와 자주국방은 국방비 증액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음으로써 정부를 믿고 나라를 위해 나서야만 제대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예산은 동결하면서 한 해 사회복지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수 조원을 국방예산으로 증액한다면 그 누가 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으며 그렇게 되어서야 첨단무기를 아무리 많이 들여온다 한들 제대로 국가안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복지예산 확충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박봉흠 장관님!

민생파탄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미국의 요구에 따라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평화를 위협하게 될 뿐인 국방부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십시오!
내년도 예산안이 파탄지경의 국가경제를 살리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해내며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요구에 따라 더욱 예속적인 한미관계를 '보장'해주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장관님의 애국적 충정과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기획예산처와 박봉흠 장관께서 국민들의 피와 땀이 배인 세금을 단 한 푼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내년도 예산안 마련에 나서주실 것을 기대하며 그 결과를 지켜볼 것입니다.


2003년 8월 26일

평통사, 자통협,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사회진보연대,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MD저지공대위, 통일연대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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